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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 위대한 신앙의 신비, 기도11-13: 예수의 기도 - 때가 찼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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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6-08-14 ㅣ No.829

[위대한 신앙의 신비, 기도] (11) 예수의 기도 - 때가 찼을 때 (「가톨릭 교회 교리서」 2598~2622항)


“아버지 당신 뜻대로 이뤄지게 하소서”

 

 

구약에 나타난 기도에 이어 이번 호부터는 교리서가 ‘때가 찼을 때’라는 제목으로 소개하고 있는 예수의 기도에 대해 중점적으로 살펴봅니다. 예수님의 기도를 살펴보는 것은 기도하시는 예수님을 바라보고 우리에게 기도를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 가르쳐 주시는 그분의 말씀을 들으며, 또 예수님께서 우리의 기도를 어떻게 들어주시는지를 깨닫고자 함입니다.

 

 

예수의 기도 ① (2599~2604항)

 

예수님은 어떤 때에 기도하셨을까요? 예수님께서는 당신의 사명을 이행하는 결정적인 순간들을 앞두고 기도하십니다. 세례 때와 영광스러운 변모 때에는 아버지이신 성부께서 당신에 대해 증언해 주시기 전에 기도하십니다(루카 3,21-22 ; 9,28-36 참조). 또 수난을 통해 아버지의 계획을 이루시기에 앞서 기도하십니다(루카 22,39-46 참조). 열두 사도를 선택하여 부르시기 전에, 베드로가 예수님께 신앙 고백을 하기 전에도 기도하십니다(루카 6,12; 9,18-20 참조). 

 

아버지 하느님께서 성취하라고 명하신 구원 활동을 펼치시기에 앞서 드린 예수님의 기도는 인간으로서 예수님이 지니신 뜻을 사랑이 충만하신 하느님 아버지의 뜻에 겸손과 신뢰로서 먼저 맡기는 기도입니다. 달리 표현하자면 인간으로서 계획한 어떤 일을 하기 전에 먼저 하느님 뜻을 신뢰하며 그 뜻에 자신의 계획을 겸손하게 맡기는 기도입니다. 내가 계획한 일이 잘 이뤄지도록 해 달라는 기도가 아니라 내가 계획한 일이 하느님 아버지의 뜻 안에서 이뤄지도록 맡겨 드리는 기도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또한 밤에, 홀로, 산으로 가서 자주 기도하셨습니다. 기도는 물론 언제 어디서나 바칠 수 있습니다만, 예수님께서 이렇게 밤에, 홀로, 산으로 가서 기도하셨다는 것은 하느님 아버지 뜻을 찾고 그 뜻에 자신의 뜻을 일치시키기 위해서는 그만큼 기도의 분위기가 중요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예수님의 이런 모범을 따라 우리도 기도할 때는 기도에 방해를 받지 않도록 자주 고요하고 외딴곳을 찾아 기도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복음서에는 예수님께서 공생활 때 바친 기도 두 편의 내용이 잘 기록돼 있습니다. 하나는 마태오 복음 11장 25-27절에 나오는 기도입니다. 여기서 예수님은 하늘나라의 신비를 철부지 어린아이들에게 드러내 보이신 것에 먼저 감사를 드리며 “그렇습니다, 아버지!” 하고 감탄하십니다. 이는 하느님 아버지의 뜻에 예수님이 마음 깊이 동의한다는 것을 드러냅니다. 예수님의 모든 기도는 성부의 ‘심오한 뜻’을 전적으로 받아들이는 동의로 집약됩니다(2603항). 

 

다른 하나는 라자로를 다시 살린 사건과 관련해 나옵니다(요한 11,41-42). 여기서 예수님은 “아버지 제 말씀을 들어 주셨으니 아버지께 감사드립니다” 하고 먼저 감사를 드립니다. 이어서 “아버지께서 언제나 제 말씀을 들어 주신다는 것을 저는 알고 있습니다” 하고 덧붙입니다. 이 기도에는 △ 하느님 아버지께서 언제나 예수님의 청을 들어주신다는 것과 또한 △ 예수님께서도 끊임없이 하느님 아버지께 청하고 계신다는 뜻이 들어 있습니다. 

