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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 신앙과 심리: 아내와 대화를 그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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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6-03-17 ㅣ No.304

[신앙과 심리] 아내와 대화를 그만하고 싶다

 

 

가족 사이 갈등은 초기 해결이 중요하다. 미국의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이혼 부부가 이혼을 결심하기까지는 6, 7년의 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오랫동안 고통 받다가 이혼을 결심할 것이 아니라 문제가 발생했을 때 상담 등을 통해 해결하려는 노력이 가장 중요하다.

 

이혼율이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수많은 이유로 이혼 소장이 접수되는 중에 성격 차이는 10년 넘게 이혼 사유 1위를 차지하고 있다.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연간 이혼 건수는 약 11만 5,500건으로, 연간 혼인 건수 30만 5,500건의 약 38%에 달한다. 이혼 사유로는 ‘성격 차이’가 47.8%였다(재경일보 2016. 1. 14.). 하지만 부부 갈등을 초래하는 문제들은 좀 더 현실적인 것들이다. 예를 들어 금전, 배우자와의 커뮤니케이션, 자녀, 성적 갈등, 시가-처가의 관계, 심지어 종교나 취미, 대인관계까지 그 원인이 된다. 좀 더 깊게 들여다보면 배우자에 대한 욕구와 기대의 차이에서 오는 실망감을 들 수 있다.

 

결혼생활 유지에 가장 큰 어려움이라고 여겨지는 성격 차이. 하지만 다른 성격은 당연한 것이다. 성격은 어려서부터 저마다 독특한 구조를 가진 가족 안에서 발달시켜왔고 각자 태어난 가족구조를 내면화시켰다고 볼 수 있다. 이 내담자의 부모는 각자의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고 산만한 가족구조여서 어려서부터 의논 대상이 없이 주요 결정을 스스로 해야 했다. 경제적인 여유가 없는 형편에 막내이지만 가장 공부를 잘해 부모가 거는 기대가 높았고, 자신도 부모님께 실망시키지 않으려는 욕구가 강했다.

 

조용한 성품의 모범생으로 형제 중 유일하게 대학에 입학해 부모의 자랑거리 같은 존재였다. 부모는 내담자에게 간섭이나 잔소리를 거의 하지 않았고 진로, 취업, 결혼까지 스스로 결정하도록 믿어주었다고 했다. 외적으로는 내담자가 매우 독립적인 것으로 보이나 그는 항상 부모의 기대에 부합해야 한다는 마음으로 인해 분리되지 못하였다. 자신의 모습을 그대로 보일 수 없는 경직된 구조가 결혼 내내 지속되어 대책 없고 형편없는 가장으로 비난 받을 것에 대한 두려움에 가정 경제에 위기가 닥쳤을 때 아내와 상의하면서 대책을 마련하기보다 스스로 위기를 극복하고자 대출을 하면서까지 혼자 감당하려고 애쓰며 살아온 것으로 보인다.

 

내담자는 결혼하여 10년 정도는 별다른 어려움 없이 잘 살았으나 다니던 회사의 월급이 감봉되면서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하였다. 자신의 감봉을 아내에게 털어놓지 못하고 혼자 감당하려다 큰 빚을 지게 되었고, 그 후에도 회사에서 문제를 일으켜 빚을 지고 쫓겨나 현재까지 매달 갚아가고 있다. 얼마 전에는 사업을 하려고 아내와 상의하지 않고 은행 대출을 받아 가정 경제에 큰 타격을 입힌 일도 있었다. 이로 인해 아내는 내담자에 대한 분노와 원망이 매우 크고, 신뢰가 무너진 상태이다. 아내는 책임감이 강하나 아들을 중히 여기는 부모에게서 차별받았다는 억울함이 있고, 남자들 때문이라는 피해의식과 보상심리가 공존하기에 남편의 그런 처사가 더욱 자신을 불안하고 불행하게 하는 요인이 되었다. 딸이라는 이유로 대학을 못 가 꿈이 좌절되어 남자에 대한 채권의식이 벌주는 아내의 모습으로 나타났고, 늘 많은 기대에 부응하고자 전전긍긍하며 자신의 참모습을 표현하지 못하였던 남편이 벌 받는 자리로 있게 되면서 자연스레 주도권이 아내에게 있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이 내담자에게 어떤 도움이 필요한가? 자신의 남편역할을 분명히 하고 ‘자기답게’ 살아가도록 도전을 해야 진정한 존재감을 찾을 수 있다. 누구와도 상의하지 않고 혼자 결정해왔던 패턴을 돌아보며 아내와 상의할 수 있는 관계와 소통방식으로 변화시키는 것이다. 상담심리학자 클래드독(1980)은 부부 상담을 받으러 온 사람의 92% 이상이 의사소통 및 갈등해결에 문제를 나타내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부부간의 건전하고 원만한 관계를 위해서는 서로를 존중하는 의사소통이 필요하며, 의사소통의 기본이 되는 것은 어떻게 듣고, 어떻게 말하느냐의 문제이다. 부부 사이의 정확한 의사소통을 위해서는 상대를 공격하지 않으면서 자신의 감정과 생각 그리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상대방이 잘 알 수 있는 방식으로 전달해야 한다. 물론 상대방의 입장을 이해하기 위해 경청하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먼저 말하기 보다는 들어주는 입장에 서서 의사소통을 한다면 결코 풀리지 않는 문제는 없을 것이다.

 

가톨릭의 ME(Marriage Encounter) 주말 프로그램은 대화로써 부부 관계를 개선하고 혼인 생활의 참다운 의미를 발견하게 하여 가정과 교회, 사회를 쇄신하려는 운동으로 부부일치를 통하여 보람되고 행복한 부부생활을 지속하는 방법을 익히게 하는 프로그램이다. 부부가 소통하며 배우자를 깊이 이해하고 서로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여, 혼인생활을 기쁘고 풍요롭게 지속하여 나갈 수 있게 한다. 건강한 부부관계를 지키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노력이 필요하다. “내 마음에 드는 것이 세 가지 있으니 그것들은 주님과 사람 앞에서 아름답다. 형제들끼리 일치하고 이웃과 우정을 나누며 남편과 아내가 서로 화목하게 사는 것이다”(집회서 25,1).

 

* 유정인(리디아)씨는 한국 가톨릭 상담심리사 및 한국 상담심리학회 상담심리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현재 상담심리사로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이메일 uli9942@hanmail.net

 

[외침, 2016년 3월호(수원교구 복음화국 발행), 글 유정인(유리심리상담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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