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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성] 테이야르 드 샤르댕: 창조론과 진화론의 통합을 모색한 영성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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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1-08-21 ㅣ No.324

[현대의 영성] 테이야르 드 샤르댕


창조론과 진화론의 통합을 모색한 영성가 (1)

 

 

과학과 종교의 통합을 이야기할 때에,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가 피에르 테이야르 드 샤르댕(Pierre Teilhard de Chardin, 1881-1955년)이다.

 

예수회 사제이며 동시에 고생물학자로서 일생을 창조론과 진화론의 종합을 모색하는 데 바친 그의 사상이 다시금 생태신학자들 사이에서 재해석되고 있다. 지구 규모의 생태 위기를 직면하고 있는 우리 시대에, 과학과 종교의 통합을 꿈꾸며 시도하고 주창하였던 그의 창조론적 진화론이 진지한 자극을 주기 때문이다.

 

테이야르의 사상은 세상 안 인간의 위치에 대한 새로운 자각과 그 사명에 대한 인식을 북돋아주었다. 또한 우주 출현에 대한 역동적이고 진화론적인 이해를 바탕으로 종래의 인간 중심주의에서 벗어나 생물 중심 또는 지구 중심적 자각을 태동시키는 데 기여했다.

 

우리는 (두 번에 걸쳐서) 테이야르의 과학적 진화현상론의 주요 개념을 살펴보고, 그 사상 체계가 지는 생태신학적 의미를 살펴보겠다.

 

테이야르는 그의 저서 “인간의 현상”에서 과학적 방법을 사용하여 진화의 시초에 생명이 발생하고, 또 생명에서 사고가 발생하는 과정을 현상학적으로 분석한다. 현재의 세계는 어제의 세계와 연속성과 불연속성을 종시에 지니고 있다는 사실에 입각해서, 우주 진화에는 이를 지해하는 보편법칙에 있어 어느 특정 방향을 향해 전개된다고 가정하면서 이 법칙을 ‘복잡화 - 의식의 법칙’이라 불렀다.

 

사물의 복잡성이란 사물이 더욱 많은 구성 요소에 의하여 구조적 조밀성이 더욱 커지는 그러한 특성이라고 하였다. 사물의 외적 구조적 복잡성과 병행하여 나타나는 또 하나의 특징은, 사물이 언제나 더욱더 내면화하고 의식화하는 현상이라고 하였다.

 

그는 사물의 외적 구조가 더욱 복잡화할수록, 사물의 의식은 더욱 깊어지고 응축된다고 하면서, 복잡성을 사물의 외면성, 의식을 사물의 내면성이라 했다. 곧, 사물은 외면성과 내면성을 동시에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테이야르는 우주가 다양성, 단일성, 에너지라는 기본 속성을 지니고 있어서, 다양성은 통일 조직으로, 단일성은 하나의 총체(the totum)로, 에너지는 양자(quantum)로 나타난다고 하였다.

 

그는 특히 에너지를 사물의 작용력과 동일시하면서, 그것을 두 가지로 이해하였다. 곧, 한편으로는 덜 복잡한 구성 요소를 더욱 차원 높은 복합체로 끌어올려 한층 더 유기적이고 통일된 구조를 생성하는 에너지와, 다른 한편으로는 같은 차원의 복합체 또는 구성 요소들을 서로 연결시켜 동일 구조에서 결합시키는 에너지로 구분해서 이해하였다.

 

 

물질 현상

 

물질은 에너지가 결속되어 있는 상태로서 더욱더 복잡화한다. 각 물질은 더욱 복잡한 상태로 전환될 수 있는 요소를 자체 안에 내포하고 있다. 우주적 견지에서 관찰하면, 물질계는 그 안에 어떤 내면, 곧 정신적 에너지를 내포하고 있으며, 그 힘 덕분에 물질은 종합적으로 더욱 복잡한 물체로 되어간다.

