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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오늘 (3) 사회 속 청년, 교회 속 청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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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8-05-21 ㅣ No.107

[청년, 오늘] (3) 사회 속 청년, 교회 속 청년


교회, 청년들 아픔에 공감해 주는 안식처 돼야

 

 

학업에만 몰두해야 했던 청소년 시기를 지나 청년이 되면 하고 싶은 것도, 해야만 하는 것도 많아지는 시기를 맞게 된다. 그런데 최근 청년의 모습을 보면 해야만 하는 일이 하고 싶은 일을 넘어서고 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성인이 된 청년들은 열심히 공부해서 대학을 졸업하면 좋은 기업에 입사할 수 있고, 원하는 미래가 펼쳐질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를 품고 성장했다. 하지만 극심한 경제 불황의 여파로 특정한 목표나 꿈보다는 안정된 소득을 꿈꾸는 청년들이 점차 늘어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경제적 요인 외에도 사회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요인들이 청년들의 삶을 변화시키고 있다. 교회 안의 청년들 역시 사회적 영향에서 벗어날 수 없다.

 

통계청이 발표한 ‘경제활동인구조사’에 따르면 2012년 7.5%였던 우리나라 청년실업률이 2017년 9.8%까지 올랐다. 이는 OECD 평균 청년실업률이 점차 낮아지는 현상에 역행하고 있는 수치다. 인접한 국가인 일본이 2014년 6.2%에서 2017년 4.7%로 감소하는 것과도 대조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경우 청년층 인구는 감소하고 있다. 하지만 노동시장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청년층이 늘어나는 데 반해 일자리 창출력 저하, 정년 연장에 따른 퇴직 감소 등 다양한 사회구조적 요인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현상으로 인해 사회 진출 전후의 청년들은 경제적, 심리적으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대학생 청년의 경우 학업과 아르바이트, 취업 준비라는 3중고를 겪고 있다. 힘겹게 대학에 입학해도 캠퍼스에서 펼쳐질 낭만보다는 ‘취업’이라는 대과업에 집중하게 된다. 그러다 보니 취업과 관계된 동아리 활동은 선호하지만, 온전히 종교적 이유로 단체 활동을 하는 것은 꺼리는 경우가 많다. 본당에서는 더욱 대학생 청년을 찾아보기가 힘들어졌다.

 

서울대교구 청소년국 대학교사목부(담당 은성제·최봉용 신부)가 2016년 3월 서울대교구 가톨릭대학생연합회 소속 26개 대학교 163명의 회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신앙실태 조사에 따르면 ‘매주 주일미사를 드린다’고 응답한 비율은 55.83%, ‘드리지 않는다’고 응답한 비율은 22.09%였다. 

 

대학생 김다영(가명·25)씨는 임용고시를 준비하고 있다. 김씨는 학교 수업이 끝나면 실습을 가는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올해 11월에는 시험도 앞두고 있다. 김씨는 본당에서는 특별히 활동하지 않았지만 대학교 3학년까지 가톨릭학생회 활동을 열심히 하며 신앙생활을 유지했다. 그런데 4학년이 되자 본격적으로 취업을 준비해야 했고, 결국 가톨릭학생회 활동은 쉬게 됐다. 김씨는 “학업이나 아르바이트를 하게 되면 몸이 힘들어져서 미사를 가거나 기도를 하는 데 소홀해지게 된다”고 말했다. 김씨와 같이 4학년이 되면 취업 준비로 인해 가톨릭학생회 활동을 접거나 교회 활동을 줄이는 경우가 많다. 

 

오랜 시간 취업을 준비하던 한 20대 후반의 청년은 “성당에 나가면 ‘어디 취업했냐’고 사람들이 물어볼까봐 나가기 꺼려진다”고 말한다. 이러한 사례 외에도 어느 청년은 어디에 다닌다거나 무슨 일을 해서 잘 산다는 등 본당 신자들의 말들이 부담스러워 교회 활동을 그만두게 되는 경우도 있다.

