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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미술ㅣ교회건축

성당 이야기57: 작은 고딕 성당 - 오세르의 생테티엔 주교좌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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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1-08-23 ㅣ No.808

[성당 이야기] (57) 작은 고딕 성당


오세르의 생테티엔 주교좌성당(Cathédrale Saint-Étienne d'Auxerre)

 

 

지난 회에서 고딕 성당의 두 흐름인 고딕주의와 고전주의에 대해서 나누었습니다. 주류인 생드니, 파리 노트르담, 샤르트르, 랭스, 아미앵이 전자에 속하고 비주류인 누와용, 라옹, 부르주가 후자에 속합니다. 이는 성당 공간의 구성에 있어서, 수평과 수직의 비례 관계와 구조 문제의 해결 방식 등에 관련된 구분입니다. 하지만 두 흐름은 대형화라는 공통의 요소를 가지고 있고 이것은 소형화라는 제3의 흐름을 야기하였습니다. 모든 성당은 교구에 소속되어 주교좌성당과 함께 하나의 ‘개별 교회’를 구성합니다. 몸의 지체들이 각각의 역할을 가지고 하나의 인격체를 이루듯이, 각 본당은 각자의 역할 안에서 교구라는 하나의 교회를 이루는 것입니다. 따라서 성당 건축은 교구 전체의 시각에서 바라보고 건축되어야 합니다. 모두 주교좌성당처럼 지을 필요는 없습니다. 고딕 시대에도 마찬가지로 교구 내 주교좌성당 외에 작은 성당들이 많이 지어졌는데, 그 성당들은 막대한 건축적 재정적 노력을 하지 않고도 마을에서 성당의 역할을 충분히 잘 해내었습니다. 건축사학자들은 이런 소규모의 성당을 반(反)샤르트르의 흐름으로 설명합니다. 대형화에 대한 반대보다는 소형화를 필요로 하는 흐름에 따른 것입니다.

 

특히 부르고뉴 지역의 고딕 성당들은 여전히 로마네스크의 이중벽을 많이 사용하면서 반(反)샤르트르의 경향을 띠었는데, 그 대표적인 곳이 오세르 대성당입니다. 오세르 대성당은 4분 볼트, 높은 클리어스토리, 랜싯과 오쿨루스 등 표준적인 고딕 성당의 모습을 갖추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역적인 특징인 소형화를 이루면서, 슈베의 아일 외벽에는 벽체의 형태가 그대로 남았으며, 클리어스토리와 트리포리움에는 통로로 사용되는 벽체도 만들어졌습니다. 이러한 것들은 통로로 사용되는 이점이 있지만 수직화와 경량화된 구조에는 부담을 주기 때문에 표준 양식의 고딕 성당에서는 사용되지 않던 구조물들입니다.

 

하지만 주류의 고딕 성당들이 발전시킨 유기적 구조의 형태가 지방의 고딕 성당에서도 볼 수 있는데, 그것은 본연의 구조적 역할을 한다기보다 형태적 소품화를 통해서 당대의 양식을 접목한 결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는 주류의 고딕주의 입장에서 보면 고딕 성당의 첨단 구조를 완전히 이해하지 못한 미완의 구조물이겠지만, 다른 시각에서는 첨단 기술을 필요로 하지 않는 소형화된 성당에 맞게 토착화된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렇듯 동시대에도 지역적 차이로 어려움이 발생하는데, 수백 년이 흐른 지금 고딕 양식이나 로마네스크 양식으로 성당을 짓는다면 그 어려움은 상상 이상일 것입니다. 얼마 전, 신설 본당의 설계를 진행하였습니다. 로마네스크 양식을 취한다고 했지만 결국은 전체가 아닌 성당의 외부 형태에 치중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를 두고 양식의 혼재와 불일치 혹은 몰이해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성당의 외관을 교회의 전통적이고 미적인 차원에서 로마네스크 양식으로 재해석한 것이라고 평하는 것이 건축가의 바람일 것입니다.

 

[2021년 8월 22일 연중 제21주일 의정부주보 7면, 강한수 가롤로 신부(민락동 성당 주임, 건축신학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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