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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성] 가톨릭 영성 산책47: 영적 지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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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6-04-11 ㅣ No.787

[전영준 신부의 가톨릭 영성 산책] (47) 영적 지도자


예수의 데레사가 꼽은 지도자의 첫째 덕목

 

 

여성으로서 처음 교회학자로 선포된 아빌라 출신 예수의 데레사는 저서에서 영적 지도자에 대한 개인적 견해를 자주 언급했습니다. 아마도 데레사는 오랜 수도 생활 중 많은 고해 사제와 영적 지도자를 모셨기에 나름대로 견해를 갖게 됐을 것입니다. 먼저 데레사는 영적 지도자에 대한 일반적인 견해를 밝힙니다. 

 

“모든 그리스도 신자는 할 수만 있다면 교양 있는 지도자에게 마음을 열어 밝히도록 힘쓸 것입니다. 뛰어난 학식을 갖춘 분이라면 더 말할 나위 없이 좋겠지요. … 묵상기도에 전심하지 않는 학자는 묵상기도를 하는 사람들에게는 별 도움이 되지 못한다고 말하는 등, 잘못 생각하는 일이 없도록 해 주십시오”(「자서전」 제13장, 17~18). 

 

개인적인 성덕은 다소 부족하더라도 학식이 뛰어난 자가 오히려 영적 지도자로서 더 적합하다는 견해입니다.

 

데레사는 동료 수도자에게도 똑같이 권고합니다. “딸들이여, 항상 유식한 분들의 의견을 들어야 합니다. 그러면 신중함과 진리로써 완덕의 길을 일깨워 주실 것입니다. 수도원장은 자기 직책을 잘 이행하고 싶으면 학문이 있으신 분을 고해 신부로 모시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알아야 합니다. 그렇잖으면 자기 딴에는 성덕의 행동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오히려 숱한 과오를 저지르게 될지도 모를 일입니다. 수하 수녀들을 위해서도 학식 있는 분을 고해 신부로 가려 주어야 합니다”(「창립사」 제19장, 1).

 

그런데 데레사는 한 명의 영적 지도자를 특별히 기억했습니다. “우리 영혼의 모든 비밀과 주께서 주신 은총을 교양 있는 신부에게 털어놓고 또한 그분에게 순종하는 것을 게을리 말 것입니다. … 내 고해 신부 중 한 분은 나에게 퍽 쓰라린 생각을 가지게 했습니다. … 그러나 내게 좋은 일을 가장 많이 해준 분 역시 그분이었다고 생각합니다”(「자서전」 제26장, 3). 사실 예수회 소속 발타사르 알바레즈 신부는 20대 중반 서품 1년 차 때 데레사의 영적 지도자가 됐습니다. 다른 많은 사람들의 영적 체험에 대한 이해도 부족했고 본인의 영적 체험도 미진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영적 체험에 대한 수많은 신학 서적을 읽고 배워가며 6년 동안 영적 지도를 했고, 데레사도 가장 만족했던 영적 지도자로 기억했습니다.

 

현대 영성신학에 따르면, 영적 지도자가 되기 위해서는 신앙 공동체 안에서 피지도자에게 신뢰를 얻어야 하고, 따뜻한 마음으로 피지도자의 모든 이야기를 경청하는 개방된 자세를 지녀야 하며, 자신감을 가질 필요가 있다는 일반적 원칙을 우선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더 나아가서 체험에만 국한되지 말고, 계속해서 공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합니다. 즉, 영적 지도자가 신학 모든 영역에서 해박한 박사일 필요는 없더라도, 피지도자가 교회의 믿음을 올바르게 이해할 수 있도록 역사, 문화, 철학적 배경 속에서 교리 지식을 익혀 기초를 튼튼하게 할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그중에서도 성경 연구는 가장 좋은 공부라 할 수 있습니다. 아울러 여유가 있다면 인간 이해를 도모하고자 약간의 현대 심리학을 공부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이야기합니다.

 

영적 식별을 위해 영적 지도의 필요성을 강조한 「영신수련」의 저자 로욜라의 이냐시오는 타고난 재능 때문에 영적 지도자로 양성되는 데 따로 준비하지 않아도 훌륭한 영적 지도자의 면모를 드러냈습니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태어날 때부터 이런 능력을 지니는 것은 아니기에 영적 지도자가 되기 위한 준비 과정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준비 과정은 영적 지도자에게 평생 지속돼야 합니다.

 

모든 사제가 영적 지도자일 수는 없습니다. 또한 사제 이외에 일반 신자도 영적 지도자일 수 있습니다. 중요한 점은 영적 지도를 체험 자체에만 초점을 맞춰 생각하지 말고 체험으로 이끄는 학문적 능력을 갖추는 것이라고 생각해야 합니다. 그러므로 교양과 학식을 갖춘 영적 지도자를 찾으라는 예수의 데레사의 이야기는 아주 의미 있는 권고입니다. 

 

[평화신문, 2016년 4월 10일, 전영준 신부(가톨릭대 신학대학 영성신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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