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9일 (월)
(백) 시에나의 성녀 가타리나 동정 학자 기념일 아버지께서 보내실 보호자께서 너희에게 모든 것을 가르쳐 주실 것이다.

레지오ㅣ성모신심

성탄절 특별기고: 레지오 마리애와 모성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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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1-12-04 ㅣ No.784

[성탄절 특별기고] 레지오 마리애와 모성애

 

 

지난 9월 7일은 레지오 마리애 창설 100주년이 되는 날이었습니다. 창설 100주년을 지내면서 창설 당시 여성들의 역할에 다시 한 번 주목하게 됩니다. 그들을 생각할 때 예수님의 전도 여행에 함께 하면서 시중들던 여인들을 떠올리게 됩니다. 12월 25일 예수님의 성탄 대축일을 기다리며 주님을 잉태한 성모님 역시 여성으로서 주님의 부르심에 어떻게 응답했는지 묵상하면서 성모님의 군대인 레지오 마리애의 모성애를 살펴보고자 합니다.

 

레지오 마리애의 첫 회합은 1921년 성모 성탄 축일 전야인 9월 7일 더블린의 빈첸시오 회관에서 개최되었다고 합니다. 그 당시 빈첸시오회는 병원 사도직을 실천하고 있었는데 남자 회원들만 그 일을 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어느 날 몇몇 여성들이 부인 병동 방문은 여성들이 담당할 것을 제안하자 이 제안이 만장일치로 통과되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여성 회원들만 별도로 모집하여 그 다음 수요일 저녁에 다시 모이기로 하였는데 그 날이 바로 성모 성탄 축일 전야였습니다. 그 날 15명이 모였는데 영적 지도자 토허 신부와 프랭크 더프, 그리고 13명의 여성들이었습니다. 여성 대부분은 20대의 젊은 층이었다고 합니다.

 

첫 레지오 마리애 회합이 여성들의 모임이었다는 사실에 주목하게 됩니다. 그리고 가난한 이들을 돕기 위한 빈첸시오회에서 레지오가 비롯되었다는 역사적 사실에도 주목하게 됩니다. 예수님 시대에 여성들은 상대적으로 가난한 사람들이었습니다. 여성 혼자 살아가기가 어려운 시대였습니다. 그런 여성들에게 예수님은 가까이 다가가셨습니다. 예수님을 잉태한 성모님 역시 가난한 여성이었고, 성령으로 인한 예수님의 잉태 소식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남편 요셉의 도움이 없었다면 뱃속 아기뿐만 아니라 자기 목숨마저 사라질 위기에 처했던 것입니다. 그러한 상황에서 의로운 요셉의 역할도 중요했지만 용감하게 하느님의 부르심에 응답했던 성모님의 결단이 없었다면 예수님이 이 세상에 태어날 수 있었을까요? 생명의 위협을 받는 암울한 상황에서도 하느님의 부르심에 응답했던 마리아의 마음은 바로 생명을 살리시는 하느님의 모성애였다고 생각합니다.

 

하느님이 우리에게 심어 주신 모성애는 이천년 전 성모님이 받으셨던 위협 못지않게 오늘날 많은 위협을 받고 있습니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생명을 포기하고 있습니다. 하느님을 닮은 모성애를 포기하고 오로지 어머니의 도움에만 의지해야 살아남을 수 있는 소중한 생명을 없애고자 하는 이기적인 죽음의 문화가 확산되고 되고 있습니다.

 

 

평화의 가장 큰 파괴자는 ‘낙태’

 

지난 2019년 4월 11일 헌법재판소는 형법 제269조 제1항(“부녀가 약물 기타 방법으로 낙태한 때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과 제270조 제1항(“의사, 한의사, 조산사, 약제사 또는 약종상이 부녀의 촉탁 또는 승낙을 받아 낙태하게 한 때에는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에 대하여 찬성 7, 반대 2의 의견으로 ‘헌법불합치’ 판결을 내렸습니다. 기존의 낙태죄 법은 2020년 12월31일까지 국회에서 법 개정이 이루어져야 할 상황이지만 아직까지 진전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문제는 낙태가 더 쉽게 이루어지는 방향으로 법 개정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입니다.

 

아기 예수님의 성탄을 기다리며 생명을 죽이는 문화가 확산되고 있는 이 시대에 레지오 마리애의 사도직을 다시 생각해 봅니다. 레지오 마리애는 가난한 이들을 위한 활동에서 시작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가난한 이들을 생각했던 가난한 여성들에게서 시작되었습니다. 뱃속의 아기는 그 누구보다도 가난한 존재들이 아닐까요? 가난한 이들을 생각했던 여인들의 마음은 바로 생명을 하느님의 선물로 받아들였던 성모님의 마음이고 바로 생명을 살리시는 하느님의 마음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그 마음은 하느님의 모성애가 아니겠습니까?

 

성 마더 데레사 수녀님은 노벨 평화상 수상 연설에서 평화의 가장 큰 파괴자는 낙태라고 하였습니다. 만일 어머니가 자기 자신의 아기를 죽일 수 있다면 우리에게 남겨진 일은 우리 서로가 죽이는 일 밖에 없을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모성애가 무너지면 우리에게 어떤 일이 일어날지를 성 마더 데레사 수녀님의 말씀을 통해 알 수 있습니다.

 

최초의 성모 발현으로 알려진 과달루페의 성모님은 태아들의 수호자로 알려져 있습니다. 과달루페 성모님이 아기 예수님을 태중에 모신 모습으로 발현한 당시에 멕시코에서는 수많은 낙태가 이루어지고 있었다고 합니다. 생명을 존중하는 성모님의 발현은 생명을 죽이는 낙태 문화에 경종을 울리고 생명을 살리는 문화 확산에 기여하였다고 합니다. 지난 2019년 5월부터 가톨릭신문사에서 전개하고 있는 낙태종식기도운동의 기도문에도 과달루페의 성모님께 전구를 청하고 있습니다.

 

예수님의 성탄을 기다리는 대림시기에 하느님이 주신 생명을 하느님의 선물로 소중하게 보호하고 지키고 키워야 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묵상하면서 레지오 단원들이 성모님과 함께 생명을 살리는 문화를 확산시키는 일에 동참해 주시기를 기도드립니다.

 

태아들의 수호자이신 과달루페의 성모님, 저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아멘.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21년 12월호, 이기수 비오 신부(대구대교구 사목국장, 대구 Se. 담당사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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