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0일 (토)
(백) 부활 제3주간 토요일(장애인의 날) 저희가 누구에게 가겠습니까? 주님께는 영원한 생명의 말씀이 있습니다.

윤리신학ㅣ사회윤리

[환경] 기후는 공공재입니다7: 기후 활동가 킹스턴 할아버지를 아시나요?

스크랩 인쇄

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1-06-01 ㅣ No.1833

[기후는 공공재입니다] (7) 기후 활동가 킹스턴 할아버지를 아시나요?


시장논리에 질식되는 지구, 생태적 실천은 교회의 의무다

 

 

2019년 9월 필리핀 마닐라에서 청년 활동가들이 기후 행동에 나서고 있다. CNS 자료사진.

 

 

2019년 4월부터 영국에서는 ‘멸종 저항’(Extinction Rebellion)이라는 단체가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말 그대로 기후위기 상황에서 인간을 포함한 생물 종의 멸종을 막기 위해 저항하는 환경단체입니다. 멸종 저항은 비폭력 직접 행동을 통해 기후위기와 생태적 긴급 사태 앞에서 각국 정부가 행동하도록 설득합니다.

 

이들은 영국 정부에 기후위기 및 생태적 긴급 사태, 생물 다양성 손실을 막기 위해 2025년까지 온실가스 배출 ‘넷 제로’(Net Zero)를 달성할 것을 요구합니다. 나날이 심각해지는 기후위기 상황에서 이들의 뜻과 행동에 동의하는 사람들이 나라마다 행동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2019년 9월 ‘기후위기 비상행동’이 시작되었고, 2020년 1월 20일 ‘가톨릭기후행동’이 출범 미사를 봉헌하고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지구를 보호한 죄

 

이 멸종 저항 활동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매우 다양합니다. 기후위기의 직접 당사자인 청소년과 청년 세대부터 노인들까지 다양한 이들이 모여 전단을 돌리고 공부하고 기후 행동을 합니다. 이 멸종 저항에 참여하는 82세 영국 노인 필 킹스턴의 인터뷰를 보았습니다. 킹스턴 할아버지는 12일 동안 멸종 저항 행동을 하며 네 번이나 체포됐습니다. 런던 다우닝가에서 분필로 ‘지금 당장 행동’(Act Now)이라고 적어 체포됐는데 죄명은 기물 파손죄였습니다. 잡혀가는 할아버지에게 사진기자가 죄명이 뭐냐고 묻자 할아버지는 ‘지구를 보호한 것’이라고 말합니다. 어디로 잡혀 가냐고 다시 묻자 할아버지는 웃으며 ‘천국’이라고 말합니다.

 

킹스턴 할아버지의 은퇴 전 직업은 보호 감찰관이었습니다. 보호 감찰관은 기본적으로 법을 준수하는 사람입니다. 하지만 법이 지구를 파괴하는 기업들의 이윤을 보호하는 것을 참을 수 없어 멸종 저항에 나섰습니다. 킹스턴 할아버지는 오늘날 세상은 “‘돈’이 모든 것의 꼭대기에 있다”며, 북미 원주민 수(Sioux) 부족의 속담을 이야기합니다. “마지막 물고기까지 잡아먹고 나면 알게 됩니다. 돈을 먹고 살 수 없다는 걸요.” 마지막 물고기까지 잡아먹으려는 일들이 지금 지구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습니다.

 

 

기후위기의 원인은 ‘시장’

 

프란치스코 교종도 기후위기, 생태위기의 원인을 ‘시장’이라고 말씀하십니다.

 

“절대 규칙이 되어 버린, 신격화된 시장의 이익 앞에서 자연환경처럼 취약한 모든 것은 무방비 상태에 놓여있습니다.”(「복음의 기쁨」, 56항)

 

신격화된 시장을 무력화시키고, 다음 세대 후손들이 살아갈 지구를 물려주기 위해 프란치스코 교종은 지난해 5월 24일부터 올해 5월 24일까지 한 해를 ‘찬미받으소서’ 특별 기념의 해로 선포했습니다. 그리고 올해부터 ‘찬미받으소서’가 제시하는 통합생태론의 정신에 따라 온전히 지속가능한 세계로 나아가는 7년 여정을 시작하자고 전 세계 교회에 요청했습니다. 한국교회도 지난해 10월 추계 주교회의를 마치며 특별 사목 교서 ‘울부짖는 우리 어머니 앞에서’를 발표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종의 지속가능한 세계로 나아가는 7년 여정과 한국교회의 특별 사목 교서는 전 세계 그리스도인들이 함께 기후위기를 막아보자는 전환의 로드맵입니다.

 

앞으로 10년 안에 지구의 평균 기온 상승이 섭씨 1.5도를 넘지 않아야 인류는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010년 대비 절반 가까이(45%) 줄여야 합니다. 2030년까지 매년 온실가스를 7.6%씩 줄여야 2050년 1.5℃가 넘지 않습니다. 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7년 여정이 시작된 것입니다.