 

이렇게 감사로 시작하는 예수님의 기도는 우리에게 어떻게 청해야 하는지를 보여줍니다. 기도를 드릴 때는 기도를 통해서 청하는 선물보다 기도를 통해서 그 선물을 주시는 분의 뜻에 일치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제사보다 잿밥’이라는 말이 있는데, 그렇게 해서는 안 됩니다. [평화신문, 2016년 8월 16일, 이창훈 기자]

 

 

[위대한 신앙의 신비, 기도] (12) 예수의 기도 - 때가 찼을 때 (「가톨릭 교회 교리서」 2598~2622항)

 

회개하고 믿고 행하여라

 

 

예수의 기도 ② (2605~2611항)

 

교리서는 하느님의 아들로서 예수님께서 바치는 기도의 심오함을 이렇게 설명합니다. “예수님께서 스스로 붙잡히시기 전에 바치신 기도(‘아버지…제 뜻이 아니라 아버지의 뜻이 이루어지게 하십시오’, 루카 22,42)뿐 아니라 십자가 위에서 하신 마지막 말씀을 통해서도, 기도하는 것과 당신 자신을 내어주는 것이 동일한 행동임을 보여 주신다”(2605항). 

 

무슨 뜻일까요? 아버지의 뜻이 이뤄지게 해 달라는 예수님의 기도대로 예수님은 수난과 죽음의 길을 가셨습니다. 십자가 위에서 하신 말씀도 그 말씀대로 이루어집니다. “아버지, 저 사람들을 용서하여 주십시오”(루카 23,34)라는 말씀대로 이루어지고, 함께 매달린 죄수에게 “너는 오늘 나와 함께 낙원에 있을 것이다”(루카 23,43)라고 하신 말씀대로 그 죄수는 그렇게 됩니다. 또 “이 사람이 어머니의 아들입니다.…이분이 네 어머니시다”(요한 19,26-27) 하신 말씀대로 마리아는 어머니가 되고 요한은 아들이 됩니다. “아버지, 제 영을 아버지 손에 맡깁니다”(루카 23,46) 하고 말씀하실 때나 ‘큰 소리’를 지르시고 숨을 거두실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예수님의 기도와 자기 증여는 동일하다”는 것입니다. 

 

교리서는 나아가 이렇게 웅장하게 설명합니다. “죄와 죽음의 노예가 된 인류가 지나온 모든 시대의 온갖 고뇌, 그리고 구원 역사에 나타나는 모든 청원과 전구는 강생하신 말씀의 이 ‘큰 소리’ 속에 합류된다. 그리하여 아버지께서는 이를 받아들이시고…당신 아드님을 부활시키심으로써 그것들을 모두 들어주신다. 이렇게 해서 창조와 구원의 경륜을 통해 기도의 드라마가 전개되고 완성된다”(2606항). 한 마디로 인류의 모든 청원과 전구가 그리스도의 수난과 부활 사건에서 완전히 성취된다는 것입니다.

 

예수님의 기도는 그 자체가 기도하는 법에 대한 가르침입니다. 하지만 예수님께서는 좀더 분명하게 기도하는 법을 우리에게 가르쳐 주십니다. 기도하는 데에 먼저 필요한 것은 회개입니다. 제단에 예물을 바치기 전에 먼저 형제와 화해하고(마태 5,23-24 참조), 원수를 사랑하고 박해하는 이들을 위해 기도하며(마태 5,44-45 참조), 기도할 때는 마음속으로부터 용서하고(마태 6,14-15 참조), 많은 말을 되풀이하지 말고 골방에서 기도하며(마태 6,7), 마음을 깨끗이 해 하늘나라를 구하는 것(마태 6,21.25,33 참조)이 필요합니다. 이런 회개는 우리를 온전히 하느님 아버지께 향하게 합니다. 

 

이렇게 회개하는 마음을 지닐 때 우리는 또한 믿음으로 기도하는 법을 배우게 됩니다.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너희가 기도하며 청하는 것이 무엇이든 그것을 이미 받은 줄로 믿어라. 그러면 너희에게 그대로 이루어질 것이다”(마르 11,24). 믿음으로 기도하라는 것입니다. 

 

하지만 “주님, 주님” 하고 부른다고 해서 믿음의 기도가 이뤄지는 것은 아닙니다. 아버지의 뜻을 실천할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 “나에게 ‘주님, 주님!’ 한다고 모두 하늘나라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다.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의 뜻을 실행하는 이라야 들어간다.”

