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19일 (금)
(백) 부활 제3주간 금요일 내 살은 참된 양식이고 내 피는 참된 음료다.

성미술ㅣ교회건축

성미술 이야기: 세월이 흘러도 퇴색되지 않는 사랑의 빛깔

스크랩 인쇄

교구성미술 [artsacra] 쪽지 캡슐

2021-04-26 ㅣ No.795

세월이 흘러도 퇴색되지 않는 사랑의 빛깔

 

 

 

만물이 소생하는 따사로운 봄날에 예수님의 부활 대축일을 맞이하였다. 예수님의 부활은 그분의 삶이 참되고 올바르다는 것을 증명해 주는 크나큰 사건이다. 한평생 동안 하느님 사랑과 이웃 사랑을 몸소 실천하신 예수님께서 십자가 위에서 죽으시자 모든 것이 끝난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예수님께서 죽으신 지 사흘 만에 부활하심으로써 그분의 삶이 죽음을 물리치고 승리했다는 것을 온 세상에 알렸다. 즉 사랑은 죽음보다 강하고 정의는 불의보다 강하며 진실은 거짓보다 강하다는 것을 알려준 사건이 바로 예수 부활이다.

 

생명과 부활의 계절에 명동 언덕을 오르면 언제나 우리를 포근히 감싸주는 명동대성당을 만나게 된다. 성당은 어머니처럼 언제나 그 자리에 있고 어머니의 품처럼 따사롭다. 이곳에서 우리보다 앞서 신앙생활을 했던 사람들을 떠올리며 그리움에 젖어 들기도 한다.

 

우리가 그리워하는 많은 사람들 가운데서 한 분이십여 년 전에 하느님 품에 안기신 김수환(스테파노, 1922-2009)추기경이다. 그분은 신자뿐만 아니라, 어려운 시대에 힘들게 살았던 많은 사람을 품어주셨다. 그분이 우리에게 남겨 주신 큰 사랑은 세월이 흘러도 퇴색되지 않고 여전히 사람들의 마음 안에 생생히 살아 있다. 마치 그리스도인들의 마음 속에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생생이 살아 계시는 것처럼.

 

명동성당 왼쪽에는 범우관이 있는데 그곳에는 성당 사무실과 여러 회의실이 있다. 사무실 입구에는 브론즈로 만든 <김수환 스테파노 추기경>이 있다. 커다란 안경을 끼고 아래를 내려다보는 추기경은 깊은 묵상에 젖어 있는 것처럼 보인다.

 

세부적으로 묘사한 얼굴 부분과는 달리 상체부분은 매우 단순하게 묘사되어 있다. 상체 한가운데 있는 십자가 문양은 추기경이 한평생 간직했던 신앙의 중심이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와 부활이었다는 것을 알려준다. 그분의 사목 표어는 여러분과 또한 많은 이를 위하여’ (PRO VOBIS ET PRO MULTIS)였다. 김 추기경이 이처럼 많은 사람을 가슴에 품고 사랑할 수 있었던 근본적인 힘은 하느님께 대한 굳은 신앙이었음을 이 십자가를 통해 알 수 있다.

 

<김수환 스테파노 추기경> 흉상 제작에는 이런 사연이 담겨 있다. 김수환 추기경은 1998년에 은퇴하여 공동 사제관의 한쪽에 머물며 지냈는데, 사제들과 경당에서 아침 미사를 봉헌하며 하루를 시작하였다. 사제관의 경당이 낡게 되자 그곳을 아름답고 성스러운 공간으로 꾸미기 위해 작가는 주교관을 방문하였다. 그때 어두컴컴한 경당에서 홀로 앉아 기도하는 추기경을 볼 수 있었다. 작가는 자신이 왔다는 이야기도 하지 않고 뒤에 앉아 기도가 끝날 때까지 조용히 앉아 있었다고 한다.

 

작가는 추기경의 기도하는 모습을 눈과 가슴에 담고 와서 작품을 만들 계획을 세웠지만 살아게실 때에는 완성하지 못 하였다. 2009년 추기경이 세상을 떠나고 하느님 아버지의 품에 안기신 후, 2018년에서야 비로소 그분의 모습을 이렇게 빚을 수 있었다. 조금 고개를 숙이고 지그시 눈을 감은 채 기도하는 추기경의 모습 안에서 하느님께 대한 굳은 신앙과 사람들에 대한 깊은 사랑을 엿볼 수 있다. 다시 맞은 소생의 계절 봄날에 우리는 작가가 온갖 정성을 다해 빚은 ㅡ김수환 스테파노 추기경> 앞에서 그분을 떠올리며 다시 그리워하게 된다.

 

 

 

출처: 정웅모 신부 (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예수와 열두 사도: 너희는 가서 모든 민족들을 제자로 삼아라, 가톨릭 직장인, 20204(276), pp. 42~45.

 

작품: 최종태(요셉, 1932~), <김수환 스테파노 추기경>, 브론즈, 2018, 명동대성당 사무실 입구.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1,780 0

추천

정웅모, 김수환추기경, 최종태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