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0일 (토)
(백) 부활 제3주간 토요일(장애인의 날) 저희가 누구에게 가겠습니까? 주님께는 영원한 생명의 말씀이 있습니다.

영성ㅣ기도ㅣ신앙

[영성] 현대 영성: 오늘날 참된 그리스도인으로 사는 길 - 갈망 없는 존재가 되기를 갈망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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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1-07-12 ㅣ No.1627

[현대 영성] 오늘날 참된 그리스도인으로 사는 길


“갈망 없는 존재가 되기를 갈망하라”

 

 

“미운 사람이 생겼어요. 화가 나고 그 사람과 말하고 싶지 않아요. 입은 닫았지만 생각과 상상력은 제 마음을 시끄럽게 하고 늘 그 사람이 제 머릿속에서 사라지지 않아요.”

 

“그리스도인으로서 ‘내가 진정 바라는 것이 무엇인가? 그리고 진정 바라야 하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해 거듭 묵상할수록 저는 참 부질없는 것들을 바라고 갈망하며 살고 있는 것 같아요. 다 지나가고 말 것들에 집착하고 있는 제가 어떻게 하면 더 영적으로 자유로워질 수 있을까요?”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내적 고독과 침묵을 방해하는 많은 것들 가운데 살고 있습니다. TV, 인터넷 등 정보와 영상의 홍수 속에서 현대인들은 고요히 있는 것을 불안해합니다. 어떤 이는 아침에 일어나면 습관처럼 TV를 켜고 자기 전에는 유튜브를 켜 놓고 잔다고 합니다. 심지어 기도할 때에도 참으로 많은 말을 하고, 많은 간청을 주님께 드립니다. 외부에서 들려오는 무수한 소음들은 자신의 자아와 직면하지 않고 회피하게 합니다. 그리고 내부에서 솟아나는 무수한 사람과 일에 대한 속 시끄러운 소리들은 하느님의 소리를 듣지 못하도록 방해합니다. 토마스 머튼 신부님은 이러한 우리 시대의 많은 문제들은 “침묵하기 보다 오히려 분석하려 하기 때문”이라고 진단합니다. 

 

머튼에게 있어서 침묵은 단순한 혀의 침묵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혀의 침묵뿐만 아니라 눈의 침묵, 상상력의 침묵과 갈망의 침묵을 강조합니다. 특히 그는 하느님께 대한 위로를 갈망하지 말고 오히려 사랑하기를 갈망하라고 강조하며 이렇게 말합니다. “하느님께서 당신을 소중히 여기고 위로해 주기를 갈망하지 마라. 무엇보다도 그분을 사랑하기를 갈망하라. 다른 이들이 하느님 안에서 위로를 발견하게 만들려고 마음 졸이며 갈망하지 말고 오히려 그들이 하느님을 사랑하도록 돕고자 갈망하라.”(『인간은 섬이 아니다』) 이러한 갈망의 침묵은 우리와 하느님 사이의 장벽을 무너뜨립니다. 그리고 이 침묵은 우리를 하느님 안에 살게 합니다.

 

물론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하느님의 말씀을 선포해야 할 의무를 지니고 있습니다. 그런데 진정한 복음 선포는 말보다 삶이 더 중요합니다. 우리가 자신의 말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제대로 선포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언어를 복음화’ 하는 내적 정화의 과정이 필요합니다. 내적 침묵은 하느님의 소리를 듣기 위한 준비이며 수행입니다. 주님 앞에 침묵하며 마음을 비우며 기다리던 어느 날 그분은 고요한 미풍 가운데 우리에게 찾아 오십니다. 이때 우리는 어떤 이성적 추론이나 상상력을 넘어 존재 전체의 침묵 속에서 홀로 그분과 대화를 나누게 됩니다. 그리고 말 없는 침묵 속에서 우리의 존재가 복음이 되어갑니다.

 

이렇게 그리스도와의 침묵의 만남은 자신의 전(全)존재를 바꾸어 놓습니다. 우리는 더 이상 자신의 말을 하지 않습니다. 성령께서 우리를 통해 말씀을 선포하시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영적인 침묵의 열매입니다. 영적인 침묵은 다른 말로 영적인 친교(communion)이며 기도의 깊은 일치 단계에서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하느님과의 깊은 영적 일치는 인간의 언어를 필요로 하지 않습니다. 진정한 사랑의 침묵은 하느님의 침묵을 깨닫게 합니다.

 

영적인 침묵은 사랑하는 하느님과의 완전한 일치로 더 이상 아무런 바람이나 갈망이 없는 상태를 지향합니다. 머튼은 이에 대해 다음과 같이 강하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당신이 영적 생활을 하고 싶다면 삶을 단일화(單一化)해야 한다. 당신의 삶을 단일화하기 위해서는 당신의 갈망을 단일화하라. 당신의 삶을 영성화하기 위해서는 당신의 갈망을 영성화 하라. 당신의 갈망을 영성화하기 위해서는 갈망 없이 존재하기를 갈망하라.”(『고독 속의 명상』) 우리의 내적 침묵은 더 이상 아무런 갈망 없이 단순히 그분과 일치하기 위해 나의 말과 생각과 삶을 그분께 온전히 집중하고 봉헌하기 위한 것입니다. 침묵은 많은 외적 걱정과 내적 두려움으로부터 우리를 자유롭게 해 줄 것입니다. 침묵은 영원으로 들어가는 문입니다.

 

[2021년 7월 11일 연중 제15주일 가톨릭마산 3면, 박재찬 안셀모 신부(분도 명상의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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