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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교ㅣ복음화

한국교회, 왜 아시아 대륙을 바라봐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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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2-05-12 ㅣ No.273

한국교회, 왜 아시아 대륙을 바라봐야 하는가?


풍성한 축복받은 한국, 아시아 복음화 적임자

 

 

몇 년 전 인도 동북부 자르칸드주(州) 란치라는 도시에서 실제 있었던 일이다.

 

식료품점 주인인 힌두 여성은 가게에 자주 들리는 한 외국인 신부에게 읽을 만한 책이 있으면 달라고 청했다. 그 신부는 가진 것이라곤 힌두어로 된 신약성경뿐이어서 그걸 주었다. 며칠 후 신부가 다시 찾아갔더니 여주인이 들뜬 목소리로 물었다.

 

"정말이에요? 예수가 죽음에서 부활했다고 하는데, 그분이 진짜 죽음에서 되살아나셨어요?"

 

"예, 정말입니다. 그분은 오늘 살아 계시고 제 삶에서 활동하십니다. 그래서 저는 조국을 떠나 이곳 인도에까지 왔습니다."

 

여주인이 다시 물었다.

 

"신부님, 왜 이제껏 그런 말씀을 안 해주셨어요? 예수 그리스도께서 죽었다가 부활해서 오늘 우리 안에서 살아 계시다는 것은 정말 멋진 소식입니다. 이건 알려져야 합니다."

 

 

아시아는 비그리스교 대륙

 

2년 전 서울에서 열린 아시아 가톨릭 평신도대회에서 인도의 텔레스포어 P. 토포 추기경이 전해준 이 일화는 아시아인들이 예수 그리스도를 얼마나 모르고 있고, 또 복음의 기쁜 소식을 얼마나 기다리고 있는가를 보여준다.

 

아시아 대륙은 그리스도교, 이슬람, 힌두교, 불교 등 세계적 종교의 발상지다. 또 중동의 이슬람 문화권과 인도와 동남아 힌두ㆍ불교 문화권에서 보듯이, 종교는 여전히 현실 생활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계몽주의 시대 이래 그리스도교의 사회ㆍ문화적 영향력이 급속히 약화된 서구사회와 대조적이다.

 

아시아는 이처럼 찬란한 영적 전통과 문화가 살아 숨쉬는 대륙임에도 그리스도인 숫자는 극히 미미하다.

 

교황청이 최근 발행한 「교회통계 연감(2010년)」에 따르면 아시아 복음화율은 3.1%(1억 2966만 명)이다. 하지만 스페인 식민통치 기간에 가톨릭 국가가 된 필리핀 신자 수 7734만 명을 따로 떼놓고 계산하면 각 나라 교세는 1% 밖에 안 되는 '소수의 양떼'에 지나지 않는다. 어림잡아 전 세계 비그리스도인의 85%가 아시아 대륙에서 살고 있다.

 

이런 현실에서 아시아 교회는 극심한 차별과 탄압에 시달리고 있다. 한 보고서에 따르면, 아시아 52개국 가운데 적어도 32개국에서 그리스도인들이 탄압받고 있다. 이슬람 국가인 사우디아라비아의 경우 성경이나 십자가를 소지하거나 이슬람 외에 다른 종교집회를 갖는 게 허용되지 않는다. 불교 국가 부탄은 타 종교 선교사 입국을 아예 불허한다. 3년 전 인도 오리사에서 힌두교 극단주의자들이 그리스도인들을 살해하고, 교회를 불태워버린 사건은 박해받는 아시아 교회 현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아시아 가톨릭 평신도대회 때 국민의 97%가 무슬림인 파키스탄에서 온 루스 살림 아크타씨는 "성당에 다니는 것 자체가 목숨을 건 모험일 정도로 파키스탄 교회는 존립 자체를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라며 소수 종교가 겪는 어려움을 호소한 바 있다.

 

그렇다고 아시아 교회 역사가 짧은 것은 결코 아니다. 전승에 따르면 예수 그리스도의 제자 성 토마스는 52년에 남인도에 가서 교회를 세웠다. 또 복음은 3세기부터 아랍지역으로 퍼져나가고, 7세기에는 중국에까지 날아갔다. 16세기부터 성 프란치스코 하비에르와 마테오 리치 같은 위대한 선교사들이 아시아에서 새로운 선교시대를 열기도 했다. 19세기 들어서도 서구 선교사들이 교육과 자선사업을 병행하며 선교활동을 재개했으나 복음은 기대한만큼 뿌리를 내리지 못했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그 이유를 △ 이슬람교 성장 △ (이슬람에 의한) 지리적 고립 △ 지역문화에 대한 알맞는 적응 부재 △ 큰 종교들과의 만남 준비 부족 등을 꼽았다.(교황권고 「아시아 교회」 9항)

 

아시아 주교 시노드에서 일본 주교들이 발언했던 내용도 이해를 돕는다.