 

우주의 기본 물질은 최초에는 정의할 수 없는 단순한 무엇이었지만, 점차 기본 미립자들, 곧 양성자, 중성자, 전자, 광자 등이 출현하였다. 이들은 복잡화로써 응축되어 원소주기율표에 나오는 일련의 원자들을 출현시켰다. 원자와 원자의 결합은 무수히 다양한 분자들을 생성하였으며, 이러한 분자들 가운데 탄소를 포함한 거대 분자들의 생성은 생명 출현의 조건을 만들었다.

 

에너지 법칙(열역학 제1법칙과 제2법칙)에 따른 물질의 진화는 질과 양의 이중과정이었다. 곧 질의 차원에서는 원자의 구성 원소들이 결합, 농축되는 복잡화의 과정이었고, 양의 차원에서는 다른 형태로 변화되어 에너지가 열로 소실되는 과정이었다.

 

테이야르는 물질은 일치를 이루며 진화하고 있고, 물질의 복잡성이 어느 임계점에 도달하면 새로운 상태의 물질로 ‘생명’이 발생한다고 보았다.

 

 

생명의 발생

 

테이야르는 생명을 물질 진화의 산물 또는 결과로 보았다. 생명은 물질과는 완전히 다른 근본적인 불연속이 그 가운데 있다. 생명을 지닌 물질은 임시적이고 잠정적인 부합이다.

 

생명은 세포에서 시작되었다. 거대 분자의 시기를 종결짓는 최초의 세포 출현은 우주 진화 과정에서 중요한 임계점이었다. 세포의 독자성은 대량의 물질을 유기적으로 결합하는 새로운 방법을 발견한 것이었다. 인간 현상을 지구상에 출현시키려는 세포의 각성은 필수적인 것이었다.

 

테이야르는 생명의 기본 운동을 생식, 번식, 혁신, 접합, 집단화, 일정 방향에로의 증가라는 특성으로 설명하였다. 생명체는 물질보다 훨씬 더 조직적이고 복잡하며, 적응성과 포용성과 생식작용을 갖고 있어 역사성이 더 농후하다.

 

생명체의 역사는 물질의 역사보다 체계적이고 발전적이다. 단세포 생물에서 다세포 생물로, 무척추생물에서 척추동물로 발전하였다. 생명은 전진하여 분할되어 자연발생적으로 팽창하면서 단계가 있는 광범한 단위로 나누인다. 곧, 생명은 분지(分枝)한다.

 

 

정신의 발생

 

테이야르는 우주의 진화 과정이 정신의 발생, 곧 인간 출현을 향한 방향이었다고 단정한다. 물질권에서 생명권, 생명권에서 정신권으로 진화하는 우주의 발전 목표는 바로 인간의 출현이고, 인간은 물질 정신화의 종착점이다.

 

인간은 생명진화나무에서 하나의 가지일 뿐이지만, 반성의식을 지니고 있는 존재이다. 정신 현상에서, 비반성의식에서 반성의식으로의 진화는 그야말로 ‘영(0)에서 무한대(∞)로의 변화’라 할 수 있다. 인간은 다른 동물과 마찬가지로 하나의 동물이지만, 동물과는 전혀 다른 존재이다. 정신, 곧 사고력의 발생은 하나의 전환점을 이룰 뿐 아니라 생명 자체의 변형을 의미한다.

 

진화 현상은 이제 생명권에서보다는 정신권에서 더욱 발전하게 된다. 인간은 자기 자신을 한 객체로서 들여다볼 수 있으며 스스로를 인식하고 있다는 것을 안다. 인간은 인간을 감싸는 커다란 운동, 곧 진화를 자각한 가장 정신화한 물질이다.

 

물질은 그 내면에 정신의 원형을 내포하고 있다. 우주가 앞으로 계속 진화할 것이라고 말하는 것은 바로 인간 안에 내재하는 이 정신에 의해 주도된다고 말하는 것이기도 하다.

 

복잡화 - 의식의 법칙에 따라 진화의 여정은 인간 발생 사건을 넘어, 이미 정신권의 영역을 넘어 통과했다. 다른 생명체들처럼 인간도 불완전하게 시작하여 완성을 향하여 나아가고 있으며 그 발전 또한 매우 복잡하다.

