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7일 (금)
(백) 부활 제7주간 금요일 내 어린양들을 돌보아라. 내 양들을 돌보아라.

레지오ㅣ성모신심

레지오와 마음읽기: 세상의 새로운 힘이 될 조직체, 레지오(조직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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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6-05-05 ㅣ No.455

[레지오와 마음읽기] 세상의 새로운 힘이 될 조직체, 레지오(조직의 힘)

 

 

어느 날, 할아버지가 손자에게 말했다.

 

“사람의 마음속엔 두 마리의 늑대가 살고 있단다. 하나는 검은색의 악한 늑대고, 하나는 흰색의 선한 늑대이지. 둘은 항상 우리 마음 안에서 싸우고 있어.”

 

손자가 잠시 생각하더니 물었다.

 

“둘이 싸우면 어느 늑대가 이겨요?”

 

할아버지가 말했다.

 

“네가 먹이를 주는 쪽이란다.”

 

북미 체로키 인디언들 사이에 전해져 오는 이야기이다.

 

 

필립 짐바르도 심리학과 교수는 ‘스탠퍼드 교도소 실험(Stanford Prison Experiment)’으로 유명하다. 그는 1971년 자원한 대학생 중 심리적으로 건강한 24명을 선정, 절반씩 나눠 모의 교도소의 수감자와 교도관 역할을 하는 실험을 하였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면서 평범한 사람들이었던 참가자들이 자신의 역할에 따라 급속히 변하는 것을 발견하였다. 즉 교도관 역을 맡은 사람들이 수감자들에게 팔굽혀펴기, 침대 뺏기, 곤봉으로 찌르기 등으로 가학적으로 변했으며 나중에는 인간적 모욕까지 서슴지 않았다. 또한 수감자 역할을 하던 사람들도 신경쇠약 증세를 보이거나 탈주 계획을 모의하는 등 진짜 수감자와 다름없는 상태에 놓이게 되었다. 결국 2주일 예정이었던 이 실험은 6일 만에 끝났다.

 

 

자신도 모르게 조직이 요구하는 역할에 충실하게 돼

 

우리는 보통 폭력이나 반사회적 행동을 하는 사람을 보면 그 원인을 그 사람의 개인적 심리 문제로 생각하며, 어렸을 때 받았던 학대나 그로 인한 성격적인 결함이나 기질 등에서 그 원인을 찾는다. 하지만 선량한 사람이 어떤 상황에서 악하게 변하는 경우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이를 짐바르도 교수는 ‘썩은 사과상자 이론’으로 설명했다. 즉 썩은 사과가 되는 것은 사과의 문제가 아니라 사과가 담긴 상자의 문제라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싱싱한 사과가 썩게 되는 것처럼 선량한 사람이 악하게 되는 경우는, 그 사람에게 문제가 있어서라기보다 썩은 상자, 즉 그 사람이 몸담고 있는 조직의 문제라는 것이다.

 

이는 사람이 어떤 시스템에 들어가면, 자신도 모르게 그 조직이 요구하는 역할에 충실하게 되어 그렇게 변할 수 있다는 이론으로 결국 평범한 사람도 상황에 따라 악행을 저지를 수 있다는 뜻이 되며, 사람이 어떤 조직이나 상황에 놓이느냐가 아주 중요한 문제라는 것을 말해준다.

 

하지만 간과해서는 안 되는 것은 이 실험에서 가학적 행위를 즐긴 교도관 외에, 비록 숫자는 적었지만 좋은 교도관도 있었다는 사실이다. 이는 악한 행동을 저지르는 사람이 따로 있지 않듯이, 비도덕적인 상황에 맞서는 양심적 행위를 행하는 사람들 역시, 평범한 사람들이라는 뜻으로 세상을 만드는 것은 결국 소수의 영웅이 아니라 평범한 보통 사람들이라는 것을 말해준다.

 

D성당의 40대 K형제는 영세 후 대부의 권유로 레지오에 입단하게 되었다. 그 성당은 본당 행사나 청소 등의 관리체제가 모두 구역을 중심으로 움직였기 때문에 꾸리아에서 딱히 본당협조 등의 특별한 지시가 없었다. 그래서인지 그가 입단한 Pr.은 가끔 상가방문이나 교우방문 등의 개인 활동으로 활동시간을 채우며 대체로 기도에 주력하는 분위기였다.

