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8일 (일)
(백) 부활 제5주일 내 안에 머무르고 나도 그 안에 머무르는 사람은 많은 열매를 맺는다.

영성ㅣ기도ㅣ신앙

[영성] 현대 영성: 내 마음속 작은 겨자씨를 자라게 하는 방법

스크랩 인쇄

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2-10-24 ㅣ No.1883

[현대 영성] 내 마음속 작은 겨자씨를 자라게 하는 방법

 

 

미국 뉴저지의 한 식당에서 7년간 일해 온 리즈 우드워드(Liz Woodward)라는 여성이 있었습니다. 하루는 아침에 화재 진압을 마치고 돌아온 두 소방관을 손님으로 맞게 됩니다. 음식을 차리던 중 우연히 지난밤 화재 진압을 위해 12시간 동안 화마와 사투를 벌인 두 소방관의 이야기를 듣게 되고 고마운 마음으로 영수증에 이렇게 적었다고 합니다. “두 분의 아침 값을 제가 대신 계산할게요. 모두가 도망쳐 나오는 곳으로 뛰어 들어가 사람들을 구하는 당신들에게 정말 감사합니다. 두 분은 용감하고 든든한 분들입니다. 오늘은 푹 쉬세요!” 소방관들은 이 따뜻한 쪽지 이야기를 페이스 북에 올렸습니다. 이 식당에 간다면 그녀에게 많은 팁을 부탁한다는 말과 함께…. 그런데 얼마 뒤 소방관들에게 선행을 베푼 여종업원 리즈가 사실은 진짜 도움이 필요한 사람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녀에게는 사지 마비 환자인 아버지가 있었던 것입니다. 그녀는 아버지를 위해 휠체어를 실을 수 있는 승합차를 구입하기 위한 기부금을 모으고 있던 중이었습니다. 그리고 이 사실이 알려지자 단 하루 만에 53,000달러가 모였다고 합니다. 그녀의 작은 선행이 불러온 이 놀라운 기적에 대해 리즈는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저의 부모님은 작은 도움이라도 누군가의 인생을 바꿀 수 있다고 항상 가르쳤습니다. 그리고 누군가를 도울 기회가 온다면 그들을 도우라고 하셨습니다. 저는 단지 힘든 소방관들의 미소를 보고 싶었을 뿐입니다.”

 

결국 부모님의 작은 가르침이 자녀와 다른 사람들을 거쳐 자신에게 되돌아온 것입니다. 마치 복음서에 나오는 작은 겨자씨와 누룩의 비유처럼, 작은 사랑의 나눔이 큰 열매가 된 것입니다. 이 이야기와 겨자씨의 비유를 통해 묵상한 것을 여러분과 나눕니다.

 

작고 어린 아기였던 나의 아들, 딸들이 이제는 나보다 더 크고 힘 있는 어른이 되어 어머니를 도와줍니다. 이 아기가 언제 자라나 싶었지만, 어느새 훌쩍 자라 이제는 힘 없는 부모를 지켜 줍니다. 이렇게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우리 자녀들이 자라듯이, 우리 마음속에 주님께서 심어 주신 사랑의 씨앗이 조금씩 조금씩 자라납니다. 하지만, 내 욕심 때문에 모진 시련과 아픔을 견디어 내며 상처 가운데 자란 아이가 있듯이, 내 욕심 때문에 내 맘속에 심어진 사랑의 씨앗은 성장을 멈추기도 합니다. 그러나, 주님의 쉼 없는 은총의 비는 우리의 욕심을 잠재우고 메마른 우리 마음을 촉촉이 적셔줍니다. 내가 가졌던 것들이, 내가 이루고자 했던 것들이, 심지어 주님의 이름으로 했던 많은 일들이 나를 위한 일이었음을 깨닫는 순간, 내가 무너지는 그 순간, 주님 앞에 아무것도 아니었던 나를 변함없이 지켜봐 주시고 사랑해 주시는 ‘당신’을 만나게 됩니다. 한결같은 사랑으로 나와 함께했던 당신을 만나는 순간, 내 안에 가득했던 어둠은 환한 빛으로 밝혀지고, 텅 빈 그곳은 사랑으로 충만해집니다. 내가 아니라, 당신의 사랑이 내 안에서 꽃 피고, 풍성한 열매가 되어 사람들 사이에 전해집니다. 아무런 말이 없어도 나를 사랑하시는 당신이 느껴집니다. 아무런 변화가 없는 듯해도 그것 역시 나에게 필요함을 깨닫게 됩니다.

 

견디어 내고, 버텨야만 했던 시간이 이제는 그저 은혜로움으로 가득한 일상이 되었습니다. 아프고 억울했던 시간들이 이제는 모두 필요한 시간이었음을 깨닫게 됩니다. 함께 웃고, 함께 울며, 그저 있는 그대로의 모든 순간들이 충만한 사랑입니다. 좁고 메마른 제 맘속에 심어진 당신의 사랑이 그렇게 당신 안에서 온 우주가 됩니다. 

 

“그렇습니다. 주님, 당신께서 제 마음에 심어 주신 사랑의 겨자씨는 결국 당신이셨습니다. 당신의 십자가 위에서의 죽음이 겨자씨가 되어 우리 모두를 참된 생명의 삶으로 인도해 주셨듯이, 제가 당신 안에서 죽는 순간, 당신의 겨자씨는 자라 무성한 사랑의 나무가 되어 사람들이 그 가지에 깃들이게 됩니다. 이제야 깨달았습니다. 제 마음이 바로 하늘나라의 시작이었음을! 당신께서 겨자씨 되어 제 마음에 들어와, 제 마음이 바로 하늘이 되게 하셨음을! 이제 제가 겨자씨 되어 충만한 당신의 사랑을 살게 하소서. 주님, 저의 작은 미소가, 저의 작은 선행이, 저의 작은 기도가 그리고 저의 작은 내적 변화가 바로 당신 나라의 시작이 되게 하소서.” 아멘.

 

[2022년 10월 23일(다해) 연중 제30주일(민족들의 복음화를 위한 미사 · 전교 주일) 가톨릭마산 4면, 박재찬 안셀모 신부(성 베네딕도회 왜관 수도원)]



681 0

추천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