 

 

뭐라도 해야 합니다

 

교회가 운영하는 모든 학교, 성당 주일학교에서 ‘멸종 위기종’이 된 청소년들에게 기후교육을 해야 합니다. 눈에 보이는 성당의 겉모습에 신경 쓰기보다 재생 에너지를 만드는 태양광 패널을 성당과 유관 건물에 설치해야 합니다. 성당 마당에는 전기차 충전소를 만들고 신자들 집집마다 태양광 패널을 설치해야 합니다. 농촌에서는 생명 농업과 가족농을 실천하는 가톨릭 농민들의 생명공동체가 더 많아져야 합니다.

 

밥상에서 채소는 두 배로 늘리고 육류 소비는 절반으로 줄여야 합니다. 플라스틱 소비를 줄이기 위해 배달 음식은 줄이고 도시락 가방을 들고 다니며 음식물은 남기지 말아야 합니다. 교회 공동체 구성원 모두 매일 생태적 회개를 위해 기도하며 쓰레기, 에너지, 육식을 줄이는 삶을 살아야 합니다. 고해성사 보속으로 나이만큼 나무를 심고 채소를 기르고 생태계 회복을 위한 기도를 안내해야 합니다. 교구는 매년 온실가스 배출 제로를 위한 사목교서를 준비해 강론하고 교육하며 교구와 본당, 신자 가정이 함께 행동해야 합니다.

 

7년 여정은 해도 그만이고 안 해도 되는 선택이 아니라, 출애굽에 나서는 이스라엘 민족의 결연하고 절박한 마음 자세여야 합니다. 이 생태적 실천들이 모이고 모이면 기후위기를 막을 것입니다. 그때가 모든 피조물을 위한 은총의 때가 될 것입니다. 모든 피조물이 하느님 은총을 체험하는 진정한 희년이 될 것입니다. 죽음의 기후위기를 극복한 교회의 해방 체험이 될 것입니다. [가톨릭신문, 2021년 5월 30일, 맹주형(아우구스티노, 가톨릭기후행동 운영위원)]

 

 

세계 가톨릭기후행동은 - 「찬미받으소서」 통합생태론 전 세계 전파

 

 

세계 가톨릭기후행동(GCCM, the Global Catholic Climate Movement, https://catholicclimatemovement.global/)은 2015년 출범, 전 세계 가톨릭교회의 기후위기 대응 움직임을 대변한다. 2015년은 지구 환경 보호와 관련해 두 가지 획기적 전환점이 마련된 해다.

 

하나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생태 회칙 「찬미받으소서」의 반포이고, 다른 하나는 파리기후협약의 체결이다. 교황은 이 회칙을 통해 교회와 ‘선의의 모든 사람들’에게 지구와 가난한 이들의 울부짖음에 긴급하게 응답할 것을 촉구하고, 인간 생태와 자연 생태가 하나의 문제임을 제기하는 ‘통합 생태론’을 제시했다.

 

한편 과학자들이 기후 변화의 심각성을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제기함으로써, 전 세계 200여 개 국가들은 파리에서 기후정상회의를 열고 파리기후협약에 서명했다. 20여 년의 오랜 논의가 실패로 돌아간 후에야 비로소 세계는 너무 늦기 전에 기후위기에 공동 대응하기 위한 첫 발걸음을 내디뎠다.

 

이 두 가지 중요한 사건에 앞서, 1월 15일 세계 가톨릭기후행동이 출범했다. 이날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필리핀 순방을 시작한 날이었다. 교황은 순방 사흘째인 1월 17일 타클로반을 방문했다. 타클로반은 1만 명 이상이 희생되고, 1300만 명에 달하는 이재민을 발생시킨 태풍 하이옌의 가장 큰 피해 지역이었다.

 

이후 세계 가톨릭기후행동은 미국 보스턴에 사무국을 두고 범지구적인 네트워크를 통해 「찬미받으소서」의 통합생태론에 바탕을 둔 생태환경 보호의 전선을 전 세계에 확산해왔다. 현재 세계적으로 900개 이상의 단체와 100만 명에 이르는 가톨릭 신자와 국제 환경 단체들이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다.

 

한국 가톨릭기후행동(GCCM Korea, https://gccmkorea.kr/)은 전 세계적인 가톨릭기후행동의 움직임에 발맞춰 2019년 9월 5일 ‘피조물 보호를 위한 기도의 날’ 개막 미사를 시작으로 준비에 들어가, 2020년 1월 20일 출범 미사를 봉헌했다. 이후 회칙 「찬미받으소서」의 ‘통합생태 영성’을 바탕으로 ‘기후 정의’ 실현을 위해 국내 가톨릭 40개 이상 단체와 400명 이상의 신자들이 함께하고 있으며, 전국 각 교구와 단체들의 연대가 확산되고 있다.

 

한국 가톨릭기후행동은 올해 출범 1주년을 맞아 기후 위기에 대한 신자 인식 조사를 실시, 향후 각 본당들이 기후 위기에 대응하는 ‘탄소 제로’의 모범적 현장이 되도록 이끌 계획이다. [가톨릭신문, 2021년 5월 30일, 박영호 기자]



1,871 0

추천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