 

그러다 그 형제가 직장관계로 다른 성당으로 전출하였는데 그 성당에서는 웬만한 일은 레지오에서 도맡아 하고 있어 주일 차량봉사나 미사 안내 등, 많은 봉사자리가 있었고 외부로는 복지관 봉사를 하는 등 나름대로 활발하게 활동을 하였다. 이에 K형제는 열심히 활동하는 법을 배우며 레지오를 즐겁게 하였고 이제는 꾸리아 단장으로서 봉사하고 있다.

 

그는 말한다. “레지오는 기도와 활동이 함께 가는 것이라고 봅니다. 저는 운이 좋았습니다. 전(前) 본당에서 익힌 기도 습관이 바탕이 되었고 지금 본당에서는 활동의 맛을 알게 되었으니까요. 저는 레지오라는 조직이 성모님을 닮게 한다는 굳은 확신이 있습니다. 그것이 오늘도 제가 레지오 단원인 이유이지요.”라고.

 

 

레지오는 참된 그리스도인을 양성하는 좋은 조직

 

조직의 힘에 대하여 교본은 “아직 화롯불에 얹어 놓지 않은 숯덩어리들과 화로 안에서 뜨겁게 타고 있는 숯덩어리들을 비교해 보면 개인과 조직의 차이가 얼마나 큰지 알 수 있다.”(112쪽)라고 설명하고 있다. 레지오도 조직이다. 그러니 레지오 단원들이 조직의 영향을 크게 받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렇다면 레지오는 어떤 조직일까? 교본에 “레지오 마리애의 정신은 성모 마리아의 정신이”(29쪽)며 레지오의 목적은 “단원들의 성화(聖化)를 통하여 하느님의 영광을 드러내는 데 있”(27쪽)고 또한 “기도와 활동으로 협력함으로써 이 목적을 달성한다.”라고 되어 있으니 레지오의 이상은 그리스도인의 이상과 일치한다. 또한 “레지오는 그 영성과 조직이 성모님과의 결합이라는 강력한 원칙과 성모님께서 구원 사업에 깊이 관여하신다는 진리 위에 바탕을 두고 있”다(17쪽)고 하니 레지오야말로 참된 그리스도인을 양성하는 좋은 조직인 것이다. 실제로 교황 요한 23세는 “레지오 마리애의 조직은 가장 훌륭한 것이다.”(교본 196쪽)라고 하였다.

 

레지오 단원이 되니 의무만 많고 별로 도움이 되는 것이 없다고 여겨지는가? 혹은 오랫동안 레지오를 해도 자신이든 타인이든 별 변화가 없다고 여겨지는가? 혹은 의무로 주어지는 활동이 부담이 되어 레지오를 그만두고 싶어지는가? 아니면 레지오 단원이 너무 흔하여 사소한 단체로 여겨지는가? 그렇다면 다음을 생각해 보라.

 

조직은 매우 강력한 힘으로 우리 안의 다양한 모습을 끌어내어 주고, 결국 그 모습이 모여 우리의 인생을 만들어 간다. 그런 조직의 하나인 레지오는 우리 안의 선성(善性)을 이끌어 내는 아주 좋은 단체라는 것이 이미 증명되었으니 레지오에 몸을 담는다는 것은 성모님을 닮아간다는 것이다.

 

나아가 레지오 단원들 모두는 다음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나는 “세상의 새로운 힘이 될 조직체, 성모님 안에서 온 누리에 생명과 기쁨과 희망을 가져다 줄 힘 있는 조직체”(교본 25쪽)에 몸담고 있는 아주 탁월한 선택을 한 단원’이라는 것을. 그리고 이 선택은 레지오를 통한 나의 변화로 온 세상의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것을.

 

“성모님의 영향력은 당신 자신의 조직인 레지오 안에서 풍부히 드러나며, 레지오 단원들의 힘찬 사도직을 통해서 영혼들에게 아낌없이 베풀어진다.” (교본 489쪽)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16년 5월호, 신경숙 데레사(독서치료전문가, 한국독서치료협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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