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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성ㅣ기도ㅣ신앙

[영성] 가르멜 성인들의 생애와 영성50: 성녀 소화 데레사의 영성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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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6-05-22 ㅣ No.801

[가르멜 성인들의 생애와 영성] (50) 성녀 소화 데레사의 영성 ②


주님을 따라 천상 여정 개척한 ‘증거 성인’

 

 

- 어린 시절부터 대성인이 되고 싶어했던 소화 데레사(오른쪽이 소화 데레사).

 

 

지난 호에서 저는 소화 데레사의 영성을 이해하는 첫걸음으로 그가 어린 시절부터 품어 왔던 성성(聖性)을 향한 원대한 꿈에 대해 말씀드렸습니다. 그의 일생을 관통했던 꿈이 무엇인지 알아야 그의 참모습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성인이 된다는 것 또는 성성을 향해 발원한다는 것, 이것은 사실 세례받은 우리 모두가 일생을 통해 품고 살아야 할 가장 소중한 보물입니다. 그러나 또한 그것은 많은 경우 우리들의 삶 속에서 잊힌 꿈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 기회에 필자는 소화 데레사를 거울삼아 성성의 원의가 왜 우리 각자에게 그리고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 한국 교회에 중요한지 나눠볼까 합니다.

 

 

교회 쇄신의 원동력인 성인들

 

2000년 전 로마 제국과 유다인들의 박해 속에서 허물어져 가던 교회가 오늘날 전 세계를 뒤엎는 가장 큰 보편적인 종교가 된 것은 어떤 인간적인 명예나 업적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그리스도를 향한 열정 때문에 자신의 모든 기득권을 포기하고 모든 것을 쓰레기처럼 여기며 목숨을 걸고 복음을 선포했던 바오로 사도를 비롯해 여러 사도의 투신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13세기에 혼탁해 가던 이탈리아 교회를 새롭게 하고 지금까지도 전 세계 신자들에게 천상의 빛을 전해 주는 분은 당시의 이름 모를 어느 교황님이나 주교님, 또는 학자도 아니었습니다. 복음의 정신, 그리스도의 말씀을 온몸으로 철저히 살아냈던 지극히 가난하고 겸손한 프란치스코 성인으로 인해 당시 교회는 새롭게 될 수 있었습니다. 

 

16세기 스페인 교회에 큰 힘을 불어넣어 주고 천상을 향한 길을 뚫은 분은 그 누구도 아닌 봉쇄 가르멜 수녀원에서 철저한 고독과 침묵, 기도와 희생 속에서 목숨을 걸고 복음의 정신을 살았던 한 여인, 바로 성녀 대 데레사였습니다.

 

 

성덕의 삶을 산 ‘증거 성인’을 필요로 하는 한국 교회

 

지금 우리 한국 교회도 점차 성소자 부족으로 인해 성직자, 수도자가 감소하는 추세에 있습니다만, 유럽 교회는 이미 20~30년 전부터 성소 부족으로 인해 큰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성당은 텅 비고 수도원과 수녀원엔 나이 든 신부님과 수녀님들밖에 남아 있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하느님을 찾는 신자들은 면면히 이어지고 있습니다. 또 그들에게는 무시할 수 없는 엄청난 영적 자산이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그들에게는 온몸으로 신앙을 살아서 천상을 향해 길을 뚫은 성인들이 있고, 그분들의 생애와 가르침이 담긴 영성 서적, 신학 서적들이 헤아릴 수 없이 많습니다. 

 

필자가 16년간 이탈리아와 스페인에서 유학하고 가르치면서 가장 부러웠던 것은, 무엇보다도 그들에게는 하느님 때문에 삶의 모든 것을 걸었고 천상을 향한 여정을 개척한 성인들이 많다는 점이었습니다. 물론 우리 한국 교회에도 수많은 순교 성인 성녀들이 있고 우리가 지금 신앙의 유산을 물려받은 것도 바로 그분들의 공로 때문입니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단칼에 목숨을 봉헌해서 성인이 되신 분들도 필요하지만, 자신의 일생을 그분을 향한 사랑 때문에 순간순간을 투신하면서 그리스도를 닮고 그분의 십자가 길을 걸음으로써 하느님을 몸소 체험하고 천상을 향한 길을 뚫은 분, 다시 말해 ‘증거 성인’이 절실히 필요합니다.

 

 

천상 멜로디를 부를 줄 아는 단 한 사람

 

20년 전 로마에서 유학할 당시 저는 저희 수도회 대학인 테레시아눔에 있는 신학생 유기 서원자 공동체에서 양성을 받으며 대학원 공부를 했습니다. 당시 저희는 매주 대학 내의 교수 신부님들을 한 분씩 모시고 미사를 봉헌하면서 강론을 듣곤 했는데, 어느 주간에 라틴어 교수 신부님을 모시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1주일 전부터 라틴어로 미사를 봉헌할 수 있도록 미리 연습도 하고 또 라틴어 그레고리오 성가도 준비했습니다. 그런데 근 40명이나 되는 신학생들 가운데 안타깝게도 몇 곡 안 되는 그레고리오 성가 멜로디를 제대로 아는 사람이 없어서, 모두가 일주일 내내 진땀을 빼면서 너무도 어렵게 성가를 배웠던 적이 있습니다. 만일 그때 그 40명 가운데 단 한 사람이라도 성가 멜로디를 제대로 연주하고 부를 줄 알았다면, 나머지 신학생들이 그렇게 고생하면서 배우지는 않았을 겁니다.

 

마찬가지로, 이 시대를 살아가는 500만 명의 한국 가톨릭 신자 가운데, 만일 참으로 하느님을 깊이 체험하고 천상 멜로디를 제대로 부를 줄 아는 단 한 사람이라도 있다면, 우리 모두는 그 천상 멜로디를 쉽게 배울 수 있을 겁니다.

 

 

성성(聖性)을 향한 발원(發願)

 

우리가 몸담고 사는 이 시대에 한국 교회가 질적으로 도약하고 쇄신되기 위해서 저는 무엇보다도 이 천상 멜로디를 올바로 부를 줄 아는 바로 그 한 사람, 천상을 향해 길을 뚫은 그 한 사람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바로 그 성인이야말로 우리 안에 숨어 있는 천상을 향한 깊은 그리움을 일깨워주고, 우리도 정말 아름답게 천상의 노래를 부를 수 있도록 도와줄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 우리는 소화 데레사로부터 거룩한 지혜를 배워야겠습니다. 성성(聖性)을 향한 원대한 원의를 갖고 이를 일상의 삶 속에서 실현하도록 혼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우리 모두는 천상의 멜로디를 부를 줄 아는 바로 그 한 사람의 성인이 되도록 초대받았습니다. 이것이 바로 세례를 받고 주님의 뒤를 따르는 가운데 진리를 향해 여행을 떠나온 우리 모두가 일생 동안 품는 꿈이 되길 바랍니다.

 

[평화신문, 2016년 5월 22일, 윤주현 신부(대구가르멜수도원장, 대전가톨릭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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