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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의신학ㅣ교부학

[교회] 교회일치, 어떻게 이룰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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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8-10-13 ㅣ No.230

교회일치, 어떻게 이룰 것인가?

 

 

교회일치란?

 

‘교회일치’, 언뜻보면 가톨릭의 지역교회들간의 상호협력과 일치를 떠올리기 쉽다. 한 교구 내의 본당 공동체들 간의 일치를 생각할 수도 있겠고, 흔히 문제가 되는 교구간의 장벽을 뛰어 넘어 교회 공동체들끼리 서로 돕고 연대하는 것을 떠올릴 수도 있겠다. 그러나 여기서 말하는 ‘교회일치’란 가톨릭교회 안에서의 일치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전문적인 용어로 ‘에큐메니칼(Ecumenical)’이라고 부르는 ‘교회일치’는 예수 그리스도께서 세우신 하나인 교회가 역사 안에서 갈라져 분열된 교회로 살아온 현실을 직시하고, 갈라진 교회들이 서로 같은 신앙을 고백하면서 새롭게 일치하고자 하는 일종의 ‘운동(movement)’을 일컫는다.

 

‘에큐메니칼’이란 본래 희랍어의 ‘오이코스(oikos)’, 곧 ‘집’, ‘가정’을 뜻하는 단어에서 유래하였으며, “사람이 사는 모든 세상(oikumene)”을 뜻한다. 그러나 이 말이 그리스도인들과 그의 교회들에게 적용될 때 갈라져 있는 모든 교회들이 “함께 그리스도를 배우길 원하는 교회”가 되는 것을 말한다.

 

 

교회 분열의 역사

 

그러나 단일한 교회로서 가톨릭교회는 1054년 성화상 논쟁으로 동서방이 갈라져 오늘날 희랍전통을 따르는 동방정교회(Orthodox)와 라틴 문화권의 영향을 받은 로마-가톨릭교회로 분열되었다. 이후 16세기 마르틴 루터를 중심으로 일어난 종교개혁은 “오직 신앙만으로, 오직 성경만으로, 오직 은총만으로”라는 개혁신앙의 원리에서 출발한 프로테스탄트 교회들을 양산해 내었다.

 

우리가 오늘날 ‘개신교’라고 부르는 프로테스탄트 교회들은 서방 교회에서 일어난 정치, 사회, 문화적인 격동기를 거쳐 오늘날까지 다양한 교리논쟁과 사상적 분쟁으로 루터교, 장로교, 감리교, 성공회, 성결교, 침례교, 구세군, 오순절 교회에 이르기까지 그 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한 교파들로 분열의 역사를 살아왔다.

 

19세기 들어서면서 서구 교회들이 제3세계 복음 선교에 나서면서 교파들 간의 적지 않은 분쟁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사실 ‘교회일치 운동’은 프로테스탄트 교파들 간의 현실적인 관심에서 시작되었다.

 

이는 제1차 세계 대전 이후의 혼란스런 사회를 구제할 그리스도교 정신의 실천적 운동과 교파들 간의 교리적인 차이를 극복하기 위한 신학적인 대화로 발전하여, 1948년에는 초교파적인 협의체인 ‘세계교회협의회(World Council of Churches)’의 창설과 더불어 전 세계 그리스도 교회들 간의 일치와 쇄신뿐만 아니라, 교파들 간의 신학적 대화와 기도와 관용의 영적 일치운동을 벌이고 있다.

 

 

가톨릭교회의 일치운동

 

전통적으로 가톨릭교회는 예수 그리스도께서 세우신 유일한 교회는 “가톨릭교회이다(est)”라고 주장해 왔다. 그래서 프로테스탄트 교회들을 ‘갈라진 형제들’이라고 부르면서, 진정한 교회일치는 그들이 가톨릭교회로 돌아오는 것임을 언제나 강조해 왔다. 그러나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후예수님께서 세우신 가톨릭교회가 현실 역사 안에서 프로테스탄트 교회들과 갈라져 있어 여전히 완전하고도 보편적인 일치의 교회를 구현하지 못하고 있음도 인정하였다.

 

이 점은 공의회가 참으로 ‘보편적인(catholic)’교회가 역사 안에서 가톨릭교회 ‘안에 존재한다(subsist in)’ 하지만, 동시에 갈라진 교회들의 일치를 위한 공동의 노력이 필요함을 역설한 것이었다.

 

얼마 전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추인한 ‘교회와 교회들’이란 문헌에서 개신교를 교회공동체로 재확인한 것은 많은 사람들이 오해한 것처럼 그들의 교회성을 무시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참된 가톨릭적 교회는 교파를 뛰어넘어 모든 그리스도인들이 하나의 믿음을 고백할 때 이루어지는 것임을 강조하기 위함이었다.

