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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 별별 이야기: 하는 일마다 안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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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1-08-17 ㅣ No.1050

[박현민 신부의 별별 이야기] (85) 하는 일마다 안 되리라? (상)

 

 

32살 요한이 알고 싶은 것은 딱 한 가지였다. 자신에게는 왜 늘 불행이 따라다니느냐는 것이었다. “하는 일마다 망하고 뭘 해도 안 돼요. 신이 저주를 내렸던가 아니면 악령이나 못된 조상의 혼령이 저를 따라다니며 괴롭히는 게 아닌가 생각이 들어요. 머피의 법칙 아세요? 이젠 어떤 노력도 할 수가 없어요.”

 

머피의 법칙이란 “잘못될 수 있는 일은 결국 잘못되기 마련이다”라는 징크스를 말한다. 요한은 다른 사람보다 자신에게 이런 일이 더 많이 생긴다고 믿고 있었다. 과연 그럴까? 과학자들은 머피의 법칙이 실제로 있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있는 것처럼 인지(판단)하기 때문으로 본다. 이것은 뇌가 어떤 사건을 기억할 때 시계열에 따라 고르게 기억하지 않고 선택적으로 기억(selective memory)하려는 습성이 있기 때문이다.

 

뇌는 생각한 대로 일이 잘 진행되면 정상에 해당하는 사건이기에 기억을 해둘 필요를 못 느낀다. 하지만 일이 뜻대로 되지 않으면 그것은 스트레스 자극이기에 오래 기억한다. 예를 들어, 시간에 쫓겨 운전하게 되면 평상시보다 더 자주 빨간등에 걸리는 것처럼 느낄 수 있다.

 

결국 요한은 자신에게 특별히 불리한 사건을 더 많이 선택적으로 기억하는 것은 아닐까? 하지만 요한은 자신은 절대 그런 경우가 아니라고 확신했다. 아무리 긍정과 부정을 객관적으로 비교하고 확률적으로 계산해 보아도 늘 부정적인 결과가 압도적으로 많다고 했다.

 

요한의 경험을 설명할 수 있는 경우의 수는 세 가지로 요약될 수 있다. 첫째는 실제로 저주받은 사람처럼 부정적인 일만 일어나는 경우가 있다. 둘째는 확률적으로 일어나는 부정적 체험을 자신이 선택적으로 기억하는 경우이다. 마지막은 가치 중립적인 사건 혹은 심지어 긍정적인 면을 가진 사건인데도 요한이 항상 부정적으로 해석하는 경향성을 상정해 볼 수 있다. 흔히 하는 일마다 잘못되고 자신의 인생은 망했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는 그 원인을 둘째와 셋째의 경우에 초점을 맞추게 된다.

 

하지만 요한은 자신이 첫 번째 경우에 해당한다고 강하게 믿고 있었다. 이때 상담자가 이런 생각이 잘못되었다고 지적하면, 결국 요한은 첫 번째 경우에 대한 해답을 얻기 위해 또 다른 사람을 찾아 헤맬 것이 뻔해 보였다. 일단 요한이 확신하는 첫 번째 가설의 경우를 사실로 인정하고 여기에 대한 명확한 이해를 기반으로 새로운 대안을 찾아주는 것이 시급해 보였다.

 

여기서 한 가지 간과할 수 없는 이야기가 있다. 첫 번째 경우에 해당하는 일이 가능할 뿐 아니라 실제로 발생하고 있음을 강조한 학자가 있다는 것이다. 이그노벨상을 연속으로 3번 수상한 로버트 매튜스(Robert Matthews)는 자신의 책 「머피 법칙의 과학」에서 우주가 실제로 우리를 반대하고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어떤 특정한 사람에게는 마치 자석의 N극과 S극이 서로를 끌어당기듯이 부정적 사건을 더 강하게 끌어들여 체험한다는 것이었다.

 

요한은 자신의 경우가 여기에 해당한다고 믿었다. 이런 주장을 객관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하더라도 요한의 경우엔 적어도 사실이었던 것이다. 만일 실제로 그런 일이 우주에서 일어나고 있다면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 것인가? 요한은 바로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상담실을 찾아온 것이다. 이제 요한의 경험이 주관적 해석이 아니라 실제적 사건이라는 전제하에 요한을 심리 정서적인 도움과 함께 영성적인 충만함으로 이끌어야 할 과제가 생겼다. 요한이 무한한 사랑 자체이신 하느님의 섭리 안에서 자신이 사랑받고 보호받고 있음을 체험하기 위해서 어떤 이해가 필요할까? 요한은 하느님이 자신을 버렸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면서 조용히 흐르는 눈물을 훔쳤다. “하는 일마다 잘 되리라(시편 1,3)”는 믿음이 필요해 보였다. [가톨릭평화신문, 2021년 8월 15일, 박현민 신부(영성심리학자, 성필립보생태마을 부관장)]

 

 

[박현민 신부의 별별 이야기] (86) 하는 일마다 안 되리라? (중)

 

 

앞에서 요한의 체험을 설명할 수 있는 경우의 수를 세 가지로 요약했다. 첫 번째는 요한이 스스로 믿는 것처럼 실제로 실수나 실패의 경험이 남보다 자주 발생하는 경우이다. 두 번째는 실패나 성공의 경험은 확률적으로 발생하지만 개인이 스스로 실패의 경험을 선택적으로 기억하는 경우다. 마지막 세 번째는 어떤 사건을 항상 부정적으로 해석하려는 경향성이었다.