 

인간이 해부학적으로 많은 발전을 거쳐서 점차 지식을 가진 인간, 곧 호모 사피엔스로 나타났고, 인간 사회 또한 발전되어 점차 조직화되어 갔다. 인간의 도덕과 종교 역시 발전하면서 과거와 현재, 미래의 역사를 지닌 존재가 되었다.

 

 

인간의 사회화

 

우주는 이제 정신화의 한계점을 넘어 계속 진화하고 있다. 현재의 모든 진화는 정신권에서 일어나고 있다. 정신 발생은 인격으로서의 각 개인과 대인 관계의 바탕이 되는 사회와 관련을 맺는다.

 

테이야르가 말하는 사회화는, 인류가 최대의 복잡성과 최고도의 의식을 지향하는 과정, 곧 집단적 뇌진화(collective cerebralization)의 과정이며 미래 진화의 중심 현상이다.

 

인간의 진화는 염색체 유전과 사회적 유전이라는 두 가지 방법으로 이루어지므로 개인과 관련될 뿐만 아니라 개인 상호간의 인격적 관계에 근거한 사회와 관련되기도 한다. 인간의 진화에서 중요한 현상은 인류의 내면성을 통일시키는 사회화 과정이다. 인류의 사회화를 위해서 상호 이해와 사랑은 필수적이다.

 

테이야르는 인간의 집단화가 각 개체의 특수성이나 개성을 억압하거나 말살시키지 않으며, 오히려 사회가 유기화하면 할수록 개체는 더욱 개별화되고 특수화될 것으로 보았다.

 

 

인간의 미래

 

우주 발생은 인간이 지구에 출현하기 훨씬 전에 시작되었다. 무기물의 진화는 생명 발생을 준빟였고, 생명의 진화는 인간 출현의 준비 단계였다. 아마도 인류의 ‘사회적 반성의식’이 지향하는 초점은 미래에 나타나는 진화의 임계점이 될 것이다. 이 미래에 나타날 진화의 수렴점은 과거의 진화에서 투사한 외삽법으로 구해진다.

 

테이야르는 우주 진화를 인간과 반성의 식으로의 상승이며, 인간이 사라지지 않는 한 진화현상은 온 우주의 중심이며 최고도로 발발한 의식으로 전진할 것으로 보았다. 또한, 그는 정신권 이전의 진화는 수동적이었지만, 인간 출현 이후 정신권의 진화는 인간에 의하여 능동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았다.

 

테이야르는 우주가 궁극적으로 수렴하는 점은 인간의 모든 힘이 집중되는 점이며, 이 점을 오메가 점(Ω-point)이라 불렀다. 모든 진화 과정이 이 점에서 끝나기에 오메가는 우주 진화의 수렴점이며, 인류의 최종 상태이다. 오메가는 진화 과정 밖에 있는 동시에, 진화 과정 안에 있다.

 

오메가란 인간의 가능성이 실체화된 인간 완성을 말하며, 역사가 우주적 일치로 향하여 나아가는 만큼 오메가는 최고도의 일치를 말한다.

 

인간이 일치하기를 갈망하는 존재는 절대자이고, 이 절대자는 인격을 갖추신 분이다. 절대자는 시간 밖에 있어 영원해야 하며, 생명으로 충만해야 하며, 진화의 역사 안에 늘 현존해야 한다. 일치의 행위는 정신적 힘으로 이루어지며, 인격들 간의 참된 일치는 사랑의 힘으로만 이루어진다.

 

따라서 오메가로 향해있는 인간은 사랑의 원천으로 향해있는 것과 같다. 여기에서 오메가와 하느님은 동격이 된다. 인간의 편에서 오메가는 커가고 있는 실체이고, 아직 달성하지 못한 희망이지만, 하느님의 관점에서 오메가는 존재의 완성 그 자치이다.