 

따라서 가톨릭교회의 참된 일치운동은 프로테스탄트 교회들과의 분열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면서 하나의 가톨릭교회로 일치할 날까지 순례하는 여정 속에서 “갈라진 형제들에게서 발견되는 참된 그리스도교적 보화들을 공동유산에서 나온 것으로 기꺼이 인정하고 존중하여야 할 필요”(일치교령, 4항)가 있음을 인정하는 것이다.

 

 

한국 교회의 일치운동

 

한국 교회의 경우 천주교가 18세기 박해의 과정을 거쳐 신앙이 전파된 이후, 개항과 더불어 의료와 교육 등의 문화적 선교를 통하여 들어온 개신교와 적지 않은 갈등의 역사를 살았다. 특히 미국의 복음주의적 근본주의의 영향을 받은 일부개신교 교파들의 배타적 보수주의 때문에 교회일치를 위한상호 대화와 협력에 많은 장애를 안고 있다. 일반적으로 천주교를 ‘이단’이나 ‘마리아의 교회’라고 매도하는 것도 일부 개신교의 잘못된 교회관에서 비롯되었다.

 

그럼에도 ‘에큐메니칼 운동’에 적극적인 진보적 개신교들의 협의체인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KNCC)’는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교회일치와종교간대화위원회와 함께 교회일치를 위한 노력에 동참하고 있다. 해마다 1월의 일치주간(바오로 개종 축일 전 한 주간)에 이루어지는 공동 기도회와 만남, 신학생들의 상호 교류, 매년 열리는 일치 포럼과 신학자들 간의 학문적 대화 등을 통하여 ‘하나인 교회’를 지향하고 있는 점은 고무적이라 하겠다.

 

 

참된 교회일치를 위한 길

 

그렇다면 오늘날 참된 교회일치는 어떻게 이룰 수 있을까?

 

필자는 신학교에서 교회일치신학을 강의하고, 주교회의 위원회 활동을 하면서 적지 않은 개신교의 목회자들과 교직자들을 만날 수 있었다. 로만칼라를 한 목사님들, 여성목사들과 성공회의 여성사제, 기다란 수염과 전통적인 사제복장을 한 정교회 성직자들과의 만남에서 얻은 가장 큰 선물은 서로의 교회에 대한 구조나 차이점, 성경해석이나 교리에 대한 논쟁이 아니라, 순수한 그리스도인으로서 예수님께로부터 자신의 인생을 새롭게 발견한 사람들이라는 점이었다.

 

정작 우리를 그리스도인이도록 만들어주는 것은 교리나 제도 이전에 우리를 구원으로 이끄시는 하느님이시고, 성령의 역사하심인 것이다.

 

따라서 교회일치의 첫 출발점은 우리가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적 요청, 곧 “하나 되게 하소서.”(요한 7,21)에 귀 기울이지 못하고, 마치 다른 하느님을 믿는 것처럼 분열과 갈등의 역사를 살아왔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모든 그리스도인이 더 이상 교리적 차이나 ‘다름’을 강조하기보다는 ‘하나의 믿음’을 고백하고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

 

참된 교회일치는 우리가 “주님도 한 분이시고 믿음도 하나이고 세례도 하나”(에페 4,4-5)임을 고백하며 편견과 오해에서 벗어나 좀 더 깊이 서로의 신앙을 이해하고, 대화하며, 그리스도 정신에 입각하여 인류 발전에 서로 협력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솔직히 천주교는 지나친 ‘장자의식’을 갖고 개신교 신자들을 ‘서자’ 취급해 온 것이 사실이고, 개신교 신자들은 천주교를 이교도적 로마문명의 영향을 받은 ‘마리아의 교회’이자 철저한 계급적 교회로 오해하고 있다.

 

21세기가 대화와 화합의 시대이고, 더욱이 2008년을 가톨릭교회가 교회일치를 위한 ‘바오로의 해’로 선포한 점들을 생각할 때 진정한 일치는 모든 그리스도인이 하느님께 받은 공동의 소명을 깊이 깨닫고, 현실 속에서 체험한 하느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영적 일치를 통해서 화해의 물꼬를 틀수 있을 것이다. 서로에 대한 편견과 오해에서 벗어나 열린 마음으로 각자가 지닌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삶의 현장에서 살아갈 때, 교회일치가 ‘진리의 영’이신 성령의 열매이자 선물로 드러나게 될 것이다.

 

* 송용민 사도 요한 - 인천교구 신부. 주교회의 교회일치와 종교간 대화위원회 총무를 맡고 있으며, 인천가톨릭대학교에서 기초신학, 일치신학, 토착화신학 등을 가르치고 있다.

 

[경향잡지, 2008년 1월호, 송용민 사도 요한(인천가톨릭대학교 교수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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