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9일 (목)
(백) 부활 제6주간 목요일 너희가 근심하겠지만, 그러나 너희의 근심은 기쁨으로 바뀔 것이다.

교의신학ㅣ교부학

[교부] 디다케(Didach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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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4-11-20 ㅣ No.34

디다케(Didache)

 

 

1. 문헌의 가치와 중요성

 

우리는 그리스도교의 신앙의 핵심인 [사도신경]에 대해 살펴보았다. 이번에는 초대교회 신도들의 윤리생활과 전례와 제반 규정에 관한 중요한 문헌인 디다케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자. 디다케(Didache)란 희랍어 단어는 [가르침]이란 뜻이다. 이 문헌의 원래 이름은 (열두 사도들을 통하여 이방인들에게 전해진 주님의 가르침)인데 이를 줄여 (열두사도의 가르침)이라고도 부르고, 더 줄여서 그냥 디다케로 부른다.

 

이 문헌의 저자는 전해지지 않고 있으며, 저술 연대에 대해서 논란이 많지만 대략 1백년-1백 50년 사이로 보고 있다. 16장으로 되어 있는 이 문헌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눌수 있는데, 전반부(1-6장)에서는 윤리적인 가르침을 두 가지 길, 즉 [생명의 길]과 [죽음의 길]로 서술하고 있으며, 후반부(7-15장)에서는 교회의 전례와 제반 규범을 규정하고, 끝으로 주님의 재림에 관해 가르치고 있다.(16장)

 

디다케는 초대교회부터 중요하게 여겨져서 마치 신약성서의 정전(正典)처럼 읽혀져 왔다. 이 때문에 4세기에 에우세비오와 루피누스는 디다케가 정전이 아니라고 명백히 밝혀야 했다. 한편 성 아타나시오에 의하면 디다케의 전례 기도문이 교회 안에 널리 사용되었고 또 예비자들을 교육하는 데에도 사용되었다고 한다. 디다케는 2세기 초엽까지의 교회 공동체의 생생한 모습을 우리에게 보여주며, 후대 동방 서방 교회의 모든 전례 및 윤리규정들에 원형젹인 규범이 되어왔다. 이 문헌은 교부문헌총서 제7권(정양모신부 역)에 우리 말로 번역되어 있다.

 

 

2. 두가지 윤리적 가르침

 

디다케 1-6장에 나오는 생명의 길과 죽음의 길의 내용은 [두가지 길]이란 주제로 후대 영성생활과 수덕생활에 관한 저서들의 기초가 되었다. 이 주제는 신명 11,26-31. 시편 1,1-6. 마태 7,13-14에 나오는 것인데 디다케는 생명에 이르는 길과 죽음에 이르는 길의 항목들을 보다 폭넓게 제시하고 있다. 두가지 길에 이어 세례 의식이 나오는 것으로 보아 이 윤리적 가르침은 예비자들이 세례를 받기 전에 지켜야 할 전제 조건이거나 또는 세례 후에 신자로서 준수해야 할 사항들을 규정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두 가지 길이 있습니다. 하나는 생명의 길이고 다른 하나는 죽음의 길인데 두 길의 차이가 큽니다. 생명의 길은 이렇습니다. 첫째로 당신을 만드신 하느님을 사랑하고, 둘째로 당신이웃을 당신처럼 사랑하시오. 또 당신에게 하지 않기를 원하는 모든 것들을 당신도 남에게 하지 마시오"(1,1-2).

 

이어서 여러가지 윤리적인 권고와 금령들이 열거되어 있다. "죽음의 길은 이렇습니다. 무엇 보다도 이 길은 악하고 저주로 가득차 있습니다. 살인,간음,탐욕,음행,도둑질,우상숭배,마술,교만,인색,수다,음담패설,질투,무례,교만,자만,현명치 못함등입니다."(5장). 그리고 여러가지 악행들이 계속 열거되는데 금령들중에 오늘의 한국 현실과 연관하여 우리의 주의를 끄는 대목은 "태아를 낙태하지 말고, 영아를 살해하지 마시오"이다. "낙태하지 말라"는 가르침은 여기 말고도 초대 교부시대의 문헌인 [바르나바 서간] 19,5에도 나오는 것으로 보아 교회의 일관된 준엄한 가르침이었다. 교회는 모태에 있는 태아를 죽이는 것을 살인행위로 보고있다.

 

 

3. 전례와 기도의 가르침

 

디다케가 가지는 역사적 가치와 중요성은 후반부에 나오는 전례와 기도에 관한 가르침에서 더욱 높다. 제 7장은 세례의 방법에 대해 이렇게 서술하고 있다.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흐르는 물에서 세례를 베푸시오. 만일 흐르는 물이 없으면 다른 물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또 찬 물이 없으면 더운 물도 사용할 수 있습니다. 둘 다 충분치 못할 때에는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이마에 세 번 부으시오" 여기서 볼 수 있듯이 세례는 흐르는 물, 즉 강이나 샘에서 완전한 침수(沈水)로 베푸는 것을 원칙으로 하였다. 흐르는 물, 즉 살아있는 물(生水)로 세례를 베푸는 것은 하느님의 생명 안에 새로 태어난다는 세례의 의미와 잘 부합되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 교회에서 흔히 실시하는 이마에 물을 붓는 세례의식이 사실은 모든 여건이 불가능 할 때에 사용하는 예외적인 방법이었음을 알 수 있다. 제 9장에는 미사의 성찬기도문이 나오며 세례를 받지 않은 예비자들은 영성체를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성찬 전례를 하기에 앞서 자기 잘못들을 고백해야 한다는 규정(14장)은 오늘의 미사 시작부분에 바치는 [참회의 예절]의 기원으로 볼 수 있다.

 

한편 유대교 전통에 매여 있던 그리스도교가 점차 이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길을 찾아가는 모습을 이 문헌에서 볼 수 있다. 토요일을 안식일로 하여 하느님께 예배를 바치는 유대교의 오랜 전통을 버리고 주님의 부활을 기념하는 일요일을 주님의 날(主日)로 정하여 모든 신자들이 함께 성찬전례를 거행하였다.(14장) 이에 곁들여 월요일과 목요일에 단식을 하던 유대교의 전통대신에 수요일과 금요일에 단식을 하도록 명하고 있다.(8장)

 

그리고 하루에 세 번 주의 기도문을 바치라고 하는데(8장), 이것은 구약의 이스라엘 백성이 하루 세 번 바치던 "쉐마 이스라엘"(이스라엘아 들으라)기도 대신에 신약의 가장 중요한 기도문인 주의 기도문을 바치게 한 것이다. 주목할 점은 주의 기도문안에 "권세와 영광이 영원히 주님의 것입니다."란 구절이 포함되어 있는데 이 구절은 오늘날 미사 때에 주의 기도문 끝에 바치는 구절이며, 어떤 성서 고사본의 마태 6,13절에도 나오는 구절이다.

 

[이형우 신부님, 대구 대신학원 강의록 / 성 베네딕도회 왜관 수도원 홈페이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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