 

* 심종혁 루카 - 예수회 신부. 서강대학교 교수. 서강대학교에서 수학과 이론물리학, 미국 보스턴의 웨스턴신학대학원에서 영성신학을 전공하고 로마 그레고리오대학교에서 교의신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경향잡지, 2011년 7월호, 심종혁 루카]

 

 

[현대의 영성] 테이야르 드 샤르댕


창조론과 진화론의 통합을 모색한 영성가 (2)

 

 

지난달에 살펴본 테이야르의 진화현상론의 주요 개념에 이어, 이번 달에는 테이야르의 진화현상론이 지니는 생태신학적 의미를 살펴보자.

 

 

생성된 우주

 

테이야르는 자신이 속한 시대의 첨단 과학에 기반을 두고 인간과 우주의 기원에 대한 철학적이며 신학적인 성찰을 시도했다.

 

현대의 생태신학자들이 사용하는 언어로 평가하자면, 테이야르는 자연과학에 의해 형성된 우주 생성의 ‘이야기’에 종교적 의미를 부여하는 작업을 시도했던 것이다. 이 작업을 통해 그는 3중의 종합, 곧 물질 세계와 정신(영)의 세계, 과거와 미래, 그리고 다양성과 단일성의 종합을 이루었다.

 

테이야르에 따르면, 은하와 태양계, 그리고 지구는 맨 처음 순간부터 물질의 종합화를 통해 생겨나기 시작했다. 곧 ‘시원의 원자’에서 지구라는 행성, 그리고 그 위에 생명의 탄생과 마지막 인간 의식 그 자체에 이르기까지 일련의 극적인 변화를 통해 전개되어 온 것이다.

 

정신을 포함하여 인간의 모든 측면은 산과 강, 동물과 새, 그리고 지구 공동체의 다른 구성체가 그렇듯이 이 지구의 일부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세계관은 이 우주를 끊임없이 생성 중에 있는 실체로서, 이를 구성하고 있는 요소들이 서로 밀접하게 관계된 하나의 살아있는 실재로 바라볼 수 있게 하는 기반을 정립해 놓고 있다. 그리고 인간 안에서 이 우주는 가장 강렬하고 충만하게 돋보이게 된다.

 

 

하느님의 창조 활동과 인간

 

테이야르는, 진화가 정신의 성장을 의미하는 만큼 반성 의식을 지닌 인간은 우주의 진화에서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오직 인간만이 우주의 진화라는 사실을 의식하고 있다. 그러므로 인간은 그리스도 - 오메가를 향해 수렴하는 우주의 진화를 창조적 합일로 지향하며 진행시킬 수 있다.

 

인간이 비록 미약한 활동을 통해서나마 창조의 완성에 이바지할 때 비로소 인간의 활동은 의미와 가치를 지닌다. 인간이 하느님에게서 부여받은 자신의 능력을 최고도로 발휘하고 이용할 때 하느님의 창조 활동에 더욱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된다.

 

 

창조와 그리스도

 

테이야르의 시각에서 진화 과정은 결국 창조 과정이다. 창조는 그리스도 중심의 만물 통합 과정, 곧 그리스도 충만에 이르는 진화 과정이다. 만물은 그리스도를 통하여 그리스도 안에서 그리스도를 위해 창조되었고, 그리스도는 만물보다 앞서 계시며, 만물은 그분 안에서 통일되는 만큼 그리스도 없는 창조 질서나 창조 행위는 상상조차 할 수 없다. 그는 하느님의 계속적 창조를 하나의 통일 과정, 곧 점차적인 통일을 지향하는 우주의 형성 과정으로 이해한다.

 

그리스도 안에서 진행되는 창조 과정은 플레로마(pleroma), 곧 우주의 종국 상태, 그리스도 안에서 만물이 완성되는 충만함을 지향한다. 그는 이러한 창조적 합일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만물을 통일시키려고 그리스도가 우주의 종극점에서 당기는 힘 때문이라고 본다.

