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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지오ㅣ성모신심

레지오와 마음읽기: 친밀한 우정의 관계(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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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1-05-20 ㅣ No.749

[레지오와 마음읽기] 친밀한 우정의 관계(공감)

 

 

1966년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의 조셉 와이젠바움 박사는 ’엘리자’를 조수로 고용하여 전화 상담을 해오는 사람들을 응대하게 했다. 엘리자는 유능했고 시간이 지나면서 위로받았다는 사람들이 늘어나 탁월한 정신과 치료사로 명성을 얻었다. 하지만 엘리자는 사람이 아니라 최초의 컴퓨터 대화 프로그램이었다. 프로그램에 불과한 엘리자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은 비결은 무엇이었을까? 그것은 바로 들어주기와 맞장구 쳐주기였다고 한다.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문제에 대하여 어떻게 해야할 지를 알면서도 두렵거나 힘들어서 피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충고하지 않고 맞장구치며 들어주는 엘리자를 좋아했던 것이다. 실제로 인간관계론으로 유명한 데일 카네기도 1:2:3의 법칙이라며 ‘한 번 말하고 두 번 듣고 세 번 맞장구를 쳐주라’고 했으니 들어주기와 맞장구의 위력은 대단하다.

 

독일의 철학자 게오르크 헤겔은 “마음의 문을 여는 손잡이는 바깥쪽이 아닌 안쪽에 있다.”고 했다. 그러니 사람 마음을 여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따뜻한 마음씨를 지니고 사람들에게 다가가 그들의 고민을 들어 주고 정성껏 도와주겠다는 자세로 활동에 임한다면 -중략- 마음의 문을 활짝 열도록 만든다.”(교본 421쪽)고 하니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이때 들어주기, 맞장구, 공감은 친밀감 형성에 도움을 주는 유용한 기술로서, 특히 공감은 ‘다른 사람의 상황이나 기분을 같이 느낄 수 있는 능력’으로 진정한 소통을 위한 필요조건이다.

 

공감은 먼저 상대가 생각하는 방식을 이해하여, 그것을 어떤 판단이나 비판 없이 받아들이고, 나아가 그 마음의 변화를 똑같이 느끼는 것이다. 이를 위해 상대의 말을 주의 깊게 들으면서 그가 드러내지 못하는 감정까지 헤아려야 하니 꽤 높은 집중력이 필요하다. 게다가 그 자리에서 역지사지의 마음이 되어야 하고, 그 마음으로 내가 감정적으로 힘들 수도 있고, 최종적으로 그 마음을 적절하게 표현하여야 한다.

 

이렇게 공감은 힘든 과정이지만 공감을 받는 사람에게는 심리적 산소를 제공하는 것과 같아, 이해받는다는 느낌으로 마음의 안식처를 확보하듯 안심하게 한다. 그리고 과거의 경험을 새로운 방식으로 접할 수 있게 도와주어 문제 해결의 출발점에 서게 해준다.

 

 

다른 사람의 상황이나 기분을 같이 느낄 수 있는 능력 ‘공감’

 

1997년 레파촐리(Repacholi)와 고프닉(Gopnik)은 18개월 유아들에게 과자와 브로콜리를 주고 먹게 했다. 예상대로 대다수의 아이들은 브로콜리보다 과자를 더 좋아했다. 이어 연구자들은 아이들이 보는 앞에서 과자를 먹을 때는 “우웩(Eww)”하며 인상을 찌푸리며 싫다는 표현을 하고, 브로콜리를 먹을 때는 “음(Mmm)”하며 밝은 인상으로 좋아한다는 표현을 하였다. 그 후 연구자들이 브로콜리와 과자를 두고 아이들에게 접시를 내밀며 “내게 좀 줄래?”라고 요청했을 때, 아이들은 어떤 것을 주었을까? 놀랍게도 18개월 유아들은 본인이 아닌 연구자들이 좋아한다고 표현했던 브로콜리를 건네주었다.

 

이 실험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 그것은 사람은 한 살 반 정도가 되면 타인의 감정에 관심이 있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감정과 연결시켜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공감이 가능하다는 이야기이다. 이처럼 공감 능력은 타고나는 것이지만 많은 연구에 의하면 길러지기도 한다.

