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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우리 사회의 기부문화: 기부문화 활성화를 위한 새로운 방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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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5-08-26 ㅣ No.1259

[경향 돋보기 - 우리 사회의 기부문화] 기부문화 활성화를 위한 새로운 방안



민간의 기부활동은 우리 사회에서 점점 더 많은 분야에서 중요한 공익적 역할을 담당하게 되었다. 지금까지 사회복지나 의료, 장학과 같은 분야를 중심으로 하던 것에서 공익활동의 범위가 환경보호, 학문과 문화예술의 진흥, 그리고 지역사회의 발전 등으로 빠르게 확장되고 있다. 지난날에는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등 공공부문이 이러한 활동을 주로 담당하였다. 그러나 국가재정의 한계와 제도의 경직성 등으로 말미암아 빠르게 변화하는 현실과 대상자들의 다양하고 개별적인 상황에 국가가 능동적으로 대응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이러한 한계를 보완해 줄 수 있다는 점에서 민간 기부활동의 중요성이 부각되는 가운데 그 역할이 확대되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최근에는 민간의 기부활동이 위축되고 있어 큰 우려를 자아낸다. 아름다운재단 기부문화연구소에서 발표한 「기빙코리아 2014」에 따르면, 2013년 설문 응답자의 48.5%만이 종교적 활동과 경조사비를 제외한 순수한 자선적 기부에 참여하고 있었다. 이는 2011년에 비해 9퍼센트포인트가 하락한 수치이다.

이는 주로 경제적 요인으로 추정되며, 기부하지 않는 사람들의 경우 그 이유로 ‘나의 경제적 상황이 어떻게 될지 모름’(36.4%), ‘기부에 관심 없음’(34.3%), ‘기부대상에 대한 불신’(8.7%) 등을 제시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볼 때에는 기부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가 경제적 어려움으로 나타나고 있지만, 그밖에도 기부에 대한 관심이나 기부단체 등에 대한 불신, 그리고 기부방법을 모르는 등 다양한 이유가 지적되고 있다.


직장인 기부금 첫 감소세

최근 한 언론보도에 따르면, 2014년 직장인의 기부금이 전년의 5조 5천8백억 원에서 5천억 원 이상 줄어든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지금까지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던 직장인의 기부금이 기부금 소득공제가 세액공제로 전환된 첫해인 2014년에 처음으로 감소세를 보인 것이다. 또한 올 2월에 행해진 2014년 연말정산 때 조세 혜택의 축소를 실감한 직장인들은 2015년에도 기부금을 대폭 줄이고 있기 때문에 올해 기부금은 작년에 이어 또다시 감소세를 기록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매일경제, 2015년 6월 19일자). 이처럼 위축된 기부문화를 활성화하고 확산하려면 사회 지도층과 부유층의 모범적 기부증대(54,2%), 기부단체의 자금운영 투명성 강화(19.6%), 그리고 나눔에 대한 인식개선(17.2%) 등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통계청의 사회조사는 밝히고 있다.

여기에서는 우리나라 민간 기부활동의 문제점과 새로운 방안에 대해서, 최근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기부금에 대한 조세 지원방식의 개편과 기부단체 운영의 투명성 제고 방안을 중심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기부금에 대한 소득공제의 세액공제 전환

지난 2014년 세법개정을 통해서 근로소득자의 기부금에 적용되던 소득공제 제도가 세액공제 제도로 전환되었다. 소득공제란 기부금 등의 지출을 과세소득에서 공제하는 것으로, 그에 따른 감세효과는 개개인에 적용되는 세율에 따라 달라진다. 이에 비해 세액공제는 일단 세액이 계산된 이후 기부금의 크기에 따라 그 감세정도가 결정되는 것으로서 개개인의 세율과는 무관하다. 곧 소득공제는 적용되는 세율이 높은 부유층에 더 많은 감세혜택을 준다는 비판에 대한 고려와 함께 세수확보 등을 목적으로 세액공제로 전환하였던 것이다.

그러나 2014년 연말정산 자료에서 나타난 바와 같이, 이러한 개편으로 말미암아 지난 십여 년 동안 급속히 늘어나고 있던 민간기부를 위축시켰다. 특히 중요한 부분을 담당했던 고소득층의 기부의욕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러한 기부 위축이라는 문제와 더불어 과세 논리적인 측면에서도 몇 가지 문제점이 제기될 수 있다.