 

이와 같이 그리스도와 우주 진화의 오메가 점이 동일하며, 모든 진화는 그리스도의 충만을 지향하고, 따라서 그리스도의 힘을 받아 활기를 띠게 된다면, 진화 과정은 결국 매우 포괄적인 그리스도 발생으로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창조적 합일

 

테이야르는 자신의 창조론을 ‘창조적 합일의 이론(theory of creative union)’이라고 불렀다. 하느님께서는 통일함으로써 창조하신다. 곧 창조는 무한다수가 점차적으로 통일되어 궁극적으로 유일(唯一)로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창조는 결코 동시적 행위가 아니라 만물을 종합하는 점진적 과정이다.

 

그의 창조란 하느님의 계속적 창조 활동, 곧 우주의 진화 과정으로서 종말에 가서 완성됨을 알 수 있다. 이는 창조가 곧 진화라는 것이며, 단지 과학적 용어로 표현하면 ‘진화’이고, 형이상학적 용어로는 ‘창조’라 부를 수 있는 것이다.

 

테이야르의 ‘창조’는 태초에 행하신 하느님의 일시적 순간적 행동이 아니라, 전우주의 창조적 진화 과정인 것이다. 인간 경험에 따르면, 진화는 시간과 공간 안에서 진행되는 창조이다.

 

그가 말하는 것처럼, 복잡화 - 의식의 법칙에 따라 우주가 진화한다는 것은 우주가 더욱 고차원의 정신(의식)을 향해 진화할 뿐 아니라 더욱 고차원의 통일을 향하여 진화함을 뜻한다. 테이야르는 창조의 시초보다는 결과에 중점을 두고 고찰하면서 창조를 하나의 ‘과정’으로 이해하게 한다.

 

 

오메가 그리스도

 

테이야르의 사상 체계는 세상에 대하여 긍정적이며 전체적이다. 이 신학은 세상에 대한 성사적 관점에 뿌리를 두고 있으며, 성체에 대한 신심과 실천에 의해 양육되었다.

 

이러한 사상은 육화의 신비에 대한 확신에 중심을 두고 있다. 하느님은 물질과 육, 우주의 과정 속에서 모든 것 안에 육화하시는 분이시다. 곧, 그리스도의 강생을 우주의 모든 차원으로 확장해서 이해하는 것이다. 우주의 전 과정이 처음 순간부터 그 완성인 오메가 그리스도를 향하고 있다는 의미에서, 진화의 과정은 우주적이며 그리스도적이다.

 

이러한 그리스도 중심의 창조론, 곧 오메가 그리스도론은 모든 존재의 상호 연관성, 상호 의존성을 바탕으로 형성되는 유기적 세계관을 제공함으로써 현대 생태신학의 형성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더 나아가 우주 진화의 종극점에 그리스도를 상정함으로써 우주의 미래에 결정적 책임을 부여받은 인간의 의미와 위치에 대하여 그리스도론적 전망을 제시한다.

 


우주에 대한 통전적 시각

 

테이야르의 글에는 지구를 통전적으로 묘사하는 부분이 여럿 있다. 성 이냐시오 데 로욜라의 영신수련 ‘강생의 신비’ 묵상에 기반을 두고 있는 이 이미지를 통해, 그는 지구를 푸른 층으로 둘러싸여 있는 하나의 구로 묘사하고 있다. 이는 지구를 덮은 생명권과 마음의 차원으로서의 정신권을 상징한다.

 

이 이미지는 그 후, 우주 공간에서 처음으로 찍은 그 유명한 청록색의 지구 사진(Blue Planet)을 통해서 우리에게 아주 친숙해졌고, 이런 광경은 상호연관성과 아름다움의 깊은 이미지로 우리 정신에 강한 영향을 주었다.

 

지금은 아이폰의 잠금 화면의 배경으로 널리 친숙하게 사용되고 있기도 하다. 이 사진은 많은 사람들을 위한 영적 쇄신과 희망의 만다라, 테이야르가 예견한 전 지구적 각성을 향한, 그리고 하나를 향한 우리 진화의 이미지가 되었다고 평가하기도 한다.

