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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미술ㅣ교회건축

성미술 이야기: 예수님의 성체와 성혈은 영원한 생명의 양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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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구성미술 [artsacra] 쪽지 캡슐

2021-04-26 ㅣ No.794

44차 세계 성체 대회 기념 유리화:

예수님의 성체와 성혈은 영원한 생명의 양식이다.

 

 

 

해마다 봄이 되면 명동성당의 언덕에는 개나리와 진달래, 철쭉과 영산홍을 비롯한 봄꽃이 흐드러지게 핀다. 명동 거리를 오가는 많은 사람은 꽃길을 따라 성당으로 들어가 기도하거나 둘러보는 시간을 갖는다. 어두컴컴하지만 장중한 느낌을 주는 성당 곳곳에는 여러 유리화와 교회미술품이 자리 잡고 있다. 어둠에 우리 눈이 조금 익숙해지면 유리화에 새겨진 거룩한 형상이 사람들에게 가까이로 다가오고 벽에 걸린 성화와 성상들도 우리에게 말을 걸어온다.

 

명동성당의 제단을 가득 장식한 대형 유리화는 그리스도인의 모범이신 성모 마리아의 일생을 담고 있다. 이 성당이 성모 마리아를 주보 성인으로 모시며 그분께 봉헌되었기 때문에, 제단 유리화의 주제도 묵주기도에 나오는 성모님의 삶이다. 프랑스 툴루즈의 제스타(Jesta) 공방에서 제작된 유리화는 명동성당이 축복되었던 1898년부터 제단을 장식하였다. 이후에 몇 차fP 보수·보완 공사를 통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성당의 유리화는 주로 제단이나 신자석 주변에 장식되어 있지만 성당 뒤편에도 성당 뒤편에도 있다. 내부를 다 둘러보고 뒤돌아 나오면 입구 쪽에 있는 세 개의 문을 볼 수 있다. 그 가운데서 중앙문 위의 아치형 창문에도 작은 유리화가 장식되어 있다. 이 유리화는 1989년에는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열린 제 44차 세계 성체 대회를 기념하기 위해 제작되었다. ‘44차 세계 성체 대회 기념유리화는 이남규 (루카, 1931-1193) 화가의 작품이다. 그는 우리나라 유리화의 선구자로 불릴 정도로 여러 성당과 교회 기관에 유리화의 보급과 토착화에 튼 공헌을 하였다. 1898년에 설치된 명동성당의 유리화도 오랜 세월과 6·25전쟁으로 많이 훼손되었는데, 1984년 한국 천주교 200주년 기념을 앞두고 이남규 작가가 많이 보수·복원하였다.

 

 

 

이 유리화의 한 가운데는 십자가가 새겨진 둥근 성체가 묘사되어 있다. 하얗게 빛나는 십자가는 그리스도교 신앙의 중심으로 예수님의 죽음과 부활을 상징한다. 예수님은 십자가에 못 박혀 죽기까지 우리 인간을 극진히 사랑하셨다. 오늘날 사람들이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것은 이처럼 큰 예수님의 사랑을 본받아 하느님 사랑과 이웃 사랑을 실천하며 사는 것이라는 것을 알려 준다.

 

십자가 둘레에는 세 마리의 비둘기가 있는데, 이는 성부, 성자, 성령의 삼위일체이신 하느님을 드러낸다. 바깥의 왼쪽에는 포도송이, 오른쪽에는 밀이삭이 묘사되어 있다. 이는 세계 성체 대회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는 예수님의 몸인 성체와 성혈을 상징한다. 이 유리화에는 오방색을 주로 사용하여 단순하지만 따뜻한 느낌을 준다.

 

명동성당에서 거행되는 미사에 참여한 신자들은 예수님의 몸인 성체와 성혈을 모시고 각자 삶의 자리로 돌아간다. 이 유리화는 이런 사실을 다시 상기시켜 준다. 예수님을 따르는 그리스도인의 삶이란 바로 성체성사의 정신을 따라 사는 것, 즉 예수님처럼 자신을 나누며 사는 것이라는 것을 일깨워준다. 따라서 이 유리화는 제단에서 말씀을 선포한 사제의 강론과 같다고 할 수 있다.

 

 

 

출처: 정웅모 신부 (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예수와 열두 사도: 너희는 가서 모든 민족들을 제자로 삼아라, 가톨릭 직장인, 20203(275), pp. 42~45.

 

작품: 이남규(루카, 1931-1993), <44차 세계 성체 대회 기념>, 유리화, 1989, 명동대성당 중앙 출입문 상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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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웅모, 명동성당, 유리화, 이남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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