가장 핵심적인 것은 이러한 제도 개편에는 소득공제와 세액공제라는 두 제도의 본질적인 취지가 잘 고려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소득세는 소득을 기준으로 납세자의 부담능력을 파악하고 그 부담능력에 누진세율을 적용하여 과세함으로써 세 부담의 공평성을 확보하는 세목이다. 소득은 수입금액(매출액, 급여 등)에서 비용을 공제(필요경비, 근로소득공제 등) 하여 산출하며, 궁극적으로 소비와 저축으로 사용되는 것이다. 소득공제는 비용으로 공제되는 항목 이외에 사실상 필요경비의 성격을 가지는 지출을 공제하여 납세자의 진정한 부담능력을 정확하게 파악하려는 수단이다.

그 반면 세액공제는 산정된 부담능력에 세율을 적용하여 계산된 세액을 이중과세의 조정이나 조세정책적인 측면에서 줄여주려는 수단이다. 기부금은 공익적 목적을 위해 자신의 소비능력, 곧 부담능력을 줄이는 것이라는 점에서 소득공제를 적용해야 하는 것이 적합하다고 할 수 있다.

또한 개인이나 법인 사업자의 경우에는 기존과 같이 비용으로 공제하면서 근로자의 기부금에 대해서만 세액공제를 적용하는 것은 조세상의 차별로 정의될 수 있다. 사업소득자와 법인의 경우 여전히 기부금을 필요경비로 인정하여 손금산입을 하고 있어, 개인과 법인 간의 차별, 그리고 동일한 누진세율 체계가 적용되는 사업소득과 근로소득 등과의 차별로 기부세제를 더욱 어렵고 일관성 없게 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사업자나 법인이 지출하는 기부금을 엄밀하게 본다면 해당 사업의 수행과 직접 관련된 필요경비라기보다는 공익적인 목적을 위해 지출하는 것을 비용으로 공제하는 것이다. 곧 기부금을 사업자의 수익을 줄이는 요인으로 인정하며 동시에 기부를 장려하려는 정책적 목적이 반영된 것인데, 근로자들에게는 적용하지 않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같은 금액의 기부금에 대해서 개개인의 세율에 따라 세액절감 효과에 차이가 있는 것은, 같은 금액의 소득에 대해 서로 다른 한계세율을 적용받는 누진세율의 특성에 따른 것이다. 역으로 같은 금액의 소득이 증가할 때 ‘왜 소득구간에 따라 각기 다른 세율을 부담하는 것이 옳은지’에 대한 논의와 같은 선상에 놓고 볼 수 있다.

지금까지 제기한 여러 가지 논의를 고려할 때 근로소득자에 대해서만 공익적 목적의 기부금에 대해 소득공제가 아닌 세액공제 방식의 조세지원이 이루어지게 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으며, 일종의 차별이라고 할 수 있다. 더구나 기부를 크게 위축시키는 결과가 나타나게 되므로 원래대로 소득공제 방식의 조세지원이 이루어질 수 있게 해야 한다.


모금기관 운영의 투명성 제고

기부금을 모금하여 운영하는 공익법인 등 기부단체의 운영이 투명하지 않다는 점이 기부자들을 망설이게 하는 가장 큰 이유 가운데 하나라는 점이 그 동안의 여러 설문조사의 결과이다. 기부자 입장에서는 당연히 자신의 기부금이 의도하는 공익목적에 따라 잘 쓰이기를 바라기 때문에 이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은 기부의지를 크게 위축시킨다. 그러므로 공익법인들의 운영은 투명하게 이루어져야 하며, 특히 기부금의 모금과 사용에 관련되는 모든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될 수 있는 제도적인 보완장치가 필요하다.

물론 현재에도 이사회의 구성이나 예산과 결산의 보고 등 공익법인들의 사후관리와 정보공개를 위한 많은 조치가 시행되고 있기는 하다. 비영리 법인이나 단체는 각 부처나 지방자치단체에 등록되어 관리되고 있으며, 교육재단이나 사회복지재단은 교육부와 보건복지부에서 별도로 관리하고 있다. 그러나 지방자치단체나 부처에서 관리현황을 일괄적으로 확인하기는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이에 따라 공익법인 업무를 전문적으로 담당하는 부처를 지정하고 재단설립 등과 관련한 통합 서비스를 제공하여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한편 공익법인의 운영 등에 대한 정보는 이미 국세청의 공익법인 공시 사이트를 통해 공개되고 있다. 공익법인의 투명성 확보를 위한 장치로서 일반 국민들이 실시간으로 공익법인의 활동내용을 확인할 수 있도록 국세청 홈페이지를 통해 공익법인 결산서류 등을 공시하고 있다. 또한 기부금 모금액과 활용실적 공개제도도 도입하고 있는데, 모금과 활용에 대한 정보를 국민에게 공개하여 기부금 단체의 투명성을 제고함으로써 기부문화를 확산하려는 것이다. 그러나 일정 기준 이하로 국세청에 보고되지 않는 작은 규모의 단체에 대한 정보 또한 그 투명성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정보관리의 개선

