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5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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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미술ㅣ교회건축

성당 이야기50: 고딕 성당의 기본 구조 (3) 플라잉 버트레스(공중 버팀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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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1-04-25 ㅣ No.793

[성당 이야기] (50) 고딕 성당의 기본 구조 (3)


플라잉 버트레스(공중 버팀벽, flying buttress)

 

 

‘필요는 발명의 어머니’라는 말이 있습니다. 반원 아치는 수평 부재의 하중을 분산시키는 성과를 얻었지만 수평력이 발생하여 기둥을 밖으로 밀어냈고, 이 수평력을 줄여야 할 필요에 의해 포인티드 아치가 발명되었습니다. 배럴 볼트와 그로인 볼트는 천장을 목조에서 석조로 발전시켰지만 자체 하중이 문제였고, 이 하중을 줄여야 할 필요에 의해서 리브 그로인 볼트가 발명되었습니다.

 

그런데 고딕 성당에 새로운 발명을 기다리는 ‘필요’가 하나 더 생겼습니다. 그것은 일반적으로 성당 외벽에 직각으로 세워져 기둥이나 벽에 가해지는 수평력을 감당하는 버팀벽, 곧 ‘버트레스’(buttress)에서 출발합니다. 로마네스크 성당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던 이 구조물은 고딕 성당에서 기능상의 한계를 드러냅니다. 건축술의 발달로 성당이 점점 수직으로 올라가자 높은 벽을 지탱하기 위해서 버트레스의 하단이 더 넓고 두꺼워진 것입니다. 성당의 외벽 경계선에서 바깥쪽으로 버트레스의 영역이 점점 더 확장되어 거대한 옹벽이 줄지어 서 있는 형태가 된 것입니다. 이는 시각적으로 위압감과 둔탁함을 주었고 더욱이 성당 안으로 들어가는 빛을 차단하여 실내를 어둡게 만들었습니다. 따라서 버트레스의 기능은 유지하면서 빛이 성당에 들어오는 것을 방해하지 않고 시각적으로도 아름다운 버트레스가 필요하게 되었고, 그로 인해 발명된 것이 ‘플라잉 버트레스’(flying buttress)입니다.

 

플라잉 버트레스는 버트레스에서 성당 외벽에 붙은 면을 드러내고 버트레스의 상부만 외벽과 연결시키는 방식으로 만들어졌습니다. 거의 옹벽에 가까웠던 버트레스가 아치와 기둥으로만 구성된 구조체로 변신한 것인데, 그 형태를 보고 플라잉 버트레스라 불렀습니다. 하지만 육중한 버트레스가 날렵한 플라잉 버트레스로 바뀔 수 있었던 것은 성당 내부가 이미 포인티드 아치, 리브 그로인 볼트, 다발 기둥 등의 유기적 구조체로 변하였기 때문입니다. 간단히 설명하면, 네이브의 천장이 리브 그로인 볼트로 바뀌면서 하중은 리브를 타고 다발 기둥으로 전달됩니다. 이 접점에 플라잉 버트레스의 아치 끝이 연결되면 접점에 전달된 하중이 다발 기둥과 플라잉 버트레스에 분산되어 하중의 수직력과 수평력을 모두 상쇄시키면서 성당은 유기적으로 지탱되는 것입니다.

 

결국 플라잉 버트레스는 자기의 힘만으로 어떤 역할을 해내는 것이 아니라 성당 전체의 구조 원리 안에서 자기가 맡은 역할을 다른 부재와 함께 수행하는 작동 원리를 가지고 있는 것입니다. 마치 본당에서 평신도와 수도자와 사제가 따로따로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가 하나의 사목적 지향 안에서 각자의 역할을 수행하는 것, ‘함께 걸어가는 것’(σύνoδος)과 같은 원리입니다. 이렇게 플라잉 버트레스는 탁월한 구조체로서 성당의 외관을 아름답게 꾸며주고 성당 안으로 빛이 잘 들어오도록 해주는 고딕 성당의 위대한 유산이 되었습니다.

 

[2021년 4월 25일 부활 제4주일(성소 주일) 의정부주보 7면, 강한수 가롤로 신부(민락동 성당 주임, 건축신학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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