 

S자매는 결혼으로 직장 생활을 그만두고 육아에 전념하면서 기도 생활도 소홀하지 않았다. 그녀는 정성으로 아이를 키웠지만 아이가 사춘기가 되면서 일탈을 하게 되자 허무함으로 신앙도 흔들리게 되었다. 그때 성당 선배들의 조언과 개인 상담이 큰 도움이 되었다고 한다. 선배들로부터는 아이와 심리적 거리두기를 충고 받았고, 상담을 통해서는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말한다.

 

“저를 돌아보니 아이에게 말로 상처를 주는 일이 많았더라고요. 특히 저는 상대를 이해하려 하지 않고 무조건 해결법을 제시하거나 논리적으로 설득하려 했는데 그것이 아이 마음을 찔렀던 듯해요. 제가 머리로만 아이를 이해하였을 뿐 가슴으로 품지 못했기 때문이지요. 이것이 저의 신앙과도 무관하지 않았습니다. 기도는 열심히 했지만 정작 예수님의 마음을 헤아리지는 않고 늘 나를 중심으로 하여 복(福)을 비는 것이었어요. 그러니 어려움이 닥치니 실망이 되었고요. 이제는 마음에 온기를 담아 표현하려고 노력합니다. 제가 달라지니 주변의 많은 것들이 변화하네요.”

 

“와!” “정말?” “그랬구나” 등으로 표현되는 맞장구와 “나도 그런 상황이라면 많이 힘들 것 같아” “그렇게 생각하는구나.” “그래서 네 마음이 많이 아프겠구나.” 등으로 표현되는 공감은 결국은 상대에 대한 배려이기에 친밀한 관계를 가능하게 한다. 하지만 주의해야할 것은 맞장구와 공감이 꼭 동의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맞장구는 상대방의 말에 덩달아 반응하는 것에 불과하며, 공감 또한 감정의 공유라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참 불쌍하네” “앞으로 어떻게 하니” 등으로 표현되는 동정도 조심해야 한다. 동정은 대체로 상대가 자신을 희생자로 바라보게 하여 비참함을 줄 위험이 있고, 때로는 말하는 사람의 형편이 상대보다는 낫다는 얄팍한 판단이 들어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동정은 상대의 아픔을 달래주지 못한다.

 

 

레지오 단원은 활동대상자와 반드시 친밀한 우정 관계 이뤄야

 

살면서 어려움을 겪지 않는 사람은 없다. 활동대상자들도 그 형태와 크기는 다르지만 다양한 어려움 속에 살고 있다. 그러니 활동할 때 다른 것보다 상대가 겪는 어려움에 대하여 특별히 공감을 표현하는 것은 우정을 이루는 핵심적인 방법이다. 그리고 일단 우정의 관계가 형성되면 그것은 굵은 동아줄이 되어 활동대상자를 하느님께로 이끌어 줄 것이다. “생활 속의 시련으로 인해서 평상시 신앙 대화를 가로막고 있던 장벽이 흔들릴 때, 사람들은 영적인 대화를 고맙게 받아들이며, 그로부터 활동의 풍부한 열매를 맺도록 발전시켜 나갈 수가 있을 것이다.”(교본 475쪽)라는 말은 이를 잘 설명하고 있다.

 

공감이 어렵게 느껴지는가? 그렇다면 다음 말을 기억하자. “성모님이 자신의 빈약한 말솜씨에 힘을 넣어 주시고, 단원들이 펴는 사도직 활동이 풍성한 열매를 맺기를 간절히 바라고 계신다.”(교본 375쪽) 결국 활동대상자들의 어려움과 함께 하며 공감하는 일은, 우리를 위하여 고통을 당하신 예수님의 마음이 되어 그들을 만나는 일이며 성모님의 좋은 도구가 되는 일이다.

 

“레지오 단원은 자신이 활동하고 있는 사람들과 반드시 친밀한 우정의 관계를 이루어야 한다. 그것만이 실질적이며 광범위한 레지오의 활동에서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는 방법이다.”(교본 443쪽)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21년 5월호, 신경숙 데레사(독서치료전문가, 행복디자인심리상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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