이상민(「국내 민간 공익재단 기초연구」, 2012년)은 재단법인 가운데 사회복지법인법, 사립학교법, 의료법에 근거해 설립된 재단을 제외한 민간 공익재단의 수를 4,582개로 파악하고 있다. 이 가운데 33.2%만이 국세청 공익법인 공시를 하고 있었고, 홈페이지 등을 통해 정보를 파악할 수 있는 재단은 36.9%에 불과한 것으로 보고하였다. 이는 60% 이상의 공익재단의 운영과 현황에 대해 공식적으로 접근 가능한 자료가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그만큼 국내 재단법인들의 운영에 대한 영세성과 불투명성을 나타내는 것을 뜻한다. 전체 공익재단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소규모 재단들을 투명하고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장치를 강구할 필요가 있다.

한편 세수확보가 어려운 만큼 복지자원의 활성화가 절실한 현재 상황에서는 그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고 있는 민간 공익자산을 파악하고 이를 활성화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많은 소규모 재단들이 낮은 이자율과 같은 원인 때문에 활발하게 운영하지 못해 결과적으로 세금혜택으로 공익성을 부여한 자산이 그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의 사회적 역할을 유도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고려할 수 있는데, 재단 통폐합, 사용이 제한된 기본재산에 대한 특정 목적사업 사용 허용, 그리고 군소재단에 대한 정보나 관리능력 지원 등을 들 수 있다.


공익기부 활성화를 위한 기타 제도

공익적 기부를 활성화하려면 이러한 기부활동을 수용할 수 있는 다양한 제도적 수단을 정비해야 한다. 올해부터 시행되고 있는 공익신탁을 활성화하는 것도 한 가지 방안이다. ‘신탁’이란 위탁자와 수탁자 간의 신임관계를 바탕으로 위탁자가 수탁자에게 특정의 재산을 이전하는 등의 처분을 하고, 수탁자가 수익자의 이익 또는 특정 목적을 위하여 그 재산의 관리, 처분, 운용 등 필요한 행위를 하게 하는 법률관계를 말한다.

현행 세법은 공익신탁 출연재산의 범위와 관련하여 금전에 대해서만 기부금 공제가 인정되는 공익신탁으로 인정하고 있는데, 이를 부동산이나 상장주식 등으로 확대함으로써 공익신탁을 더욱 활성화할 수 있도록 검토할 필요가 있다. 또한 특수 관계인에게 신탁 이익이 귀속될 경우 모두 상속세나 증여세 과세가액에 산입되어 추징하도록 되어 있는데, 공익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 안에서 귀속에 대해 과세상 혜택을 주는 것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한편 기업들의 공익재단 출연을 활성화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현재는 내국법인 주식의 5%(성실 공익법인은 10%) 이상 출연 시 초과분에 상속세나 증여세가 부과되고 있다. 이는 물론 공익재단을 통해서 상속세 등을 피하면서 기업을 지배하는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인데, 초과 주식에 대해서는 의결권을 제한하는 등의 방식이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의 민간 기부활동은 현금기부 이외에도 자원봉사활동과 기업의 사회공헌활동 등 그 범위를 확대하며 빠르게 성장해 왔다. 이러한 성장추세는 장기적으로 지속되어야 한다. 그러나 최근 눈에 띄게 민간의 기부활동이 위축되고 있는데, 이는 주로 어려운 경제상황과 세제개편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위축 현상을 해소하고 기부문화를 확산하려는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설문조사 등에서도 나타나고 있듯이 사회지도층의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이도록 장려하고, 동시에 학교 교육과정 등을 통해서 사회 저변에 기부문화를 확산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 또한 이와 관련된 법령이나 제도 등을 보완하고 개편하여 민간 기부활동과 문화를 촉진하는 데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 원윤희 - 서울시립대학교 총장. 서울시립대학교 세무대학원 교수. 아름다운재단 기부문화연구소 소장, 한국조세연구원장, 한국재정학회장을 지냈으며, 국세행정개혁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경향잡지, 2015년 8월호, 원윤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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