 

"심성(心性) 차이 때문이다. 서구 그리스도교는 하느님과 우주 세계를 명백히 구별하고 하느님의 부성적 면을 강조하는데 비해 동아시아인들은 신의 만물 포용적 자비의 상념에 더 이끌려 모성적 측면을 중시한다."(오사카 이케나카 대주교)

 

"아시아인들은 일상적, 신앙적 생활에서 '귀(ear)보다 눈(eye)'을 더 중시한다. 아름다운 말과 가르침, 윤리명령으로 씌어진 복음보다는 삶으로 체현되어 있는 복음을 더 신뢰한다는 것이다."(나고야 노무라 주교)

 

 

아시아인들과 나눠야 하는 선물

 

제삼천년기 복음화 무대가 아시아 대륙이라는 데는 모두가 공감한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2000년 대희년 직전에 아시아 주교 시노드를 개최하고, 그 후속으로 권고 「아시아 교회」를 발표하면서 아시아 복음화 비전을 제시했다.

 

"예수님께 대한 교회의 신앙은 주어진 선물인 동시에 나눠야 할 선물입니다. 그것은 교회가 아시아를 위해 바칠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입니다. (…) 아시아의 대종교와 영적 전통들이 가르치는 종교적 가치들은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완성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아시아 교회가 직면한 가장 큰 문제는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기쁜 소식을 어떻게 아시아 형제들과 나눌 수 있는가 하는 것입니다."(「아시아 교회」 6, 10, 19항 인용)

 

한국교회 입장에서는 2010년 서울 아시아 가톨릭 평신도대회를 통해 아시아 복음화 사명을 더 깊이 인식할 수 있었다. 당시 교황청 평신도평의회 의장 리우코 추기경을 비롯한 각국 참가자들은 한국교회 발전에 감탄하면서 부담스러울 정도로 많은 기대를 쏟아냈다.

 

홍콩에서 온 움헝씨는 "한국 가톨릭 역사는 200여 년밖에 안 되지만 아시아 교회의 '맏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큰 규모와 위상을 자랑한다"며 "놀라울 정도로 많은 사제를 보유하고 있는 한국교회가 아시아 곳곳으로 사제를 파견해 달라"고 요청했다. 네팔 참가자 수자타씨는 "한국교회는 복음화 사업에 필요한 자원이 풍부하고 저력이 있는 교회라는 인상을 받았다"며 국경을 초월해 그리스도의 사랑을 전해 달라고 부탁했다.

 

아시아에서 정치적, 경제적 안정 속에서 복음화율 10%를 넘어서고, 나아가 사회적 위상을 확보하고 있는 교회는 한국교회가 유일하다. 이 때문에 한국교회가 아시아 상황 안에서 책임있는 역할을 수행해주길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신자 수로만 따지면 필리핀ㆍ인도ㆍ인도네시아ㆍ베트남이 앞서지만, 여러가지 제약 때문에 해외선교에 눈을 돌리기 어려운 상황이다.

 

한국교회가 이런 기대에 부응하려면 선교사명에 대한 인식과 공감대 형성이 우선돼야 한다. 아시아 복음화에 대한 책임 얘기는 1990년대 중반부터 들려왔지만 외형적 성장과 안정에 자족한 나머지 이를 귀담아 듣지 않았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한 수도회 소속 선교사제는 "해외 선교지에서 홀로 수십 개 공소를 순회하다 사제가 풍부하고 안정된 한국교회에 와서 보면 마치 다른 세상 같다"며 '선교대헌장'이라 불리는 회칙 「교회의 선교사명」 정신을 상기시켰다.

 

"사제가 받은 영적 은혜는 어떤 한정된 사명을 위해서가 아니라 '땅 끝까지' 광대하고 세계적인 구원사명을 준비하기 위해 부여됐다. 따라서 사제직은 지역적 한계를 넘어 보편교회에 봉사해야 한다. 사제들은 복음을 선포하기 위해 자기 나라 국경을 초월할 수 있도록 성령과 주교에게 협력할 태세를 갖춰야 한다."

 

 

한국교회는 이미 '준비된 교회'

 

이와 관련해 지난 3월 주교회의 정기총회에서 주교들이 "한국교회가 그동안 하느님께 받은 풍성한 축복을 기억하고, 해외선교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의견을 모은 것은 매우 고무적이다. 주교회의 의장 강우일 주교는 "그동안 교구들이 사목에 집중하느라 해외선교에 많은 관심을 갖지 못한 게 사실"이라며 교구 사제들의 관심을 당부했다.

 

어떤 면에서 한국교회는 아시아 복음화를 위해 '준비된 교회'라고도 볼 수 있다. 선교는 복음의 증거이다. 또한 세상에서 가장 강한 호소력을 지닌 복음적 증거는 인간을 생각하고, 가난한 사람, 약한 사람,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사랑을 베푸는 것이다(「교회의 선교사명」 42항 참조).

 

한국교회는 그동안 이 같은 복음 증거 원리를 충실히 실천해 세계가 경탄하는 교세성장을 이뤄냈다. 이제 아시아의 가난한 사람들, 약한 사람들, 고통받은 사람들에게 다가가야 할 차례다.

 

[평화신문, 2012년 5월 6일, 김원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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