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7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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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성ㅣ기도ㅣ신앙

[영성] 가르멜 성인들의 생애와 영성51: 성녀 소화 데레사의 영성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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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6-05-28 ㅣ No.803

[가르멜 성인들의 생애와 영성] (51) 성녀 소화 데레사의 영성 ③


독수리의 눈과 마음으로 하느님 향해 ‘비상’

 

 

- 독수리의 눈과 마음을 갖고 하느님을 향해 날고자 했던 소화 데레사.

 

 

독수리의 눈과 마음을 가진 자

 

지난 호에서 우리는 성녀 소화 데레사가 잔다르크를 통해 어린 시절부터 영웅이 되고 싶은 원의를 품었고 이것이 훗날 자라면서 성교회의 대성인이 되겠다는 거룩한 원의로 들어섰다는 점을 살펴보았습니다. 

 

소화 데레사는 거룩한 욕심이 참 많았습니다. 그리고 그 원의를 이루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했습니다. 절대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희망하고 믿으며 긍정적으로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성녀 데레사나 십자가의 성 요한 같은 대성인에 비교해 볼 때 너무도 작고 초라한 자신을 보면서, 독수리와 같은 그런 대성인들에 비해 스스로를 작은 새에 비유하곤 했습니다. 

 

그런데 솜털도 가시지 않은 그런 작은 새인 자신에게 대성인이 되고픈 원의를 하느님이 일으켜 주셨다는 것이 성녀에겐 무척이나 신기했습니다. 그래서 성녀는 자신이 그런 작은 새이지만, 무한을 향해 날고픈, 이글이글 타오르는 태양을 향해 솟구치고픈 독수리의 ‘눈과 마음’을 가졌다고 고백합니다. 

 

성녀가 말하는 태양은 영적인 의미를 담고 있는 것으로, 하느님 또는 하느님을 계시하신 그리스도를 의미합니다. 그래서 성녀는 비록 자신의 본성적인 나약함과 한계로 인해 작은 자에 불과하지만, 그럼에도 마음의 지향만은 그 어떤 성인에 비할 바 없이 하느님을 열망하고 있음을 가졌고, 이를 하늘을 지배하는 천상의 왕자인 독수리의 눈과 마음에 비유했습니다. 

 

저는 가끔 수도생활에서 나태해지거나 안일에 젖을 때마다, 소화 데레사의 이 말씀이 담겨 있는 「자서전」을 읽곤 합니다. 거기에는 깊은 영적인 힘과 천상을 향한 비전이 담겨 있습니다. 저는 이 말씀을 통해 하느님을 향해 모든 것을 온전히 봉헌하고 시작했던 수도생활 초창기에 가졌던 초심을 다시 세울 수 있어서 내적인 힘을 받곤 합니다. 독자 여러분도 그렇게 영적으로 힘들 때가 있으면 소화 데레사의 「자서전」을 펼치십시오. 그리고 다음의 글을 읽으면서 내적인 힘을 얻길 바랍니다. 

 

“저는 가벼운 솜털밖에 나지 않는 힘없는 작은 새에 지나지 않습니다. 저는 독수리가 아니고 독수리의 눈과 마음만을 가졌을 따름입니다. 그것은 제가 지극히 작지마는, 하느님이신 태양, 사랑의 태양을 감히 똑바로 쳐다보고 ‘독수리’의 모든 원이 제 마음에도 솟아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 작은 새는 눈부시게 빛나는 태양을 향해서 날고 싶어 합니다. 그는 거룩한 성삼의 중심에까지 올라가는 그의 형제인 독수리들같이 하고 싶어 합니다.”

 

 

주님을 향한 ‘탁 믿는 마음’

 

그러면 마음만 가득하고 독수리처럼 날지는 못하는 작은 새라고 스스로를 생각한 소화 데레사가 힘이 없어 독수리처럼 날지 못하는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면서 슬퍼하기만 했을까? 영민했던 소화 데레사는 이에 대해 기지를 발휘해서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절대로 아닙니다. 그 작은 새는 슬퍼하지 않을 것입니다. 대담하게도 탁 믿는 마음으로 꼼짝 않고 그의 ‘거룩한 태양’을 똑바로 쳐다보고자 합니다.” 

 

여기서 성녀가 말하는 ‘탁 믿는 마음’, 그것은 그 원의를 일으켜주신 분께서 분명 오셔서 자신을 저 창공까지 들어 높여 주실 것이라고 하는 그분의 전능하심에 대한 깊은 신뢰를 의미합니다. 그리고 그것이 다름 아닌 성녀가 걷고자 했던 ‘영적 어린이의 길’이었습니다. 그래서 독수리의 눈과 마음을 가진 작은 새인 이 영적 어린이는 비바람이 불고 캄캄한 구름이 사랑의 태양을 가려도 옮겨 앉지 않고 ‘탁 믿는 마음’을 갖고 늘 그 자리에서 태양이 떠 있는 구름 너머를 마음의 눈으로 바라보면서 그 태양을 떠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또 성녀는, 태양을 향해 나는 독수리인 천사들과 성인 성녀들에게 이 작은동생을 불쌍히 여겨서 나쁜 독수리들로부터 보호하고 지켜 달라고 청할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런데 성녀는 근본적으로 자신을 이끄시며 날개 위에 태우고 태양을 향해 날아오르게 해주실 큰 독수리는 예수님이라고 고백합니다. 그래서 이렇게 말합니다.

 

“오, 거룩한 말씀이시여, 제가 사랑하고 저를 이끄는 사랑하는 독수리는 당신이십니다. 귀양살이 땅으로 날아 내려오시어, 행복한 성삼의 영원한 도가니 속에까지 끌어가시기 위해 괴로움을 받으시고 죽으시기를 원하신 것이 당신이십니다.…흰 제병 모양 아래 숨어서, 아직도 눈물의 골짜기에 머물러 계시는 이도 당신이십니다.…‘당신의 사랑은 미친 듯하다’는 말을 하게 해주십시오. 이런 ‘광기’를 눈앞에 보고 어찌 제 마음이 당신께로 달리지 않겠습니까? 어찌 제 신뢰가 한이 있겠습니까?”

 

 

주님을 향한 광기(狂氣) 가득한 사랑

 

인류를 향한 사랑 때문에 미치신 분, 그분이 바로 예수님이십니다. 그래서 천상을 포기하고 이 땅에 내려와 수난하고 돌아가신 예수님을 보며, 소화 데레사 역시 그분을 향해 미치지 않고서는 배겨나지 못할 것이라고 고백합니다. 소화 데레사의 이런 모습을 보면, 통상 우리가 어렴풋이 알고 있는 작고 가냘프고 수줍어하는 소화 데레사와는 너무도 거리가 멉니다. 정말이지 주님 사랑에 대한 깊은 통찰력을 지녔고, 그분을 향한 열정과 광기 가득한 사랑으로 넘친 분이 소화 데레사였습니다. 얼핏 보기에 솜털도 가시지 않은 작은 새처럼 보이지만, 그 마음을 들여다보면 그 어떤 독수리보다도 큰 눈과 마음을 갖고 태양을 향해 창공을 날았던 분, 소화 데레사! 우리 또한 이 성녀로부터 독수리의 눈과 마음을 가질 수 있는 천상의 지혜를 배워야겠습니다.

 

[평화신문, 2016년 5월 29일, 윤주현 신부(대구가르멜수도원장, 대전가톨릭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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