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6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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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지오ㅣ성모신심

레지오와 마음읽기: 그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시오(정수기 대화의 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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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6-02-08 ㅣ No.439

[레지오와 마음읽기] 그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시오(정수기 대화의 효과)



어느 중학생이 국어 시간에 ‘침묵은 금이다’라는 말을 듣고는 번쩍 손을 들어 질문했다. “선생님, 그러면 ‘황금 보기를 돌같이 하라’는 말도 있으니 침묵을 하지 말라는 뜻입니까?”

웃자고 하는 이야기이지만 침묵에 대하여 한 번 생각하게 하는 이야기이다. 침묵이 금처럼 귀중할 때도 있지만 오히려 침묵이 돌처럼 차갑게 느껴져 사람과의 관계를 어색하게 할 때도 있기 때문이다.

평상시 얼굴만 알던 이웃 사람과 엘리베이터 안에서 둘만이 있게 되었다고 해보라. 그때 “요즘 날씨가 정말 좋지요?”라는 말 한 마디를 건네는 경우와 눈치만 보며 침묵하고 있는 경우 중 어떤 것이 더 그 사람과의 관계를 돈독하게 하겠는가? 그때의 침묵은 서먹한 관계를 더욱 소원하게 할 수 있고 소소한 것이지만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원활한 관계의 물꼬를 트는 계기가 될 수 있다.

MIT의 벤자민 와버 교수는 시시한 이야기, 즉 잡담(small talk)이 가지는 실제적 효과를 실험으로 증명한 바 있다. 이 실험은 미국 대형은행 콜센터 직원들을 대상으로 중간 휴식 시간을 조정하여 작업효율을 조사한 것으로, 팀별로 주던 중간 휴식 시간을 두 개의 팀이 함께 휴식하게 하여 서로 다른 팀원끼리 이야기를 주고받을 수 있도록 하였다. 그 결과 직원들의 업무능력이 높아지고 근무 만족도도 10% 이상 향상되었음이 발견되었다.

와버 교수는 이 이유를 직원들이 잡담을 통해 업무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었고 업무에 대한 노하우까지 주고받을 수 있었기 때문으로 분석하였다. 결국 휴식시간에 나누는 쓸데없는 잡담으로 여겨지는, 시시하게조차 보이는 이야기들이 오히려 업무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뜻이다.

주로 이런 가벼운 이야기들은 정수기나 자판기가 있는 곳에서 음료를 마시며 이루어진다는 뜻으로 ‘정수기 대화(water cooler talk)’라고도 하는데, 이것이 시간허비가 아니라 오히려 개인 간의 스스럼없는 사이를 형성할 수 있고, 나아가 공동체의 단결을 유도할 수 있다.


사소한 대화라도 유대감과 소속감 강화돼

이처럼 시시하게 느껴지는 잡담이 긍정적 기능을 하는 이유는, 대화가 ‘내용’도 중요하지만 대화를 나눈다는 ‘행위’ 자체가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즉 가볍고 사소한 내용일지라도, 대화를 한다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상대방이 적대적인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확인하며 편안하게 된다. 나아가 가벼운 교감으로 공감대가 형성되어 유대감과 소속감이 강화된다.

J자매는 아주 내성적인 사람이어서 말을 시키지 않으면 잘하지 않는 성격이었지만 이웃 아주머니의 권유와 자신의 신앙생활을 위하여 레지오에 들었다. 그런데 처음에는 자신의 활동보고 내용도 적고 단원이 많아 늘 시간에 쫒기니, 궁금한 게 생겨 용기를 내어 묻고 싶어도 눈치가 보여 그러지 못했다. 그렇게 활동보고만 간단하게 하고 그냥 오는 일이 많아지면서 그녀는 레지오에 대한 흥미가 점점 떨어지고 부담만 늘어갔고, 결국 그만 두려는 생각이 짙어졌다.

그러던 차에 Pr.이 분단되면서 주회 분위기도 새로워졌다. 새 단장은 교본에 따라 주간 활동을 생생하게 보고할 수 있도록 단원들에게 질문을 하여 대화를 유도하였고 나아가 조용한 그녀를 배려하여 말할 때 기다려주는 등, 섬세하게 단원들에게 신경을 써주자 그녀도 점점 레지오에 흥미를 갖게 되었다.