 

첫 번째 가설에 대한 설명은 잠시 미루고 두 번째와 세 번째 가설을 살펴보자. 이 두 가설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 어떤 사람이 세 번째 심리적 특성이 있다면, 이 사람은 시간이 흐를수록 자연스럽게 두 번째 경험을 하게 된다. 세 번째 요인은 분석과 판단을 담당하는 대뇌피질에서 의지적인 방식으로 발생하기 때문에 개인이 충분히 의식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습성이 오래 지속되면 뇌는 실패와 부정적인 경험만을 선택적으로 기억한다. 그 결과 부정적 사건은 그 빈도와 강도가 더 높아지는 체험이 된다. 자신에게는 안 좋은 일들만 일어난다고 보는 것이다.

 

요한은 먼저 세 번째 경우에 해당하는 심리적 특성을 지니고 있었다. 이것은 자극에 대해 자동적으로 일어나는 정서적 반응성향으로서의 기질(temperament)일 수도 있고, 환경과 상호작용하면서 생겨나는 후천적인 심리적 경향성인 성격(character)에 해당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현상은 대부분 기질과 성격의 상호작용으로 발생한다.

 

심리검사에서 요한은 선천적으로 위험하거나 혐오스러운 자극에 대해 행동이 위축되는 유전적 경향성이 있었다. 불리한 유전적 경향성이 있어도 양육환경에서 긍정적인 지지와 격려, 무조건적인 존중을 받게 되면 기질의 부정성은 다소 완화된다. 안타깝게도 요한은 결손가정에서 태어나 자신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느낄 수 있는 충분한 정서적 돌봄이 결핍된 상태였다. 이렇게 의식적으로 세상을 부정적으로 해석하게 되면, 뇌는 곧바로 부정적 사건만을 선택적으로 기억하는 무의식적 과정을 시작한다. 그 결과 부정적 해석이 실제로 부정적 사건으로 둔갑하는 일이 발생한다.

 

자신이 행한 과거의 실수를 반복적으로 되뇌면서(생각), 후회와 좌절을 느끼고(감정), 그때마다 자책하는(행동) 사람이 있다고 하자. 반복적으로 경험되는 이 부정적 정보는 점차 해마 속에 장기기억으로 저장되고, 배측선조체는 이 정보와 상응하는 생각, 감정, 그리고 행동을 습관적으로 반복하려는 경향성을 띤다. 이처럼 배측선조체가 부정적 정보를 습관적으로 활성화시키면 이성과 논리적 판단을 담당하는 전전두엽은 정상적인 기능을 점차 상실한다. 그 결과 일상의 사건을 합리적으로 해석하는 이성적 능력이 줄어들고 변연계에서 반복적으로 재생시키는 부정적 정보에 맞춰 자신의 경험을 재구성하거나 그 정보에 맞는 경험만 선택적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생긴다.

 

이처럼 뇌는 반복된 정보를 받게 되면 변연계에 속하는 배측선조체와 측좌핵이 그 정보를 습관처럼 반복재생하려는 움직임을 일으킨다. 특히 그 정보가 감정을 동반하는 경우, 변연계 속 해마는 이 정보를 장기기억으로 저장하여 반복재생이 가능하도록 준비한다. 우리의 뇌가 특정 정보를 장기적으로 기억하고 습관적으로 재생하게 되면, 일상의 경험은 그 정보에 상응하는 방식으로 경험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즉 모든 인간의 경험은 객관적인 외적 사실이 주관적인 내적 해석을 통해 재구성된 결과일 가능성이 높다.

