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5일 (수)
(백) 부활 제7주간 수요일 이들도 우리처럼 하나가 되게 해 주십시오.

윤리신학ㅣ사회윤리

[사회] 비정규직 관련 규정의 변화와 그 영향

스크랩 인쇄

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5-05-21 ㅣ No.1244

[경향 돋보기 - 이 땅의 비정규직] 비정규직 관련 규정의 변화와 그 영향



비정규직의 현황과 의미

비정규직의 현황 - 최근 통계청의 경제활동 인구조사에 따르면, 2014년 8월 기준으로 비정규직 근로자는 약 607만 명이다. 이는 전체 임금 근로자 1,877만 명의 32.4%에 해당한다. 비정규직 근로자 중에서 기간제 근로자와 같은 한시직이 절반이 넘는 58%(약 350만 명)이며, 파견 · 용역 · 특고‘(특수형태 근로 종사자’의 약어, 독립 사업자의 지위와 근로자의 실질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중간영역 취업자를 의미함.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되지 않는 경우가 보통임.) 등 비전형 근로자가 210만여 명으로 35%, 그리고 단시간 근로자(시간제 근무)가 200만 명으로 33% 정도를 차지한다(시간제 근무이면서 기간제 근로자인 경우가 많으므로 중복 계산된 부분도 있다.).

비정규직의 기준에 대해서는 우리나라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분류기준이 조금 다르다. OECD에서는 주로 한시적으로 취업하고 있는 근로자를 비정규직으로 분류한다. 기간제, 파견, 계절, 호출 근로자가 이에 해당된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용역과 특고도 포함한다. 만약 분류기준을 같게 하면 2013년 기준으로 전체 근로자 중 비정규직의 비중은 OECD 회원국 평균은 11.8%이고, 우리나라는 22.4%가 되어 OECD 평균보다 두 배 높다.

비정규직의 뜻 - 우리 노동법에는 비정규직이라는 용어를 직접 정의하거나 사용하고 있는 법률은 없다. 곧 비정규직은 법률용어가 아니다. 일반적으로 비정규직(non-regular, atypisch)은 정규직(regular, typisch)에 대한 상대적 개념으로 사용하고 있을 뿐이다. 정규직은 우리 노동법이 일반적인 고용형태로 전제하고 보호규정을 두고 있는 전형성을 갖춘 고용형태이다. 근로기준법이 보호하는 전형적인 고용형태란 고용주인 사용자의 지휘명령을 받으며 통상적인 근로시간(법정근로시간)을 일하고, 기간을 정하지 않은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를 뜻한다. 따라서 정한 기간이 있고(기간제), 통상적인 근로시간보다 짧게 일하며(시간제 근무), 고용주가 아닌 제삼자에게 노무를 제공하는 고용형태(파견)를 전형적인 근로관계가 아니라는 의미에서 비전형 또는 비정규직이라고 부를 수 있다.


비정규직의 확산과 관련 법령

비정규직의 확산 배경 - 1998년 이전에는 비정규직이라는 용어가 사실 없었다. 다만, 근로기준법은 과거 계약기간에 대해서 기간을 정하지 아니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1년을 초과하지 못한다고 규정한 바 있다. 이 규정의 의미는 근로자가 특정 직장에 장기간 구속되는 것을 피하고 1년마다 직장 선택을 자유롭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대법원은 우리 근로기준법이 정한 1년이라는 계약기간은 1년이 초과하면 언제든 근로자가 사용자의 구속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의미이며, 다년계약을 체결하는 것도 무방하다고 해석하였다. 곧 자유로운 계약기간 설정을 인정한 것이다. 그렇지만 파견형태의 고용관계는 직업안정법에서 엄격히 금지하였다.

그런데 1990년대에 세계적인 경쟁체제가 구축되면서 우리 기업도 국가의 보호우산을 벗어나 무한경쟁에 내몰리게 되었다. 우리 기업들은 원가인하, 고용 유연성 확보 등 생존을 위한 감량경영에 돌입하였고, 그 절정은 1998년 금융위기였다. 기업은 인건비가 높은 정규직 근로자에 대한 구조조정을 하고, 대신 인건비가 싸고 언제든 해고가 가능한 비정규직 근로자를 적극 활용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전체 임금 근로자 중에서 임시직 또는 한시직의 비중이 35% 이상 증가하였다. 금융위기로 실업이 된 중·장년층과 그 이후 구직시장에 들어선 청년들의 일자리가 주로 임시직에 집중되기 시작하였다.

비정규직법의 등장 - 당시 정부는 국제통화기금(IMF)에서 구제금융을 지원받으며 경제개혁과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높이는 정책을 추진할 수밖에 없었다. 그 하나로 1998년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파견법)을 제정하여 파견 노동시장의 일부를 개방하였다. 그러나 파견법은 노동력 수요가 많지 않은 행정 사무직을 중심으로 한 32개 업무에 대해서만, 그것도 2년까지 파견근로를 허용하였다. 많은 수요가 예상되는 제조업과 건설, 핵심 서비스업에는 허용하지 않았다.

