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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성ㅣ기도ㅣ신앙

[영성] 가톨릭 영성 산책46: 영적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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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6-04-04 ㅣ No.786

[전영준 신부의 가톨릭 영성 산책] (46) 영적 지도


좋은 훈계는 영적 성숙을 위한 약

 

 

만약 그리스도인이 사제에게 도움을 청하러 찾아갔다면, 그리스도인으로서 영적 성숙과 관련된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경우가 대부분일 것입니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도 사제들에게 신자들의 영적 성숙을 도와주라고 권고합니다. “이러한 성숙을 촉진하기 위하여 사제들은 신자들을 도와 스스로 크고 작은 모든 일에서 그 일이 무엇을 요구하고 또 하느님의 뜻이 무엇인지 깨달을 수 있게 하여야 할 것이다”(「사제 생활 교령」 6항). 

 

다만 사제가 신자들에게 도움을 주는 방법에 대해서 “그리스도인 생활과 교리가 요구하는 대로 행동하여 사람들을 가르치고 때로는 가장 사랑스러운 자녀처럼 훈계하여야 한다”(「사제 생활 교령」 6항)고 언급했습니다.

 

따라서 사제는 기본적으로 신자들의 영적 지도에 나서야 합니다. 하지만 사목 현장 일선 경험에 따르면, 사제 자신도 영적 지도에 자신 없어 하면서 소극적인 경우도 있고 신자 자신도 영적 지도를 흡족하게 받지 못했다는 푸념도 들을 수 있습니다. 아마도 이러한 결과는 사제나 신자 모두 영적 지도라고 잘못 생각하는 유사한 다른 활동에 기인한 착각 때문일 것입니다.

 

현대 영성신학자들은 영적 지도를 그리스도인이 하느님께 개별적으로 받게 되는 거룩함에로의 부르심에 귀 기울여 올바르게 응답하는 행위로 봅니다. 하느님과 깊은 친교를 바탕으로 그리스도인다운 삶을 살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받는 관계라고도 정의합니다. 

 

따라서 영적 지도는 하느님과 영성 생활에 대한 지식적인 정보만 습득하는 지성적인 작업도 아니요, 꽉 막힌 답답한 마음을 풀어주는 심리적인 작업이 아니라, 삶 안에서 하느님에 대한 구체적인 체험을 통해 자신의 삶을 개선하는 실천적인 작업을 도와주는 일입니다.

 

그런데 많은 사람이 영적 지도와 영적 상담을 혼동합니다. 물론 영적 상담도 그리스도인으로서 성덕을 완성해 거룩함에 다다르는 데 도움을 주려는 목적을 지닙니다. 하지만 영적 상담은 도움을 주는 이와 받는 이 사이에 주로 깊은 대화를 통해 이루어집니다. 따라서 영적 상담이 영적 지도의 일부분은 될 수 있지만, 영적 상담이 영적 지도의 대부분일 수는 없습니다. 영적 지도 안에는 영적 성숙을 위해 도움이 되는 다른 많은 방법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때로는 심리 상담이 영적 지도라고 혼동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물론 상담자와 내담자 사이의 깊은 대화로 이뤄지는 형식 면에서는 심리 상담과 영적 상담이 유사하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내용 면에서 심리 상담이 인간의 심리적 부담을 극복하는 것이라면 영적 상담은 그리스도인의 성숙을 가장 큰 목적으로 합니다. 

 

또한 가장 큰 차이는 심리 상담이 상담자와 내담자 둘 만의 관계 안에서 이뤄지는 데 반해 영적 상담은 성령께서 함께하시는 삼자 관계 안에서 이뤄진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영적 상담과도 큰 차이를 보이는 심리 상담이 영적 지도로 오인돼서는 안 됩니다.

 

한편 영적 지도는 고해성사와 비교되기도 합니다. 물론 두 가지 모두 그리스도인의 영적 성숙을 위하여 부족함에 대해 적절한 훈계가 따르는 측면에선 유사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고해성사는 사제직이 수행하는 성사 행위로써 그리스도를 대신하여 죄를 사해 주고 하느님과 화해의 장을 마련하는 사죄경이 함께 합니다. 이에 반해 영적 지도는 윤리적 판단을 내리기보다 체험과 실천을 격려합니다. 따라서 영적 지도 중에 고해성사가 이뤄질 수 있어도 마찬가지로 영적 지도의 일부분에 해당할 뿐입니다.

 

바오로 사도는 협조자 티모테오에게 “기회가 좋든지 나쁘든지 꾸준히 계속하십시오. 끈기를 다하여 사람들을 가르치면서, 타이르고 꾸짖고 격려하십시오”(2티모 4,2)라고 권고하였습니다. 그러므로 영적 지도를 받고자 하는 이는 마음의 위로를 통한 심리적인 안정만을 원하거나 자신의 속마음을 후련하게 풀어놓는 것에만 관심을 두어선 안 됩니다. 오히려 영적 성숙을 위해 꾸짖고 훈계하는 이야기도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어야 합니다.

 

[평화신문, 2016년 4월 3일, 전영준 신부(가톨릭대 신학대학 영성신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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