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3일 (금)
(홍) 성 필립보와 성 야고보 사도 축일 내가 이토록 오랫동안 너희와 함께 지냈는데도, 너는 나를 모른다는 말이냐?

기타기관ㅣ단체

길에서 쓰는 수원교구사: 가톨릭복지회관

스크랩 인쇄

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8-05-29 ㅣ No.103

[길에서 쓰는 교구사] 가톨릭복지회관 (상)


안양지역 근로자 기숙사로 문 열어 가난한 근로 청소년 경제적 지원도

 

 

- 가톨릭복지회관의 전신인 안양근로자회관의 1984년 모습.

 

 

수원교구 안양대리구 중앙성당 건너편 가톨릭복지회관(경기 안양시 만안구 장내로 113)은 교구 사회복지의 역사를 한 몸에 담고 있는 교구 사회복지의 중심이다.

 

회관의 옛 이름은 ‘안양근로자회관’이었다. 1960년대는 안양 지역이 공업지대로 변모하던 때였다. 정부가 이끈 경제시책으로 안양 지역에는 섬유공장, 제지공장 등 수많은 공장이 들어섰다. 많은 공장이 생기자 이 공장에서 일하는 근로자들도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근로자들이 살 곳을 찾자 안양 지역의 많은 집들이 남는 방을 하숙이나 자취방으로 내놓았다. 하지만 이마저도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었다. 많은 근로자들이 주거지를 찾는데 어려움을 겪었고 특히 섬유, 제지 등 경공업이 많았던 만큼 여성 근로자들이 주거지를 찾지 못해 지역사회의 문제점으로 대두되고 있었다.

 

당시 중앙본당 주임이었던 정원진 신부는 지역사회의 문제에 교회가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객지에서 저임금으로 어렵게 생활하는 근로자들을 위해 기숙사 시설을 만들자고 교구에 건의했다.

 

1960년대 말 교구는 갓 설정된 가난한 교구였다. 세운 지 얼마 되지 않은 교구청도 외국의 원조를 받은 기금으로 건설비를 충당했을 정도다. 하지만 당시 교구장이었던 윤공희 대주교는 이 건의를 받아들여 기숙사 시설 신축사업에 나섰다. 가난한 이웃을 돕고 또 그러한 노력을 통해 선교하는 것이 교회가 걸어가야 할 길이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마침내 1969년 6월 10일 안양근로자회관이 문을 열었다. 여성근로자들을 위한 기숙사로 마련된 회관은 국제가톨릭형제회(AFI)에서 운영을 맡았다. 회관은 1971년 회관 내에 강당을 만들어 근로자들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도 진행했다. 

 

특히 근로자들의 많은 수가 10~20대 청소년·청년층이었던 만큼, 단순히 숙식을 제공하는데 그치지 않고 낯선 도시에서 의지할 수 있는 가정의 역할을 하는데 힘을 기울였다. 장시간 노동, 저임금에 시달리는 청소년 근로자들을 경제적으로 지원하기도 하고 인간적 성숙을 위한 공동체 생활교육과 사회적응에 필요한 교양교육, 노동자들의 권리를 위한 노동교실, 신앙 교육 등을 제공했다.

 

또 안양지역에서는 처음으로 노동절 행사를 열어 근로자들에게 노동의 존엄성을 알리기도 하고, 근로여성의 복지향상을 위한 활동을 펼쳤다. 1976년에는 증축을 통해 남성근로자를 위한 기숙사를 마련, 본격적으로 근로자복지프로그램을 실시하기 시작했다. [가톨릭신문 수원교구판, 2018년 5월 27일, 이승훈 기자]

 

 

[길에서 쓰는 교구사] 가톨릭복지회관 (하)


장애인 · 이주노동자 등 지원하며 소외된 이웃 위한 공간으로 발전

 

 

현재의 가톨릭복지회관 전경.

 

 

“안녕하세요!”

 

가톨릭복지회관을 취재하는 도중, 어떤 이가 우렁차게 인사를 했다. 일면식도 없지만 서로 반갑게 인사를 나눈 목소리의 주인공은 회관 내에 있는 안양시장애인보호작업장 ‘벼리마을’로 향해 갔다. 시설을 이용하는 장애인인 듯했다.

 

회관 곳곳에서는 장애인과 이주민을 만날 수 있었다. 근로자를 위한 공간으로 세워진 회관은 단순히 근로자만을 위한 공간에 머물지 않았다. 지역사회 내 소외된 이웃을 돕겠다는 첫 정신을 지켜나갔던 것이다.

 

시간이 흐르면서 지역의 근로자 문제가 점차 해소되자 회관은 빈민청소년, 이주노동자, 노인 등 소외계층을 위한 지원으로 활동영역을 넓혀나갔다. 1998년에는 기숙사사업을 종료하고 ‘천주교 수원교구 전진상사회복지관’으로 이름을 바꿔 소외된 이웃을 보다 적극 돌봤다. 이런 공로로 복지관은 국민훈장 목련장을 비롯해 독일 십자훈장, ‘좋은 한국인 대상’, ‘아름다운 사람상’ 등을 복지관 대표를 통해 받기도 했다.

 

사회복지관으로 활약하던 회관은 2009년 교구의 사회복지 중심지로서 다시 태어났다. 

 

회관에는 교구 사회복지회·교정사목위원회·이주사목위원회 사무실이 자리하고 있다. 교구 사회복지회는 산하 130여 곳의 사회복지시설을 관할하고 지원하는 역할을 하는 기관이다. 수형시설에 갇힌 수용자들을 돌보는 교정사목위원회와 이주민들을 지원하는 이주사목위원회도 회관에 있다. 또한 회관은 단순히 교구 사회복지 지원을 하는 데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회관 내에 안양시장애인보호작업장과 안양자활센터를 갖췄고 교구 장애인선교회들의 각종 모임과 행사, 이주민 자녀들을 위한 선데이아카데미, 이주민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장소로 회관을 제공한다. 근로자회관과 전진상복지관이 그랬듯이 우리 주변의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을 만나고 나눔을 실천하는 구심점이 되어주는 것이다.

 

또 회관에서는 교구 사회복지회 수익사업단 ‘착한 사마리아인’의 매장도 운영되고 있었다. ‘꽃보다 아름다운 당신’(화원), ‘엔젤마트’(슈퍼마켓), ‘사랑의 국수가게 2호점’, ‘두드림과 열림’(자활매장), ‘카페 뽀르트’ 등 회관에 입점한 매장들의 수익금은 사회복지사업을 위해 활용되고 있다.

 

교구장 이용훈 주교는 회관 축복식에서 “이 회관은 사회복지의 행정적 기능뿐 아니라 어려운 이들의 피신처 역할도 하는 행정과 사업 실천이 병행되는 공간”이라며 “회관을 통해 교구 내 지역사회의 많은 이들에게 빛, 사랑이 전해지고 하느님의 정신이 널리 구현되길 바란다”고 말한 바 있다. [가톨릭신문 수원교구판, 2018년 6월 3일, 이승훈 기자] 



1,943 0

추천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