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영성] 오늘날 참된 그리스도인으로 사는 길 

기도 중의 분심 : “분심이 든 적이 없다면 기도할 줄 모르는 것이다”

기도 중에 계속 분심이 드는데, 어떻게 하면 좋습니까?

기도하려고 앉아 있으면 자꾸 졸려요. 기도를 그만두어야 할까요?

분심의 순기능이라는 말이 있던데 이것이 무엇인가요?

기도에 관한 가장 많은 질문 가운데 하나는 바로 ‘기도 중의 분심’에 대한 것이다. 토마스 머튼은 기도 중에 일어나는 분심에 대해 ‘당연한 것’이라고 말한다. “분심이 든 적이 없다면 기도할 줄 모르는 것입니다. 기도 생활에서 분심은 흔히 피할 수 없는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는 것이 첫째로 할 일입니다. 이는 관상 생활의 기본적인 시련 중의 하나입니다.”(새 명상의 씨) 사실 분심이 생기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특히 묵상할 때 일어나는 분심은 우리의 정신과 기억과 상상력을 하느님의 현존으로 인도하기 위해서만 작용시켜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랜 관상 생활을 한 이들은 기억과 상상의 기능은 줄어들고 무의식의 문이 열리며, 주님께 마음을 모을 수 있게 된다. 

기도 중에 분심이 들면 다시 마음을 하느님께 두고 욕심부리지 말고 편안히 그분만을 바라보면 된다. “분심이 아무리 심하게 일더라도 당황하지 말고 편안하게 하느님께 집중하려고 노력하십시오. 하느님께서는 우리의 마음이 그렇게 복잡해도 우리 안에 계십니다. 하느님의 현존은 우리가 하느님을 생각하느냐, 안 하느냐에 달려 있지 않습니다.”(새 명상의 씨) 이 얼마나 위안이 되는 가르침인가! 우리가 하느님의 현존을 의식하지 못하더라도 하느님은 늘 우리와 함께 성령을 통해 기도하고 계신 것이다. 따라서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분심이 일어나더라도 계속해서 기도하려는 마음이며, 하느님을 찾고 알고 사랑하려는 열의이다. 또한 분심이 일더라도 믿음을 갖고, 하느님께서 틀림없이 현존하신다는 생각이야말로 분심의 폭풍 속에 있는 우리의 마음과 정신을 정화하는 가장 안전한 방비책이다.

머튼은 해로운 분심과 긍정적인 역할을 하는 분심을 구분한다. “진짜 해로운 분심은 우리의 의지를 하느님과 함께하는 깊고 평화로운 일에서 멀리 떼어 일과와 관계되는 근심 걱정을 하게 하는 것입니다.”(새 명상의 씨) 분심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면 자연스럽게 그분께 다시 마음을 모으고 거룩한 언어를 되뇌며, 본래의 자리로 되돌아간다. 졸음이 오면 다시 그분을 바라보며 주님께 사랑을 고백한다. “주님, 자비를 베푸소서” 혹은 “주님 사랑합니다”라고 말씀드리고 다시 마음을 주님께 집중하면 된다. 기도 중에 일상의 걱정이 분심으로 많이 떠오르는 경우는 대체적으로 자신이 활동에 얽매여 있다는 뜻이며, 활동을 너무 많이 하지 말라는 표시이기도 하다. 그래서 예전보다 분심이 많이 든다면 주님께 믿음을 두고 자신의 삶을 단순화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그런데 우연히 떠오르는 분심 중에는 자신의 무의식이 표현되는 경우도 있다. 이는 분심의 순기능이기도 하다. 흔히들 심리치료를 위해 명상을 할 것을 권고하는 이유도 자신이 오랫동안 억압해 알지 못했던 무의식이 기도 중에 의식화되어 치유가 일어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어린 시절 자신이 감당할 수 없는 사건이나 사람이 다가왔을 때 생존을 위해 혹은 자신이 좋게 보이기 위해 부정적인 감정을 억눌러 자신의 무의식 속으로 가두게 된다. 이러한 자신에 대한 억압이 많은 이들일수록 가식적이 되고, 가면을 쓴 채 살아가게 되어 참된 영적인 자유를 누리지 못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기도하는 중에 자신도 모르게 의식의 표면으로 솟아오르는, 억눌러 놓았던 무의식을 발견하게 되면 그것은 분심이라기보다는 기도에서 얻어지는 치유의 열매이기도 하다. 그러나 기도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하느님이시다. 하느님의 현존 가운데 더 깊이 머무는 것 그 자체가 중요하기 때문에 이러한 우연히 일어날 수 있는 분심의 순기능에 집착하는 것은 기도를 심리치료로 전락시킬 위험이 있다.

요컨대 기도하는 가운데 일어나는 분심은 당연한 것이며 기도를 배워 가는 과정이다. 오히려 기도가 불가능해지고 마음이 돌같이 될 때에 기도와 사랑을 진정으로 배우게 된다. 비록 기도 중에 분심이 들더라도 기도를 중단하지 않고 하느님을 갈망하고 그분과의 일치를 원하며 계속해서 기도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도 지속적으로 분심이 일어나면 기도 방법을 바꾸어 보거나, 소리 내어 하는 기도를 바치는 것도 도움이 된다. 

[2021년 11월 14일 연중 제33주일(세계 가난한 이의 날) 가톨릭마산 3면, 박재찬 안셀모 신부(분도 명상의 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