 

분명 고용 불안이라는 사회적 상황이 청년들에게 외적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하지만 단지 이 요인이 청년이 교회를 떠나는 근본적 문제라고 볼 순 없다. 실제 청년들이 교회 활동에 어려움을 겪는 데에는 신앙과 심리적 요인 등 내적 요인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

 

앞선 가톨릭학생회 설문 조사에서도 ‘무엇이 나를 불행하게 만듭니까?’라는 질문에 ‘나에게서 나오는 문제들’을 37.42%로 가장 많이 꼽았으며 ‘인간관계에서 오는 문제들’, ‘불안함’ 등이 뒤를 이었다. 경제적 문제는 4.91%로 다른 요인에 비해 낮은 비중을 차지했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조정환 신부(서울 청파동본당 주임 겸 숙명여자대학교 사목 담당)는 “교회 구성원들이 청년들이 겪고 있는 아픔을 공감해주지 못하고 있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취업이 되면 청년이 잘 나올까요?”라고 반문한 조 신부는 “1997년 IMF 시절 신자 수가 증가한 것처럼 청년들은 자신의 삶이 힘들어지면 어딘가 기대고 싶어 하는 게 분명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 신부는 “미사 참례조차 어려운 상황에 처한 청년들에게 참례 여부 자체를 다그치기보다 이런 아픔을 겪고 있는 청년들에게 교회는 안식처가 돼줄 수 있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조 신부의 말처럼 취업이라는 문제는 청년들이 교회를 나오지 않는 원인의 일부에 불과하다. 막상 취업한 청년들도 업무에서 많은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교회 활동을 주저하기 때문이다. 박미나(데레사·31·서울 주교좌명동본당)씨는 취업이라는 힘든 관문을 통과했지만, 여전히 직장에서의 업무와 성당에서의 봉사로 갈등하고 있다. 박씨는 “미사를 드리러 가는 것이 아니라 일하러 가는 것 같고 만약 출석하지 못하면 다른 단원들에게 미안해해야 하는 상황이 힘들다”고 말했다. 

 

이처럼 청년에게 교회는 가기는 하지만 부담을 느끼는 장소가 되고 있다. 

 

한덕훈 신부(인천교구 청소년사목국 청년부 부국장)는 “청소년 시절부터 학업 등으로 인해 교리 교육이나 활동이 의무적으로 이뤄지지 않아 신앙이 견고하지 못한 것이 근본적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대학 진학이나 취업 장벽이 높아지는 현실적 상황이 더해져 신앙은 뒷전인 경우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 신부는 “신앙에 대한 지식이 ‘무’(無)에 가까운 상태에서 청년으로 성장하면 여전히 ‘나의 신앙’에 대한 확신이 없는 경우가 많다”고 우려를 표했다. 한 신부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우선 청년들을 위한 ‘신앙 교육’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한다. 

 

또한, 한 신부는 “이 시대의 청년들이 분명히 사회적으로 어떤 영역을 맡아야 하는 만큼 스스로는 ‘나는 왜 가톨릭 신자인가’라는 자신의 신앙에 대한 부분을 생각해 보고, 그 안에서 기쁨을 찾기 위해 정비해야 할 부분이 있다”고 강조했다.

 

청년들의 신앙을 위해 가정의 분위기도 중요하다. 가톨릭학생회 설문 조사를 살펴보면 절반에 가까운 대학생이 ‘내가 신앙을 지속하게 된 이유’를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라고 답했다. 임용고시를 준비하는 대학생 김다영씨의 경우도 어려운 상황에서 신앙생활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에는 가족들이 함께 신앙생활을 했기에 가능했다고 말했다.

 

교회 안팎의 전문가들은 사회적으로 놓인 청년들의 상황이 녹록지 않다는 사실을 모두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그 안에 분명 ‘희망’이 있다고 말한다. 신앙이 주는 기쁨을 맛본 청년들은 아무리 힘든 일이 많아도 성당에 나가지 않았을 때 더 힘들다고 말한다. 청년에게는 미사 참례 여부와 상관없이 영적 갈망이 항상 내재돼 있다. 그런 청년들을 위해 교회는 어떤 돌봄을 시도하고 있는지 고민해야 한다. 

 

조정환 신부는 “청년들에게는 여전히 선함이 있고 희망이 있다”면서 “청년들도 자신이 처한 어려움을 신앙 안에서 풀고 싶어 하는 부분이 있는데 영적 돌봄을 통해 이러한 문제를 해소해 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조 신부는 ‘공감’을 강조하며 “청년들과 눈높이를 맞춘 대화 방식뿐만 아니라 사제들이 그들의 삶을 공감할 수 있는 체험의 장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가톨릭신문, 2018년 5월 20일, 최유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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