 

모든 생명의 상호연관성에 대한 통전적 각성은 큰 전체뿐만 아니라 세부적인 각각의 존재를 향해서도 열린 각성이라는 사실을 이해해야 한다. 개개의 구성원이 결합하여 그룹 또는 전체를 형성하면서 개개의 특성은 더 분화되고 강화되어 창조적으로 새로운 어떤 것을 성취한다고 보는 것이 테이야르의 창조적 합일 이론의 특징이다. 그리고 그리스도의 생명 안에서 모든 존재의 상호적인 내적 연관성이 작용한다.

 


모든 존재의 상호 연관성

 

존재를 이어가는 생명체의 이러한 친화성은 모든 생명체가 갖는 고유한 속성이다. 만일 단순한 분자들을 결합시키려는 힘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사랑이 인간화한 형태로 우리와 더불어 더 숭고하게 드러날 수가 없었을 것이다. 사랑은 이와 같은 친교의 가장 숭고한 표현이다. 이것은 자연 세계와 동료 인간 존재들 그리고 궁극적으로 하느님을 포용한다.

 

사랑의 변환 능력은 이제 인간의 의식이 오메가 점에서 새로운 일치, 결합 단계에 도달하고 그 새로운 단계를 성취하도록 밀어주고 있다. 테이야르는 이렇게 모든 실재를 서로 결속시키는 친교와 사랑이 우주 진화의 원동력임을 새롭게 우리에게 깨닫게 함으로써, 모든 살아있는 생명체들이 실제로 하나의 거대한 가족의 구성원이며, 따라서 우리 모두가 매우 실질적인 방식으로 형제요, 자매요, 사촌 간이라는 사실을 알려주었다.

 


진화의 종극점이신 그리스도

 

테이야르는 진화의 전체 과정을 집약된 우주적 과정으로 보면서, 물질, 생명, 정신에 영향을 미치는, 더 큰 복잡성과 의식을 향한 상승의 과정으로 이해했다. 창조는 계속적 과정으로서 진화적 발전을 통해 드러나는 과정이다.

 

창조적 결합이라는 언어를 사용하여 이 과정이 일치의 과정이며 창조된 만물은 적극성과 수동성을 동시에 지니고 있음을 표현하고 있다. 창조된 모든 것은 적극성과 수동성의 양면적 구조를 지니기에 적극적으로 일치하거나 수동적으로 일치되기도 한다. 이 창조적 결합 이론은 테이야르의 영성을 이해하는 데 중요하다. 이 이론을 통해 수동성과 적극성, 성장과 소멸 사이의 역동적 균형을 이루기 때문이다.

 

테이야르는 그리스도를 모든 발전과 성장의 중심으로 이해한다. 그리스도는 모든 자연적 진화를 포함하는 진화의 끝점이다. 그러기에 진화는 성스러운 사건이다. 곧, 인간 예수가 우주적이며 신비적인 그리스도로 성장하고 있고, 모든 존재는 진화를 통해 그분 안에 통합되어 간다. 테이야르에게 그리스도는 순수 인간적이며 윤리적인 자질을 지닌 존재일 뿐 아니라, 전체 우주를 포함하는 모든 진화 과정에서 모든 존재의 중심인 것이다.

 

테이야르는 과학, 종교, 신비주의를 관통하는 일관성을 추구했다. 모든 존재가 일관적으로 그리스도를 중심으로 통합되는 사상의 기반인 그리스도교 육화 신비에 대한 깊은 인격적 신앙이 테이야르의 핵심이다.

 

그가 구상한 새로운 세계관과 그 안에 담긴 비전은 그리스도로 집중되고 그리스도에 뿌리를 두고 있다. 모든 생명의 힘, 우주적 생명의 힘을 믿고 찬양하는 비전, 생명을 신성한 것으로 보는 비전, 이러한 비전이 테이야르의 세계관에 담겨있다.

 

신앙이 없거나 다른 신앙을 지닌 이들도 비록 그리스도에 대한 헌신을 함께하지는 못할지라도, 이 비전이 지닌 위대한 힘은 공유할 수 있을 것이다. [경향잡지, 2011년 8월호, 심종혁 루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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