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0일 (금)
(백) 부활 제6주간 금요일 그 기쁨을 아무도 너희에게서 빼앗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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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부] 삶의 지혜4: 로마의 클레멘스가 고린토인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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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6-02-09 ㅣ No.133

교부들로부터 배우는 삶의 지혜 (4) 로마의 클레멘스가 ‘고린토인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착한 목자”


[본문]

 

고린토 교회의 깨어진 질서

 

우리는 당신들 중에 몇몇이 성실하게 직무를 수행하고 공동의 선(善)을 위하여 살고 있는 사제들을 파면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44, 6). 

 

사랑스런 형제들이여, 튼튼했던 고린토 교회가 한두 명 때문에 사제들을 대항해 폭동을 일으켰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이는 수치스러운 일이며 그리스도의 제자가 될 자격이 없는 일입니다(47, 5~6). 

 

우리가 성령 안에서 이 편지를 썼다는 것에 당신들이 순명한다면, 우리가 이 편지 안에서 평화와 일치를 위하여 당신들에게 요구하는 대로 당신들의 분노가 가져온 부정한 일을 끊어버리십시오(63, 2).

 

우리는 여러분이 성실한 생활을 하는 몇 사람을 흠 잡힐 데 없이 존경받던 직무에서 쫓아낸 것을 알고 있습니다(44, 6). 

 

사랑스런 형제들이여, 매우 굳건하고 오래된 고린토 교회가 한두 사람 때문에 사제들에게 대들었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이는 매우 수치스러우며 그리스도 이름에 어울리지 않는 처신입니다(47, 6). 여러분은 우리가 성령을 통해 기록한 것에 순종하였습니다. 우리가 평화와 일치에 관해 이 편지에서 제안한 요청에 따라, 시기로 일어난 여러분의 무모한 분노를 완전히 없앤다면, 여러분은 우리에게 기쁨과 환희를 줄 것입니다(63, 2).

 

하느님께서 세우신 그리스도의 사제직

 

사도들은 주님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명령에 따라 우리를 위한 기쁜 소식의 배달부가 되었고, 예수 그리스도는 하느님에 의해서 파견되셨습니다. 그러므로 하느님의 명령에 따라 예수 그리스도가 파견되셨고, 예수 그리스도의 명령에 따라 사도들이 파견되었습니다. 이것은 바로 하느님의 의지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따라서 성령과 함께 하느님의 말씀에 의해 보증된 우리의 주님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에 대한 가르침들을 받은 사도들은 하느님의 왕국이 도래해야 한다는 기쁜 소식을 알리기 위해 떠났습니다. 시골과 도시들을 가로지르며 설교하는 사도들은 성령을 체험한 후에 그들의 맏배들을 미래의 신앙인들을 위한 주교들과 부제들로서 세우셨습니다. 이것은 오래 전부터 있었던 것이기에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닙니다(42, 1~5).

 

 

사제는 덕행도 선행도 뛰어나야


[해설]

 

바오로 사도가 3차 전도여행(53~58년경) 중에 쓴 「고린토인들에게 보낸 첫째 편지」와 수신인이 같은 로마의 클레멘스의 유일한 작품인 「고린토인들에게 보낸 편지」(96~98년경 저술)는 신약성서 이후 가장 오래된 교회 문헌으로 초기 교회 생활의 모습을 잘 보여준다. 특히 초기 교회의 교계제도에 관한 내용을 전한다.

 

로마의 클레멘스(30~101년경)는 제4대 교황(92~101년 재위)으로 순교자이고 성인(축일 11월 23일)이다. 바오로 사도가 이미 「고린토 교회의 분열에 대한 충고」(1고린 1, 10~17)를 하였지만, 이 교회의 내분이 재발 · 악화되어 교만한 무리들이 교회의 권위에 대항하고 사제들을 쫓아내는 잘못을 범하여, 소수의 열심한 신자들만이 쫓겨난 사제들을 옹호하였다. 

 

이에 클레멘스는 고린토 교회의 떨어진 권위를 다시 세우기 위해 로마의 주교로서 서간을 보냈다. 클레멘스는 고린토 교회의 신자들이 다시 「평화」를 이루고 서로 「일치」하기를 바라고 있으며, 사도들의 전승 위에 세워진 사제들의 적법한 권위를 잘못 알고 경솔한 행동을 했던 이들이 다시 참회하고 회개하도록 이끌고 있다.

 

클레멘스는 그리스도의 사제직이 하느님에게서 나온 것임을 강조한다. 사도들은 성령을 체험한 뒤 자신들의 맏배(첫 열매)인 주교(episcopus), 사제(presbyter), 부제(diaconus)를 세워 교회를 이끌 책임자 자리에 앉게 하였기에, 공동체가 그들에게 권한을 주는 것이 아니라 그 권한은 사도에게서 온 것이고, 더 나아가 하느님에게서 나온 것이다. 아무도 그리스도의 사제직을 빼앗을 수 없다.

 

성서에 나오는 삯꾼과 착한 목자의 이야기를 보자(요한 10, 11~16). 삯꾼은 삯을 받고 임시로 일하는 일꾼이다. 「나쁜 목자」는 이리가 나타나면 양들을 내버리고 도망쳐, 양들이 이리의 먹이가 되도록 내버려 둔다. 그러나 착한 목자는 윤리·도덕적인 의미가 아니라, 양들을 위해 목숨을 바치는 사람을 의미한다. 착한 목자는 자신이 사랑하는 양들을 위해 기꺼이 「목숨」을 바친다. 진정한 의미의 착한 목자는 희생하는 자이다. 

 

양들을 구하기 위해 목자는 죽을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양들의 구원은 착한 목자의 죽음을 통해서 이루어진다. 양들이 이러한 착한 목자를 떠나면 어둠, 고통, 죽음을 맞을 수 있다. 그리스도 양떼의 선(善)을 위하여 세워진 목자들은 양들을 기르는 「착한 목자」들이다. 예수께서는 많은 착한 목자 가운데 한 분이 아니라 유일한 착한 목자이시다.

 

사제는 외적으로나 내적으로 거룩해야 한다. 사제는 덕행도 선행도 뛰어나야 한다. 사람들이 사제를 존경하는 만큼 사제는 존경을 받을만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 사람들이 사제를 신뢰하는 만큼 사제는 신뢰를 받을만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 사제가 겉으로만 겸손하다면 사람들은 사제를 따르는 척하고, 사제가 진심으로 겸손하다면 사람들은 사제에게 고개를 숙이며, 사제가 성인처럼 겸손하다면 사람들은 사제에게 무릎을 꿇는다. 사제는 그리스도의 사제직이라는 영광스러운 상속을 받았으니 사제는 이 상속을 받을만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흠 없이 이 상속을 물려주어야 한다.

 

※ 더 읽을거리 : 『내가 사랑한 교부들』(분도출판사 2005)

 

[가톨릭신문, 2005년 4월 24일, 배승록 신부(한국교부학연구회, 대전가톨릭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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