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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성ㅣ기도ㅣ신앙

[기도] 기도 배움터: 성 이냐시오 관상기도(상상을 통한 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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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5-05-11 ㅣ No.666

[기도 배움터] 성 이냐시오 관상기도(상상을 통한 기도)



성 이냐시오는 하느님께서 우리의 오관을 통해 우리에게 말씀하신다고 확신한다. 성 이냐시오는 ‘영신수련’이라는 저서에서 우리 자신이 성경에 묘사된 장면 속에 들어가 감각적으로 몰입하는 매우 적극적인 방법으로서의 관상기도를 알려준다. 관상기도 안에서 상상을 통해 우리가 성경 속 어떤 장소에 들어가는 목적은 우리 자신이 예수님을 만나기 위함이다. 성령께서는 우리가 몰입하는 특정 성경 본문 안에서 평상시에는 거의 찾을 수 없는 그러한 특별한 길, 곧 그리스도의 신비를 발견하도록 도우신다.

상상을 통한 관상기도는 복음말씀으로 기도하는 데 가장 적합하다. 우리는 복음서 안에서 예수님과 만난 사람들의 예화를 통해, 마치 영화나 드라마를 보는 것처럼 복음서 안의 상황을 그려볼 수 있다. 이때 아주 상세한 부분까지 집중하여 살피는 것이 좋다. 가령 시야에 들어오는 장면, 소리, 맛, 향기 또는 냄새, 그리고 특정 사건으로부터 뭔가 감지되는 느낌 등을 세세하게 살피는 것이다. 성경 이야기에서 자신을 의식할 필요는 없다. 어쩌면 자신을 잊는 것이 좋을 것이다. 또한 자신의 상상이 너무 산만해지는 것 같다 하더라도 이를 염려할 필요는 없다. 다만 어떤 지점에서 자신이 예수님을 만난다면 바로 그 장면에 그대로 머물러 있도록 한다. 그러면 구체적인 성경 내용을 통해 ‘상상을 통한 기도’ 연습을 해보자. 여기서는 마르코복음 10,46-52절에 나오는 ‘예리코의 소경 바르티매오와 예수님의 만남’을 기도해볼 텐데, 보통 매일미사의 복음 말씀으로 지속적으로 관상기도를 해도 좋다.

상상력을 통하여 우리의 오관을 쓰는 관상기도는 예수님을 점점 더 잘 알게 되고, 그분과의 만남을 체험하게 되는 기도방법이다. 그래서 이 기도의 궁극적 목표는 예수님과 자신의 개인적 만남이다. 이러한 기도를 할 때 우리는 하느님과의 만남에서는 전혀 서두를 게 없음을 아는 것이 좋다. 예수님과 소경 바르티매오와의 만남을 담은 이 본문은 자유로운 상상을 통한 기도로서 매우 잘 알려진 본문 가운데 하나이다. 이 본문에서 예수님은 앞 못 보는 바르티매오에게 “내가 너에게 무엇을 해 주기를 바라느냐?”하고 물으시는데, 이는 우리에게도 얼마든지 주어질 수 있는 질문이다. 그러므로 먼저 우리 자신이 이 성경 본문과 친숙해지도록 성경구절을 천천히 읽으면서 기도를 준비한다.

먼저 자신의 ‘마음의 눈’으로 복음서의 이 장면을 바라본다. 예수님과 군중이 예리코를 막 떠나려고 한다. 이때 눈 먼 거지가 길가에 앉아 있다. 이 장면에서 당신은 누구인가? 당신은 바르티매오인가? 아니면 저 군중 속에 있는 익명의 누구인가? 아니면 사도들 가운데 하나인가? 어떻든 당신은 거기에 있다.

