2024년 4월 26일 (금)
(백) 부활 제4주간 금요일 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다.

레지오ㅣ성모신심

레지오의 영성: 마음이 있는 곳에 시간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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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1-11-02 ㅣ No.776

[레지오 영성] “마음이 있는 곳에 시간도 있다.”

 

 

몇 년 전일까? 오래 전부터 잘 알고 지내던 신자로부터 전화가 와 “신부님! 이번 주에 한번 찾아뵙고 저녁식사라도 같이 하면 좋겠는데 어느 요일이 좋습니까?” 제가 “모레 저녁이 한가한데 어떻습니까?”하고 답하였다. 그러자 그 신자가 “신부님, 죄송하지만 그 날은 레지오가 있는 날이라 다른 날로 하면 안 되겠습니까?”라고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이 말을 듣고 ‘아니, 매주 하는 레지오 회합인데 한번 빠지고 오면 되지!’하는 섭섭함이 들었지만 이내 ‘아! 저런 신자가 제대로 된 진짜 레지오 단원이구나!’하는 마음으로 다른 날을 정하여 만난 기억이 납니다.

 

레지오 단원 여러분! 우리 자신에게 이와 비슷한 일이 생기면 어떤 선택을 하시겠습니까? 행여 그때그때 생겨나는 일들로 레지오 회합에 참석하지 않는 일들은 없었는지요?

 

저는 어느 본당이든 부임하면 레지오 확장을 위한 단원권면에 관심을 가졌습니다. 꾸리아를 통해 레지오 단원 찾기를 구체적으로 지시도 하고, 저 역시 본당 신자 중 레지오를 할 만한 신자를 찾아 권면해보기도 하였습니다. 그 덕분인지 그간 사제 생활을 하면서 레지오 단원으로 입단하고 선서를 한 신자들이 꽤나 있었습니다. 그럴 때마다 저는 사제로서 성취감과 보람을 느끼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이런 기쁨은 오래 가지 못했습니다. 신기하게도 시간이 지나면 레지오 단원의 숫자는 제자리걸음을 하거나 감소하였습니다. 그 이유는 입단을 하고 또 해도 그만큼 탈단하는 단원들이 생겨났기 때문입니다.

 

레지오 단원으로 지내다 레지오를 그만두는 단원들은 대부분 비슷한 과정과 증상이 있지 않나 생각해 봅니다. 저의 개인적인 경험일 수 있지만 레지오 단원이 레지오를 탈단하는 과정과 증상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 증상은 주회합에 지각하거나 결석하는 일들이 조금씩 생기는 것입니다. 이유야 어떠하든 주 회합에 지각하거나 결석하는 횟수가 점차 늘어난다면 그 레지오 단원에게 황색 신호등이 켜진 것입니다. 그 다음 증상은 이러 저러한 사정으로 레지오 회합 참석이 어려워서 장기 휴가를 신청하는 것입니다. 레지오 회합에 장기간 오지 않는 것은 그 레지오 단원에게 빨간 신호등이 켜진 것입니다. 마지막은 장기휴가 기간이 끝난 뒤 탈단을 해 버리는 것입니다.

 

단원이 주회합 출석을 소홀히 하기 시작하면 레지오 단원으로서 생명력을 잃어가는 것이 만고의 진리입니다. 주회합에 결석을 하는 단원이 한 명 두 명 늘어나면 그 쁘레시디움도 시들어가고 그 꾸리아도 꺼져가는 연탄불이 되는 법입니다.

 

레지오 마리애 교본 11장 4항에는 “레지오는 조직 안에서 단원이 지켜야 할 으뜸가는 의무가 회합에 참석하는 것임을 가장 우선적으로 규정하고 있다.”고 분명히 말하고 있습니다. 주회합에 출석하는 것이 레지오 단원의 기본이요 생명이라는 것입니다. 레지오 마리애 교본 33장 1항에서는 “주회합에 오고 가는데 사용하는 시간은 단원이 수행한 전체 활동의 일부분”이라고 하면서 레지오 주회합에 참석하기 위한 모든 시간과 의지 또한 레지오 단원의 훌륭한 활동이라고 가르치고 있습니다.

 

 

주회합 출석 소홀히 하면 레지오 단원으로서 생명력 잃어가

 

우리는 바쁘게 살아갑니다. 일 때문에 바쁘고, 사람 때문에 바쁘게 삽니다. 그리고 건강과 취미 때문에 더 바쁘게 살아갑니다. 그렇다보니 바빠서 이것을 못하고, 바빠서 저것도 못한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해야 될 일과 하고 싶은 것은 다 하고 살아갑니다.

 

마음이 있는 곳에 시간도 있습니다. 마음이 없는 곳에는 시간도 없습니다. 레지오 단원으로 살기로 선서하고 결심을 했다면 어떤 일이 있어도 레지오 회합에 참석한다는 굳은 심지(心志)를 갖고 살아야 합니다. 마음이 있으면 시간도 있고, 마음이 있으면 주회합에도 참석할 수 있습니다. 주회합 출석에 충실하다보면 성모님께서 함께 해주실 것이고 먼 훗날 성모님과 함께 하느님 나라에도 들어가게 될 것입니다.

 

레지오 단원 여러분!

하루 빨리 코로나 이전의 레지오 회합을 기다리며 내 생명이 다하는 날까지 레지오 단원으로 굳세게 살아갑시다.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21년 11월호, 여인석 베드로 신부(마산교구 사목국장, 마산 Re. 담당사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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