그녀는 말한다. “생각해 보면 제가 주회시간에 말을 좀 하기 시작하면서 소속감을 가지게 되었던 것 같아요. 소속감은 지금도 저에게 중요한 감정이거든요. 외로움을 덜어주는데다 힘이 나게 하니까요.” 지금 그녀는 간부로서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잘 해내고 있다.


주 회합 시간에는 ‘지방방송’ 하지 말아야

그렇지만 이렇게 좋은 기능을 하는 잡담도 주회합 시간에 해서는 안 된다. 레지오 주회합은 존중되어야 할 뿐만 아니라 회합에서 보고되는 활동 하나하나가 모든 단원들이 함께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주 회합 시간에 소위 말하는 ‘지방방송’은 하지 말아야 한다. 하지만 ‘회합의 매 순간이 친밀한 동료 의식과 단원 한 사람 한 사람의 개인적인 관심으로 넘치도록 만들어야 한다.’(교본 189쪽)는 의미에서 회합 시간에 단원이 한 번이라도 말을 하는 것은 중요하다. 이는 말한다는 것 자체가 지니는 효과 즉 소속감과 유대감 때문이다.

또한 교본에 “단원들 중에는 분명히 레지오 단원 생활을 줄기차게 할 사람이 있는가 하면, 적성에 맞지 않아 곧 떨어져 나갈 사람도 있다. 이 두 종류의 단원들 중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는 많은 중간층 단원들은 외부 여건이나 우연한 사정에 따라 단원 생활의 지속 여부가 좌우되기 때문에, 간부들이 각별히 관심을 기울여야 할 대상도 바로 이들이다.”(327쪽)라고 되어 있으니 이를 위해 Pr. 간부는, 특히 단장은 주회합 시간에 한 번이라도 발언을 하지 않는 단원이 없도록 세심하게 배려를 해야 한다.

물론 활동보고 시간에 각자 발언을 하긴 하지만 간단한 보고만으로 끝나서 말이 적은 단원은 교본연구 시간이나 기타 시간 등을 통하여 이야기할 수 있게 기회를 주고 이것도 되지 않으면 주회합이 끝난 후 개인적으로라도 말을 걸어 대화를 나누면 좋을 것이다. 단원으로서 소속감을 느끼는 것은 주회합 출석이나 조직에 대한 애정 등 많은 것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상대방 말에 ‘공감하고’ ‘중립을 유지’하면서 ‘다양한 소재’로 이야기

이렇게 잡담이 중요한 기능을 하긴 하지만 잡담을 할 때 주의할 점도 있다. 잡담은 공감을 위한 것이지 어떤 결론을 도출하거나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는 말이 아니다. 그러니 대체로 상대방의 말을 ‘공감하고’ ‘중립을 유지’하면서 ‘다양한 소재’로 이야기하면 된다. 이는 ‘잡담’이라는 단어의 뜻 그대로, 신변잡기를 소재로 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적절하게 ‘주고받으며’ ‘결론 없이’ 하는 말로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만들고자 하는 것’이 목적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또한 잡담은 이야기를 꺼낸 사람에게 이야기의 주도권을 주면서 분위기를 고조시킨 후에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 좋다. 그 이유는 이야기를 꺼낸 사람이 그 소재에 대해 관심이 많다는 것을 드러내고 있으니 그것을 이야기하게 해 줄 때 사람은 호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우리는 흔히 성당에 다니지 않는 사람들이 신앙에 대해 우리가 하는 이야기를 귀담아 들으려 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러나 사실은 우리 가톨릭 신자들이 이야기조차 꺼내지 않는 것이 문제이다.”라는 쉬넨스 추기경(Cardinal Suenens)의 말을 결코 그냥 지나쳐서는 안 된다.

또한 교본에는 “다물었던 입이 일단 열리면, 대개 이야기가 꼬리에 꼬리를 무는 자유롭고 편안한 분위기로 변한다.”(398쪽)라고도 되어있다. 그러니 선교의 첫 걸음은 사소한 내용으로 말을 걸어 친밀감을 쌓는데 있다고도 볼 수 있다.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16년 2월호, 신경숙 데레사(독서치료전문가, 한국독서치료협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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