 

회개, 믿음, 하느님의 뜻을 행하려는 마음은 그리스도인의 기도에 반드시 필요한 요소입니다. [평화신문, 2016년 8월 21일, 이창훈 기자]

 

 

[위대한 신앙의 신비, 기도] (13) 예수의 기도 - 때가 찼을 때 (「가톨릭 교회 교리서」 2598~2622항)

 

끊임없이 겸손하게 믿음으로 청하라

 

 

예수의 기도 ③ (2612~2616항)

 

예수님께서 지상 생애에서 당신의 말씀과 활동으로 선포하신 중심은 ‘하느님 나라’였습니다. 예수님은 때가 되어 하느님의 나라가 다가왔다고 말씀하시면서 회개하고 믿음을 갖고 깨어 있으라고 호소하십니다. 

 

그래서 회개하고 믿음으로 새사람이 된 그리스도 신자들은 기도하는 가운데 비천하게 사람이 되신 주님의 첫 번째 오심을 기억하고 영광스럽게 다시 오실 주님의 재림을 희망하면서, “언제나 계시며, 오시는 주님”을 깨어 기다립니다. 이렇게 깨어 기다리며 기도하는 것은 “유혹에 빠지지 않게” 되려는 것입니다.

 

루카 복음에서는 기도에 관한 아주 중요한 예수님의 비유 세 가지를 전해 줍니다. 첫 번째 비유는 ‘끊임없이 간청하라’(11,5-8)는 비유와 그에 이은 ‘청하고 찾고 두드리라’는 말씀(11,9-13)으로,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끊임없이 청하고 기도하는 사람에게는 필요한 모든 것뿐 아니라 특히 “모든 선물을 가지고 계시는 성령을 주실 것”이라고 말씀하십니다(루카 11,13 참조; 2613항).

 

두 번째 비유는 ‘과부의 청을 들어주는 불의한 재판관의 비유’(18,1-8)로, 믿음을 가져야 할 뿐 아니라 지치지 말고 늘 기도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 비유 끝에 하신 예수님 말씀을 새길 필요가 있습니다. “그렇지만 사람의 아들이 올 때에 이 세상에서 믿음을 찾아볼 수 있겠느냐?”

 

세 번째 비유는 재판관의 비유에 이어오는 ‘바리사이와 세리의 비유’(18,9-14)로, 기도하는 사람의 겸손에 관한 것입니다. 교회는 “오, 하느님! 이 죄인을 불쌍히 여겨 주십시오”(루카 18,13)라는 세리의 기도를 교회의 기도로 삼아, 미사 때마다 ‘주님, 자비를 베푸소서!’ 하고 겸손하게 청합니다.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이렇게 믿음을 가지고 끊임없이 겸손한 마음으로 기도하라고 가르치실 뿐 아니라 당신 이름으로 기도하라고 요청하십니다. “너희가 내 이름으로 청하면 내가 다 이루어 주겠다”(요한 14,14). 

 

이것은 또한 그리스도인의 기도의 새로움입니다. 그리스도인은 이제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를 드리며 예수 그리스도께 기도를 드립니다. 그분은 “길이요 진리요 생명”(요한 14,5)이실 뿐 아니라 “나를 보는 것이 곧 아버지를 보는 것”(요한 14,6 참조)이라고 말씀하시기 때문입니다. 

 

교리서는 예수님의 기도와 관련해, 아우구스티노 성인이 세 가지 차원을 잘 요약하고 있다고 소개합니다(2616항). 첫째, 예수님께서는 우리의 사제로서 우리를 위해 기도하십니다. 둘째, 예수님께서는 우리의 머리로서 우리 안에서 기도하십니다. 셋째, 예수님께서는 우리의 하느님으로서 우리의 기도를 들어주십니다.

 

 

동정 마리아의 기도(2617~2619항)

 

교리서는 예수님의 기도를 다루면서 마지막에 마리아의 기도에 대해 언급합니다. 아기를 낳으리라는 천사의 전갈에 처녀 마리아는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루카 1,38) 하고 자신의 전 존재를 바쳐 응답합니다. 

 

여기서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Fiat)라는 말의 의미를 깊이 새길 필요가 있습니다. 교리서는 마리아의 이 응답이 “주님께서 우리의 모든 것이 되셨으니, 우리도 온전히 그분의 것이 되겠다”는 “그리스도인의 기도”(2617항)라고 설명합니다. 그리고 마리아께서는 실제로 전 삶을 통해 주님의 뜻이 이뤄지도록 하는 데 자신의 전 존재를 바치셨습니다. 그래서 마리아는 불순종함으로써 세상에 죄와 죽음을 가져온 첫 여인 하와와 반대로 순종하는 새 하와로서 인류 구원의 협조자가 되십니다.  [평화신문, 2016년 8월 28일, 이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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