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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미술ㅣ교회건축

성당 이야기46: 공중에 버팀벽을 세우다 - 파리의 노트르담 주교좌 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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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1-03-02 ㅣ No.780

[성당 이야기] (46) 공중에 버팀벽을 세우다


파리의 노트르담 주교좌 성당(Cathedrale Notre-Dame de Paris) (2)

 

 

지난 회에 파리 노트르담 주교좌 성당의 놀라운 규모와 그것을 가능하게 한 6분 볼트, 싱글 베이, 네이브월의 구조에 대해서 이야기하였습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대형화된 성당의 구조를 완전히 설명할 수 없고, 노트르담 성당에서 처음 시도된 독창적인 구조물을 보아야 합니다. 그것은 보통 벽체가 넘어가지 않게 수직으로 덧대는 구조물인 버팀벽(버트레스 buttress)의 기능을 활용한 것입니다. 일반적인 버트레스는 벽체에 붙어있기 때문에 아케이드층의 외벽에 설치됩니다. 따라서 갤러리층과 클리어스토리의 하중은 모두 자체 내력벽으로 지탱을 해야 했고 이는 벽체를 두껍게 하고 창의 면적을 작게 만들었습니다. 이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서 아케이드층의 버트레스 기능을 상부층까지 확장시킬 필요가 있었고, 결국 일반 버트레스가 아닌 아치 형태로 개방되어 공중에 떠 있는 듯한 버트레스를 착안한 것입니다. 그래서 이 버팀벽을 플라잉버트레스(flying buttress)라고 부릅니다.

 

노트르담 성당에 플라잉버트레스가 축조된 것은 1180년 이후로 봅니다. 처음에는 이스트엔드의 외벽에는 없었고, 네이브의 외벽에만 설치되었습니다. 물론 지금은 이후의 증축으로 이스트엔드에도 플라잉버트레스가 축조되어 있습니다. 처음 설치된 플라잉버트레스는 구조적으로 완전하지는 않았습니다. 플라잉버트레스로 인해 벽체의 두께가 얇아지긴 했지만 트리포리움은 아직 안 보이고 갤러리층이 그대로 있는 것은 플라잉버트레스의 역할이 미진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뿐만 아니라 플라잉버트레스의 아치 단수가 많아서 채광을 방해하고, 최하단의 버트레스도 여전히 두껍습니다. 하지만 노트르담 성당은 구조의 수직적 확장을 위해서 플라잉버트레스라는 새로운 구조물을 실험한 것만으로도 충분한 가치를 인정받고 있습니다.

 

플라잉버트레스가 수직 구조의 혁신이었다면, 수평적 확장에 기여한 노트르담 성당의 공은 평면의 기하학적 정형성에 있습니다. 기둥 간의 거리를 벌린다고 성당이 넓혀지는 것은 아닙니다. 확장 가능한 일정한 모양의 단위를 형성하고 그것의 수를 늘려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 노트르담 성당은 정사각형의 기하학적 정형성을 갖는 모듈을 도입하였습니다. 네이브만이 아니라 이스트엔드의 방사형 소성당에도 모듈 개념이 도입되었는데, 여기에는 기존의 사다리꼴이 갖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 사다리꼴을 세분한 삼각형 모듈을 만들었고 이것이 확장의 가능성을 열어주었습니다. 이렇게 노트르담 성당은 초기 고딕 성당들이 갖고 있는 한계를 극복하고자 당시에 없었던 첨단 기술들을 도입하며 전성기의 고딕 성당들을 준비시켰습니다. 하지만 노트르담 성당은 2년 전 보수 공사 중의 화재로 많은 부분이 소실되어 옛 모습을 볼 수 없게 되었습니다. 안타까운 마음 금할 수 없으나, 최선의 복원으로 처음의 노트르담 성당이 안겨준 기쁨을 다시 맛볼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2021년 2월 28일 사순 제2주일 의정부주보 7면, 강한수 가롤로 신부(민락동 성당 주임, 건축신학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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