주변을 돌아본다. 어떤 건물, 길, 하늘, 공중에 흩어지는 향기, 냄새, 군중의 시끌벅적한 소음, 그들이 자아내는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기온은 몇 도나 될까? 당신은 어떤 옷을 입고 있는가? 당신의 피부를 살짝 만지며 느껴본다. 예수님은 어디에 계신가? 바르티매오는 어디에 있는가? 또 당신은 어디에 있는가? 당신이 만약 바르티매오처럼 소경이라면 또 귀머거리라면 예수님을 어떻게 감지하겠는가? 바르티매오는 자기 곁을 지나시는 예수님을 발견한다. 예수님은 그로 하여금 당신을 어떻게 감지하도록 하신 것일까?

그래서 바르티매오는 예수님이 자기의 소리를 들으실 수 있도록 “다윗의 자손 예수님!” 하고 그분을 부른다. 그가 “저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하자 군중이 즉시 그를 말린다. 당신 같으면 그에게 어떻게 하겠는가? 그러나 바르티매오는 더욱더 큰 소리로 “저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 하고 외친다. 즉시 예수님도 그 소리가 어디서 났는지 아신다. 당신은 예수님이 그에게 묻는 질문을 들어본다. 예수님의 반응을 본 군중은 그제서야 바르티매오 더러 예수님께 더 가까이 가라고 이른다. 그리하여 바르티매오는 자신에게 익숙했던 겉옷을 집어던지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예수님께 간다.

소경이 주님께 더 가까이 갈 때 예수님은 어떻게 하고 계신지 지켜본다. 그리고 바르티매오에게 하시는 질문을 주의 깊게 들어본다. “내가 너에게 무엇을 해 주기를 바라느냐?” 또한 바르티매오가 “스승님, 제가 다시 볼 수 있게 해 주십시오”라고 한 대답을 듣는다. 예수님께서 “가거라. 네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다”하고 이르시니, 그가 곧 다시 보게 되었다. 자, 예수님과 바르티매오가 서로를 바라보고 있음을 당신도 지켜본다. 그들은 어떤 느낌으로 서로 바라보고 있는가? 그리고 그 둘을 바라보는 당신은 어떤 느낌인가?

당신도 예수님 곁에 나아간다. 그분이 당신도 바라보시도록. 그리고 다시 주님께서 바르티매오에게 하신 질문을 자신에게 하시는 것으로 들어본다. “내가 너에게 무엇을 해 주기를 바라느냐?”

시간을 두고 머물면서 이에 응답할 준비가 되면 예수님께 응답한다. 그분께 정직하게 또 여전히 예수님의 이 질문을 마음에 품고 응답한다. 당신과 예수님 사이에 무엇이 오가는가? 예수님이 당신께 말씀하시고 싶은 대로 하시도록 그대로 거기에 머문다. 그리고 예수님과 예리코의 소경을 바라보며 당신이 거기에 머물고 싶을 만큼 충분히 머문다. 그러고 나서 서서히 관상기도에서 나온다.

상상력을 통한 기도는 빠른 시간 내에 이루어지는 것이 결코 아니다. 그러나 희망적인 일은 기도 안에서 하느님과 보내는 시간은 늘 변화의 힘을 가지며, 또 기도의 목적인 하느님과의 만남을 이루어준다는 사실이다. 우리가 말씀을 듣고자 하고 하느님과 만나고자 마음을 연다면 하느님은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성경구절 안에서도 진귀한 사실을 보여주는 분이다. 아울러 모든 기도가 수련이듯, 관상기도 또한 꾸준히 하다보면 늘 깨어있는 영혼이 주님 오심을 알아볼 수 있듯이 성령의 손길에 눈을 뜰 수 있다. 이것이 관상기도의 묘미이다. [참고자료 : www.pray-as-you-go.org]

* 이명기 수녀는 1986년 성심수녀회 입회, 첫서원 후 성심여고에서 교육사도직 수행, 종신서원 후 가톨릭대학교 종교학과대학원에서 문학박사 취득, 2006년부터 현재까지 가톨릭대학교 성심교정에서 기초교양필수과목인 ‘인간학’과 ‘영성’을 가르치고 있다.

[외침, 2015년 5월호(수원교구 복음화국 발행), 글 이명기 수녀(성심회, 가톨릭대 성심교정 ELP학부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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