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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Jesus Guns Bab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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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2-07-03 ㅣ No.1871

[다시 보는 세상] Jesus Guns Babies?

 

 

지난 5월 23일, 미국 텍사스 주 유밸디 소재의 초등학교에서 총격 사건이 있었습니다. 뉴욕 주 버팔로의 슈퍼마켓에서 흑인 10명이 18세 백인 청년의 총에 맞아 숨진 지 열흘 만에 발생한 사건입니다. 유밸디의 범인도 18세 청년입니다. 그는 생일을 자축하기 위해 구매한 총으로 가장 먼저 자신의 할머니를 쏜 후 어린아이들이 있는 학교로 향했습니다. ‘자신의 삶을 넘치도록 사랑하던’, ‘엄마와 형과 춤추는 것을 가장 좋아하던’, ‘방학 때 가족들과 여행할 계획으로 부풀어 있던’ 푸르른 아이들 19명과 교사 2명이 그의 총에 사망했습니다. 언제나처럼 사회적 공분이 일고 언론은 추모와 애도로 일렁였지만, 일주일 뒤에는 오클라호마에서, 그 이틀 뒤에는 아이오와에서 총기 난사가 이어졌습니다. “미국의 일상적인 장소들이 킬링필드(대학살의 현장)로 바뀌고 있다. 이번에는 정말 뭔가를 해야 한다.”라는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의 절박한 연방의회 연설에도 불구하고, 이번에도 총기규제법 통과는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비관론이 앞섭니다.

 

총기 난사는 미국인들의 일상이 되었습니다. 2020년 한 해만 해도 4만 5천 명 이상이 미국에서 총으로 목숨을 잃었습니다. 그중 반 이상이 스스로 총을 겨누었습니다. 10년 전인 2010년에 비해 43% 이상 증가한 수치이지요. 2017년 통계 조사(Small Arms Survey)에 의하면 미국인들은 100명당 120.5정의 총기를 소유하고 있는데, 등록되지 않은 총기까지 감안한다면 그 수치를 훨씬 웃돌 것으로 추정합니다. 현재 미국의 26개의 주에서는 ‘무허가 총기 휴대 법안’이 실행되고 있습니다. 대형 마켓에서 생필품 사듯 총을 구매하고, 반짝반짝 닦아 멋들어지게 장식해 지갑이나 주머니 넣고 다니며 언제든지 장전하여 사람을 겨눌 수 있도록 법이 보호하고 있습니다. 팬데믹 이후 불안과 혐오가 가중된 사회에 총기는 더욱 큰 위협이 되고 있습니다. 2019년과 2021년 사이에는 750만 명이 새로이 총기 소지자가 되었습니다.

 

Jesus Guns Babies. 어떻게 들리시나요? 기이하게 느껴질 만큼 어울리지 않는 단어들의 조합이지만, 조지아의 미 공화당 주지사 후보인 캔디스 테일러 (Kandiss Taylor)가 선거운동에 내세운 캐치프레이즈이자, 요즈음 미국의 공화당 이념을 잘 요약하는 단어들이자, “백인 그리스도인들의 유토피아”를 추구하는 보수적인 미국인들의 정서를 대변하는 문구입니다. 이들이 미국을 ‘구원’하기 위한 프로젝트의 중심에는 ‘Jesus’(오직 예수), ‘Guns’(무기 휴대의 권리를 규정하는 수정헌법 2조), 그리고 ‘Babies’(낙태 반대, 성 소수자 반대, 이성애 핵가족 유일주의)가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그리고 너무나 부끄럽게도, 총기 소유를 부추기는 많은 이가 추종하는 세력이 바로 그리스도교 이념을 따르는 개신교 복음주의자들입니다.

 

2017년 퓨 리서치 센터(Pew Research Center) 조사 결과에 따르면, 미국의 백인 복음주의자들(White evangelicals)은 다른 그룹들에 비해 총기 소유를 지지하는 확률이 월등히 높습니다. 이들은 또한 교회, 학교, 관공서 등 공공장소에서 개인이 총기를 휴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합니다.

 

초등학교에서 총격이 벌어졌는데, 총기를 규제하는 것이 아니라 교사가 무장하고 수업에 들어가야 한다는 이상한 주장을 하는 이들 중 많은 이가 그리스도인이란 말입니다. 이들은 대체 어떻게 복음이 총기 소지를 정당화한다고 믿게 된 것일까요?

 

『예수와 존 웨인: 복음주의자들이 어떻게 신앙을 타락시키고 국가를 분열시켰는가』(Jesus and John Wayne: How White Evangelicals Corrupted a Faith and Fractured a Nation)의 저자인 크리스틴 코베스 뒤 메즈(Kristin Kobes Du Mez)에 따르면, 개신교 백인 복음주의자들 대다수는 그리스도인들이 ‘총을 든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믿음을 갖고 있습니다. 그들은 세상이 악에 물들어 있으며, 악의 세력을 물리치고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폭력이 필요하며, 따라서 ‘양치기’가 되어 자신의 가족과 자신을 보호하는 것이 하느님이 부여한 의무라고 생각합니다. 이들에게 세상을 악으로 물들이는 ‘적’들은 이민자들, 무슬림들, 유색인들, 성 소수자들입니다. 이들은 자신들이 예수님을 열렬히 따르는 진정한 신앙인임을 의심치 않으며, 아이들의 영과 육을 ‘안전하고 건강하게’ 길러내기 위해 성경공부와 총기 훈련 프로그램을 동시에 제공하는 ‘총알과 성경’(Bullets and Bibles Conference) 이라는 캠프를 열기도 합니다.

 

이들에게 예수님은 어떤 분일까요? “가난한 이들에게 기쁜 소식을, 잡혀간 이들에게 해방을, 눈먼 이들을 다시 보게 하고 억압받는 이들을 자유롭게 하기 위해”(루카 4,18-19) 오신 파스카의 희생양과는 거리가 멀어 보입니다. 자신들이 적으로 규정한 이들처럼 취약하고 가난한 이들을 위해 예수님이 세상에 오셨다는 것을, 그러므로 자신들이 겨누는 총구의 끝에 예수님이 계시다는 것을 이들은 알고 있을까요?

 

[2022년 7월 3일(다해) 연중 제14주일 수원주보 4-5면, 조민아 마리아(조지타운 대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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