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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 응급피임약, 일반의약품 전환 움직임… 대처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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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5-08-24 ㅣ No.1256

응급피임약, 일반의약품 전환 움직임… 대처 시급



응급피임약이 일반의약품으로 분류되지 않도록 범국민적인 대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기존 식품의약품안전청, 이하 식약처)가 응급피임약을 의사 처방 없이도 약국 등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일반의약품’으로 전환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응급피임약이 일반의약품으로 분류되면 이른바 ‘낙태약’으로 불리는 응급피임약을 누구나 쉽게 약국 등지에서 구입할 수 있게 된다. 게다가 우리 사회 응급피임약 사용이 크게 증가해 이에 대한 올바른 제재와 대책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된다.

이에 따라 서울 생명위원회 등 교회 안팎에서는 구입단계에서부터 응급피임약의 무분별한 확산을 막기 위해 힘을 모으고 있다.

식약처는 2012년 6월 응급피임약을 일반의약품에 포함시켜 의약품 재분류안을 발표한 바 있다. 당시 종교계와 산부인과의사회를 비롯한 의료계, 여성계 등은 적극적으로 반대의사를 표명했고, 이에 따라 식약처는 응급피임약을 의약품 재분류안에서 제외시키면서 향후 3년간 관련 연구를 진행해 재분류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8월은 식약처가 피임약 재분류를 유예한 지 3년이 되는 시점이다. 식약처는 그동안 한국의약품안전관리원을 통해 ‘피임제 사용실태 조사연구’를 실시했으며, 이 결과가 나오는 대로 피임약 재분류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번 호에서는 응급피임약에 관해 변함없이 유지되는 교회 입장과 약의 문제점 등을 짚어본다.


응급피임약 복용 = 약으로 하는 낙태

의약품 분류상 ‘전문의약품’은 반드시 의사 처방을 받아 구입할 수 있다. 그런데 식약처는 2012년 분류안에서 사전 피임약은 전문약으로, 응급피임약(사후피임약)은 일반약으로 분류한 바 있다.

최근 우리사회 응급피임약 소비율이 경구피임약의 2배 이상 높아져, 생명수호는 물론 여성의 건강에도 비상등이 켜진 상황이다. 음성적으로 구입, 복용하는 경우를 포함하면 사용 비율은 더욱 높은 것으로 추정된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여성의 지난해 응급피임약 복용률은 5.8%로, 일반 피임약 복용률(2.8%)의 두 배가 넘는다. 또 2002년 이후 2014년까지 일반 피임약 복용률이 40% 증가한 데 비해, 응급 피임약 복용율은 222%나 증가했다.

응급피임약에는 여성 호르몬인 프로게스테론이 고용량으로 들어가 있다. 일반 피임약과 비교해 대략 10~20배 수준이다. 이런 고용량 호르몬을 복용할 경우 자궁내막이 탈락되거나 얇아져 수정란 착상을 방해하고, 배란도 억제시킨다. 따라서 한 알만 먹어도 몸속에 ‘호르몬 폭탄’을 투하하는 셈이어서, 단기간에 여러 번 먹으면 호르몬 체계를 교란시켜 피임도 되지 않고 구토, 복통, 자궁내막 문제, 자궁근종, 난임 등의 부작용을 겪을 수 있다. 현직 산부인과 의사들은 응급피임약에 관해 ‘약으로 중절수술을 하는 것’이라고 할 만큼 여성 몸에 좋지 않다고 설명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반인들의 경우 응급피임약을 단순히 임신을 막아주는 약으로 오인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약의 문제점과 역할을 올바로 알리는 노력이 절실한 상황이다.


교회 가르침은

‘낙태’는 어떤 수단으로 이뤄지든 임신에서 출생에 이르는 인간 존재를 죽이는 행위이다. 가톨릭교회는 세계 각국에서 시판되는 응급피임약에 관해 ‘화학적 낙태약’ 혹은 ‘조기 낙태약’이라고 명확히 밝히고, 사용 중단을 촉구해왔다. 한국교회 또한 우리사회에 만연한 응급피임약 오·남용을 줄이기 위해 타종교 및 시민단체 등과 연대해 올바른 정책 마련을 지속적으로 요청해왔다.

일반인 뿐만 아니라 신자들 중에서도 흔히 낙태라는 ‘더 큰 악’을 피하기 위해 응급피임약을 먹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있다. 하지만 더 어린 생명을 죽인다고 해서 죄가 없거나 덜해지는 것은 아니다.

주교회의 생명운동본부(본부장 이성효 주교)는 2012년 응급피임약을 일반의약품으로 전환하려는 정부의 시도에 관해서 성명서를 내고 즉각 대응, “이는 정부가 국민 생명을 보호하고 생명존중 문화를 증진하기보다 초기 인간 생명을 경시하고 침해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성명서에서는 또한 “응급피임약 관련 문제는 단순히 약리적인 문제로서만이 아닌 윤리적 · 사회적 · 의료적 문제들을 함께 고려해 다뤄야 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서는 보건복지부와 식약처가 ▲ 응급피임약이 더 이상 확산되지 않도록 관리감독의 책임과 의무를 다하고 ▲ 교육과학기술부는 청소년들의 성 · 생명 교육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도록 심혈을 기울이고 ▲ 약사회와 제약회사들은 경제적 이득에 앞서 생명의 존엄성과 청소년들의 건전한 성윤리 및 건강을 걱정하며 ▲ 부모들은 생명 지향의 태도를 자녀들에게 보여주고, 성 · 생명 · 사랑이 하나임을 체득시켜 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뿐만 아니라 당시에는 응급피임약 문제 해결을 위해 연대한 ‘천주교 생명운동연합회’와 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를 비롯한 서울대교구 내 65개 기관단체가 공동으로 성명서를 내고 다각적인 대처에 나선 바 있다.

[가톨릭신문, 2015년 8월 23일,
주정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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