이와 같이 파견근로가 인력 활용 유연화라는 기업의 수요를 감당하는데 한계가 있었기 때문에 기업은 기간제 근로자 사용을 늘리고, 도급 등의 방식으로 외부 노동력을 활용하는 방법을 채택하였다. 그 결과 기간제 근로자의 비중이 상당히 가파르게 늘어났고, 업무위탁이나 사내도급 등과 같은 외부 노동력 활용이 증가하였다.

2006년 정부는 기간제 근로자의 비중이 비정상적으로 증가하게 되자 기간제의 사용을 규제하고 기간제 근로자를 부당하게 차별하는 것을 금지하는 ‘기간제 및 단시간 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기간제법)을 제정하고, 2007년 7월부터 시행하였다. 이로써 ‘비정규직의 사용기준 및 근로자보호에 관한 법령’은 파견법과 기간제법으로 정비되었으며, 비정규직에 포함되는 고용형태는 파견과 기간제 그리고 단시간(시간제 근무)으로 유형화되었다. 그렇지만 도급방식에 따라 원청회사의 사업장에서 근로를 제공하는 하청 근로자의 보호문제는 비정규직법 대상에서 제외되었다.


비정규직 관련 규정의 내용과 변화

기간제법은 기간제 근로자의 사용기간을 제한하고 불합리한 차별적 처우를 금지하는 것을 내용으로 한다. 파견법은 파견근로의 대상업무와 파견기간 등 파견요건과 또한 차별금지를 그 핵심내용으로 한다.

기간제 근로자의 사용기간의 제한 - 기간제 근로자는 특정 기업에서 총 2년을 초과하여 사용될 수 없다. 다만, 그 기간 중에 반복 갱신되는 횟수는 제한하지 않는다. 따라서 근로자와 사용자는 2년의 범위 내에서 자유롭게 계약기간을 정할 수 있고, 반복체결도 가능하다. 만약 2년을 초과하여 근로자를 계속해서 고용할 경우에는 기간을 정하지 않은 근로계약, 곧 무기 계약으로 전환된다. 이때 무기 계약으로의 전환은 반드시 정규직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정규직일 수도 있고 무기 계약직이라는 별도의 직군일 수도 있다. 기간제법은 예외적으로 객관적 사유가 있거나 전문적 지식이나 기술의 활용이 필요한 경우, 사회복지 사업에 기초한 일자리인 경우, 일정액 이상의 고연봉자 등에 대해서는 2년의 기간제한을 두지 않는다.

차별금지와 시정 제도 도입 - 사용자는 기간제 근로자(단시간 근로자나 파견 근로자도 마찬가지)라는 이유로 같은 회사 내에 같거나 비슷한 업무에 종사하는 정규직 근로자에 비하여 차별적 처우를 해서는 안 된다.

차별적 처우란 임금, 상여금, 성과금 그리고 그밖의 근로조건과 복리후생 등에 관한 사항에서 합리적 이유 없이 불리하게 처우하는 것을 말한다. 합리적 이유가 있어서 근로조건에 차이를 두는 것은 차별이 아니다. 합리적 이유가 있는지 여부는 기술, 능력, 성과, 업무내용, 권한, 책임 등을 종합해서 판단한다. 비정규직 근로자가 차별적 처우를 받았다고 생각하면 노동위원회에 차별받은 날부터 6개월 이내 차별시정을 신청할 수 있다. 노동위원회는 차별적 처우가 인정되면 해당 사용자(회사)에게 차별시정 명령을 내린다. 그렇지만 현실적으로 차별시정 절차의 활용도가 높지 않다. 그 이유는 차별시정 제도가 아직 근로자들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은 데다, 대부분의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자신을 드러내며 차별시정을 요구할 경우 받게 될 불이익을 우려하여 차별시정 절차를 활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비정규직법은 근로자의 신청이 없더라도 행정관청이 직접 차별시정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를 도입했다. 근로 감독관이 사업장 점검 때 임금 등 근로조건에 대한 차별을 확인하고 이를 시정할 수 있도록 예방적 지도를 하는 것이 근로자의 보호에 더 효과적일 수 있다는 점도 그 이유이다. 그 밖에도 최근 기간제법 개정으로 차별시정 절차에서 노동위원회는 사용자의 차별적 처우에 명백한 고의가 인정되거나 차별적 처우가 반복되는 경우에는 손해액을 기준으로 세 배까지 징벌적 배상을 명령할 수 있게 하였다. 사용자에게 금전부담을 높여 차별을 예방하겠다는 것이 그 취지라고 할 수 있다.

파견법의 내용과 변화 - 2007년 시행된 기간제법에 따라 파견 근로자에 대해서도 차별시정 절차가 도입되었다. 무엇보다도 과거에는 사용 사업주가 2년을 초과하여 계속해서 파견 근로자를 사용하는 경우에는 그때부터 파견 근로자를 고용한 것으로 간주하는 규정을 두고 있었다(고용간주 규정). 그러나 2012년 2월의 파견법 개정에서는 불법파견의 요건을 갖춘 경우에는 언제든지 사용 사업주가 해당 파견 근로자를 직접 고용하도록 하는 의무를 부과하였다. 곧 파견대상 업무가 아닌 업무에 근로자를 파견하거나, 파견기간이 객관적 사유가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 2년을 초과한 경우 또는 무허가 파견 사업주에게서 파견 근로자를 제공받은 경우에 사용 사업주는 그때부터 바로 파견 근로자를 직접 고용해야 할 의무를 부담한다.