 

요한은 그러나 자신이 첫 번째 가설에 해당한다고 스스로 믿고 있었다. 즉 자신의 불행한 사건은 해석이나 기억이 아니라 실제적 사건이라는 것이다. 이제 이 두 번째와 세 번째 가설이 어떻게 첫 번째 가설과 연결되는지를 확인할 수만 있다면 요한은 결국 하느님이나 자신의 운명을 탓하지 않고 스스로 자신의 삶을 개척할 힘을 얻게 될 것이다. [가톨릭평화신문, 2021년 8월 22일, 박현민 신부(영성심리학자, 성필립보생태마을 부관장)]

 

 

[박현민 신부의 별별 이야기] (87) 하는 일마다 안 되리라? (하)

 

 

요한의 말처럼 머피의 법칙이 실제로 일어난다고 가정해 보자. 이러한 현상은 실제로 안 좋은 일이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뇌가 그렇게 인지하기 때문이라는 이론으로 설명해 볼 수 있다. 세계적인 신경과학자 라마찬드란 박사는 이런 현상을 뇌의 잘못된 해석으로 간주한다. 그에 의하면 수많은 생명체 중에 인간과 같은 방식으로 사물을 바라보는 종은 하나도 없다고 한다. 인간은 시신경만 뿐만 아니라 뇌로도 세상을 바라보기 때문이다. 실재하지 않는 대상이지만 뇌가 실재하는 것으로 해석하면 나에게는 허상이 아니라 실제가 된다.

 

이런 현상은 시각뿐 아니라 인간의 오감(五感)에도 적용된다. 팔다리가 잘린 환자가 손과 발에 통증을 호소하는 경우가 있다. 실재하지 않는 감각이지만 뇌가 그렇게 해석한 결과다. 인간의 뇌는 의식하지 않은 상태에서 특정한 정보를 반복적으로 받으면 의식적 혹은 의지적으로 통제할 수 없었던 정신적 영역 혹은 신체적 영역의 변화가 발생할 수 있다.

 

세상을 부정적으로 해석하는 의식적 습관(세 번째 가설)은 결국 부정적 현실이 실제로 체험되는 무의식적 해석(첫 번째 가설)으로 연결된다. 결국, 불행한 사건이 연속적으로 발생하는 일은 모든 사건을 불행한 사건으로 인지하는 뇌의 무의식적 해석일 가능성이 높다.

 

세 번째 가설인 의식적 해석과 첫 번째 가설인 무의식적 해석에는 차이가 있다. 세 번째 가설의 경우, 부정적으로 해석하는 과정은 의식적이기에 곧바로 다른 방식의 해석으로 의식적 전환이 가능하다. 상담자가 그 사건을 꼭 부정적으로 해석할 필요가 있느냐고 묻게 되면, 긍정적 해석도 가능하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하지만 첫 번째 가설의 경우는 뇌 안에서 무의식적으로 일어나기에 결코 자신의 느낌을 의심할 수 없다. 환상 통증은 뇌가 만들어 낸 통증이다. 제삼자의 관점에서는 사실이 아니겠지만, 적어도 환자에게는 실재하는 고통이다. 마찬가지로 요한이 체험한 사건은 제삼자의 입장에서 볼 때 모두 가치 중립적이거나 혹은 긍정과 부정의 모든 해석이 가능했다. 하지만 요한에게는 불행한 사건 외에 다른 해석이 가능하지 않았다.

 

요한의 뇌에서는 반복된 마음속 정보를 현실 안에서 확인하려는 움직임이 발생하고 있었다. 요한은 스스로 자신은 불행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습관이 있었다. 그 결과 반복된 자기암시가 변연계의 선조체와 측좌핵을 자극하여 자기 생각을 현실에서 확인하도록 만들었다. 특정 정보가 반복되어 선조체와 측좌핵이 강화되면 그 결과 뇌는 모든 현실을 그 정보에 맞추어 해석하게 된다. 요한은 결국 어떤 사건을 체험해도 불행한 사건으로 느낄 수밖에 없는 뇌의 환경을 스스로 만들어 냈다.

 

흔히 말하는 ‘끌어당김의 법칙(law of attraction)’은 바로 이런 과정으로 설명할 수 있다. 신념은 결국 마음의 자신감이나 확신으로 끝나지 않는다. 실제로 그 신념에 따른 일을 뇌 안에서 끌어당긴다. 요한이 부정적 체험을 생각할 때마다 부정적 일은 실제로 더 많이 발생할 수 있다. 우울한 노래를 많이 부른 가수가 인생도 우울해지는 체험을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하지만 이것이 실재라는 생각보다는 뇌의 해석으로 생각할 때 우리는 이러한 뇌의 해석으로부터 점차 벗어날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요한은 자신의 습관적 생각을 재구성하는 훈련을 받게 되었고, 자신의 긍정적 모습을 소리 내어 스스로에게 들려주는 자기암시를 반복하였다. 또한, 하느님께서 자신을 따뜻하게 안아주시고 위로해 주시는 상상을 지속해서 반복하였다. 반복된 인지재구성 훈련과 긍정적 자기암시, 그리고 하느님 사랑에 대한 심상 훈련은 부정적 해석에 길든 뇌에 또 다른 역동을 불러일으켰다. 요한은 이렇게 성령의 도우심으로 스스로 변화하는 자신을 느끼기 시작하였다. [가톨릭평화신문, 2021년 8월 29일, 박현민 신부(영성심리학자, 성필립보생태마을 부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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