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6일 (목)
(백) 부활 제7주간 목요일 이들이 완전히 하나가 되게 해 주십시오.

레지오ㅣ성모신심

레지오와 마음읽기: 혼자서 쏟는 노력(메시아 콤플렉스)

스크랩 인쇄

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5-12-08 ㅣ No.431

[레지오와 마음읽기] 혼자서 쏟는 노력(메시아 콤플렉스)


 

신데렐라, 온달, 오이디푸스, 엘렉트라, 피터팬, 메시아. 이 인물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콤플렉스와 함께 불리는 인물들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물론 요즘은 외모나 대인관계, 학력 등과 관련된 열등감을 콤플렉스라는 단어와 함께 쓰는 경향이 있지만 원래 콤플렉스란 ‘현실적인 행동이나 지각에 영향을 미치는 무의식의 감정적 관념’을 말한다.

이런 콤플렉스가 문제가 되는 것은 이것이 우리의 생각과 감정, 행동에 영향을 미쳐 상황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왜곡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이 중에서도 ‘메시아 콤플렉스’는 영국신문 가디언지의 보도에 의하면 나치 독일의 독재자 ‘아돌프 히틀러’도 겪은 것이라고 하니 사람에 따라 그 콤플렉스의 영향력은 대단하다.

1950년대 말, 사회심리학교수 ‘밀턴 로키치디트로이트’는 자신이 예수라고 말하는 정신병자 3명을 대상으로 무려 2년간 치료를 위한 실험을 했고 그 과정을 ‘입실랜티의 세 그리스도(The Three Christs of the Ypsilanti)’라는 책으로 냈다. 그리고 이 책은 드라마와 영화로도 제작되어 미국 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켰고, 바로 이 책에서 ‘메시아 콤플렉스’라는 신조어가 비롯되었다. 메시아 콤플렉스란 자신이 구세주라는 신념을 안고 있는 마음의 상태로, 말 그대로 내가 없으면 세상은 망할 것이라는 신념을 지닌 경우를 말한다.


이 콤플렉스에 의한 행동은 대체로 자기만족에 그쳐

메시아 콤플렉스를 가진 사람은 ‘자신은 불행하다’는 감정을 가진 사람이 그 감정을 무의식적으로 억압하면서 그 반동형성으로 자기가 사람을 돕는 일로 자신은 행복하다고 믿으려 한다. 반동형성이란 ‘스스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충동을 누르려고 그 반대의 경향을 강조하게 되는 마음의 태도’로, 건강한 사람에게도 흔히 볼 수 있는 심리적 현상의 일종이지만, 심하면 역기능을 가져오기도 한다. 전처(前妻)의 아이를 미워하는 계모가 그 감정을 억누르고 오히려 지나친 애정을 쏟는 경우나 열등감이 많은 사람이 자만과 허세를 부리는 것 등이 반동형성의 좋은 예이다.

물론 이 반동형성은 무의식적이며 승화의 기본이 되어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오기도 하지만 주위 사람들은 어색하게 느끼고 본인은 힘들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결국 메시아 콤플렉스를 지닌 사람들은 ‘나는 남을 돕고 있으니 행복한 사람’이라고 여기려고 남을 돕는다는 것인데 그러다보니 이 콤플렉스에 의한 행동은 대체로 자기만족이 되고 상대에게도 반드시 좋은 인상을 준다고 볼 수 없게 된다.

그래서 상대가 도움에 대하여 이런 저런 불만을 토로하면 기분 나빠하는 정도가 지나치거나, 결과가 반드시 자신이 생각했던 대로 되지 않았던 경우에는 비정상으로 그것에 얽매이거나 반대로 간단하게 단념해 버리는 일이 생기게 된다.

D성당의 S형제는 유달리 책임감이 강한 꾸리아 단장으로 알려져 있었다. 미사안내를 각 Pr. 별로 배당을 주고도 늘 그 시간에 함께 했으며 하다못해 꾸리아 회합 시 회합실 정리조차 본인이 나서서 하고, 서기가 해야 하는 상급 보고서 작성까지 하는 등, 대부분의 일을 혼자서 해냈다. 그 결과 꾸리아는 나름대로 운영이 잘 되었고 단원들도 단장의 헌신을 믿고 따랐다. 하지만 갑자기 암이 발병하여 단장직을 내놓게 되면서 그 형제가 빠져나간 꾸리아는 마치 처음 시작하는 단체처럼 우왕좌왕하며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고 그 형제 또한 자신의 인생에 대한 회한이 들었다.