비정규직 관련 규정의 영향과 과제

비정규직법 시행 이후 오히려 비정규직의 규모,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근로조건 격차는 더욱 확대되고 있다. 비정규직법 시행 이후 발생한 몇 가지 문제점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2년 주기의 노마드(Nomad) 양산 - 기간제 근로자의 사용기간이 원칙적으로 2년을 초과할 수 없게 되자 기업들은 2년이 되기 전에 해당 근로자에 대한 계약갱신을 거부하고 다른 기간제 근로자로 대체하는 현상이 일반화되고 있다. 그 결과 기간제 근로자들은 한 직장에서 안정적인 직장생활을 하지 못한 채 2년마다 직장을 옮겨 다니는 신세가 되었다. 타의로 말미암은 직장 노마드(유목민)가 탄생한 것이다. 기업으로서는 예측하기 어려운 경기변동에 대응하고자 정규직 전환을 꺼린다. 그 결과 재직기간이 2년 미만인 근로자의 70% 이상이 계약기간 만료 때 계약이 종료된다. 직장이 안정되지 못하고 여기저기 전전하게 됨에 따라 근로자의 생활과 정신건강도 피폐해지고 있다. 근로자가 좀 더 오래 직장에 머무를 수 있게 하려는 대안을 찾아야 한다.

무기 계약직 등장 - 2년이 지나 기간을 정하지 않은 근로자가 되더라도 곧바로 정규직이 되는 것이 아니라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중간단계인 무기 계약직으로 배치되는 경우가 다수이다. 무기 계약직은 정년은 보장되지만 승진이나 업무변경이 어렵고, 근로조건이 정규직에 비해 낮다는 특징이 있다. 시중에서는 이를 가리켜 ‘중규직’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런데 우리 비정규직법은 무기 계약직을 보호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무기 계약직에 대해서도 차별문제가 제기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쪼개기 계약’ 난무 - 노동법은 1년 미만의 근로자에 대해서는 퇴직급여를 지급하지 않을 수 있게 하고 있으며, 또 3개월 미만의 수습 근로자에게는 최저임금을 일반 근로자보다 적게 줄 수 있게 허용하고 있다. 그 밖에도 1주일 근로시간이 15시간 미만인 초단시간 근로자에 대해서는 기간제 사용기간 제한이 적용되지 않고, 사회보험의 가입도 의무화되지 않는다. 그 결과 조금이라도 더 비용을 절감하려는 사업자들은 계약기간을 1년 미만 또는 3개월 미만으로 하거나 1주일 근로시간을 15시간 미만으로 정하는 경우(이를 언론에서는 ‘쪼개기 계약’이라고 부른다.)가 많다. 이러한 단기 또는 초단시간 계약의 반복갱신은 근로자들의 불편과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을 뿐만 아니라 사실상 탈법행위가 될 수 있다. 이러한 탈법을 막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차별시정 효과 저조 - 차별시정 제도는 어느 정도 마련되었으나 여전히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차별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 오히려 근로조건의 격차가 더 심화되기도 한다. 이를테면 비정규직의 평균 임금수준이 정규직의 64% 정도, 사회보험 가입률은 정규직의 절반인 38-44% 수준에 그치고 있다. 정규직이 누리는 기업복지 혜택에서 배제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차별문제를 해소하거나 줄일 수 있는 좀 더 효과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이를테면 노동조합이 비정규직을 대신하여 차별시정 신청을 할 수 있게 하는 것도 그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다.

파견 대신 하청 넘쳐 - 파견이 엄격하게 규제되고 기간제도 2년으로 제한되기 때문에 기업은 하청업체의 활용으로 유연화 전략을 구사하였다. 그 결과 제조업은 물론이고 일반 서비스 업종에 대해서까지 하청이나 용역 등 업무위탁(아웃소싱)이 지나치게 많이 사용되는 경향이 있다. 원청은 필요하면 언제든 도급계약을 해지할 수 있기 때문에 하청업체나 용역업체에 고용된 근로자들은 고용불안을 느낄 수밖에 없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원청과 하청의 동반성장, 상생협력과 같은 문제가 던져지고, 하청 근로자에 대한 공정한 대가 보장과 고용안정 문제가 정책과제로 제시되고 있다.

* 박지순 - 노동법 전문가. 독일 아우크스부르크대학교에서 법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지금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이다. 고용노동부 규제심사위원회, 노사정위원회 비정규직대책위원회 등 각종 의제별 위원회에서 공익위원을 지냈다. 주요 저서로 「노동법강의」(공저), 「사회보장법」(공저) 등이 있다.

[경향잡지, 2015년 5월호, 박지순]



1,995 0

추천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