문제가 오히려 성장을 가져오듯 다행히 시간이 지나면서 그 꾸리아는 제대로 자리를 찾았고 그 또한 자신을 이해하는 시간을 갖게 되었다. 그는 그의 행동, 즉 늘 열심히 해도 무언가 부족한 듯 마음이 편치 않았고 한 가지 일이 끝나면 쉼도 잠깐, 또다시 다음 일을 걱정하며 본인이 다 했던 이유가 바로 자신의 마음 밑바닥에 좋은 사람이나 유능한 사람이라는 말을 듣고 싶은 인정의 욕구가 있었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는 말한다. “그때 저는 교만했었습니다. 예수님처럼 흠 없이 살고 싶었고 그러지 못하는 죄책감도 있었는데...... 그런 마음이 저를 학대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건 결국 내 안의 예수님이 자리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예수님이 되어 세상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고 여겼던 것 같습니다. 이제는 많은 일보다는 할 수 있는 만큼의 일을, 사랑으로 하려고 합니다.”


단원들이 해야 할 일을 단장 자신이 떠맡아서는 안 돼

내가 없으면 나의 남편(부인), 자식, 심지어 내가 소속해 있는 단체가 잘 안될 것 같은 생각이 드는가? 내가 이 일을 하지 않으면 아무도 하지 않을 것이며 이 일을 내가 제일 잘 할 것이라는 생각이 드는가? 그리고 내가 열심히 했는데 상대가 못 알아주면 분노가 치밀고 삶의 의욕이 줄어드는가? 그렇다면 내 안의 메시아 콤플렉스를 의심해 봐야 한다.

사실 우리 모두는 어느 정도 메시아 콤플렉스를 지니고 있다. 영국의 목사 ‘존 오토버그’가 “모든 사람들은 다 메시야 콤플렉스가 있다. 지금까지 살았던 사람들 가운데, 메시야 콤플렉스를 겪지 않은 사람은 단 한분, 메시야뿐이시다.” 라고도 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것이 지나치게 되면 자신을 피곤하고 지치게 할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이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하는 것이 되기도 한다.

교본에 “단장은 ?중략- 단원들이 해야 할 일을 단장 자신이 떠맡아 하는 식이 되어서는 안 된다. 단장이 단원들의 일까지를 하게 되면, 자신의 열성을 보여 주는 데는 성공하겠지만, 정작 자신의 모범을 보고 배워야 할 단원들로부터 실천의 기회를 빼앗게 되므로 결국 그러한 열성은 모범이 될 수가 없는 일이다.”(322쪽)라고 되어 있다. 또한 “지체들이 함께 모여야 한다는 것을 조건으로 내세우시는 이유는 - 중략 - 개인의 덕성은 매우 한정되어 있으므로 어느 한 사람만을 통해서는 당신의 참모습을 전부 드러내실 수 없기 때문이다”(197쪽)라고 되어 있으니 결국 그런 행위가 세상을 구원하고자 하는 하느님의 뜻과는 상반되는 것일 수도 있다.

더구나 “혼자서 쏟는 노력은 안타깝게도 오래 지속되지 못한다. 더구나 주님께서도 그런 외로운 노력을 기쁘게 여기지 않으실 뿐더러, 미처 끝맺지 못한 채 남겨진 일을 기꺼이 돌보아 주지도 않으신다.”(466쪽)고도 나와 있으니 일의 결과도 좋을 수가 없다. 레지오 간부 임기를 한정하는 것이나 단장이 다음 단장을 위해 우수한 단원을 항상 주의 깊게 살펴보고 준비해야 하는 이유는 그런 의미에서 꼭 지켜야 할 내용이기도 하다.

“영혼을 보살피는 일이 제게 주어진 순간부터 저는 제 임무가 저의 능력을 벗어나는 것임을 한눈에 알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마치 아기가 놀라며 아빠의 어깨에 얼굴을 숨기듯이 급히 주님의 품안으로 숨어 들어가 주님께 부르짖었습니다.”(리지외의 성녀 소화 데레사 / St. Therese of Lisieux) 교본 325쪽.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15년 12월호, 신경숙 데레사(독서치료전문가, 한국 독서치료협회 부회장)]



3,195 0

추천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