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8일 (수)
(백) 부활 제6주간 수요일 진리의 영께서 너희를 모든 진리 안으로 이끌어 주실 것이다.

교의신학ㅣ교부학

[교부] 삶의 지혜2: 암브로시우스의 루가복음 주해서에서

스크랩 인쇄

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6-02-09 ㅣ No.131

교부들로부터 배우는 삶의 지혜 (2) 암브로시우스의 ‘루가복음 주해서’에서

 

 

엘리야의 정신과 능력 가진 세례자 요한


[본문]

 

『그는 엘리야의 영과 능력을 지니고 주님보다 먼저 올 것이다』

 

영과 능력, 이 두 개념은 서로 긴밀히 연결되어 있습니다. 영은 능력 없이 결코 있을 수 없고, 능력도 영 없이 있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바로 거룩한 엘리야는 이 두 가지, 곧 큰 능력과 은총을 지녔기 때문에 『엘리야의 영과 능력을 지니고』라고 말한 것입니다. 엘리야는 백성의 마음을 불신앙에서 신앙으로 돌아서게 하는 능력, 단념하고 인내하는 능력, 예언하는 영을 지녔습니다. 

 

엘리야도, 요한도 광야에 머물렀습니다. 엘리야는 까마귀가 날라다 주는 음식을 먹었습니다. 요한은 메뚜기에게서 양식을 얻었고 육체적 향락에 빠지게 되는 모든 유혹을 짓밟으면서, 간소한 생활을 더 좋아하였으며 사치스러운 생활을 물리쳤습니다. 엘리야는 아합 왕의 호의를 중요하게 여기지 않았고, 요한은 헤로데 왕의 호의를 멸시했습니다. 엘리야는 요르단 강물을 갈라지게 했고, 요한은 요르단 강물을 구원을 가져다주는 세례소로 변화시켰습니다. 요한은 주님과 함께 지상에 머물렀으며, 엘리야는 영광 중에 주님과 함께 나타났습니다. 요한은 주님의 첫째 재림의 선구자였고, 엘리야는 둘째 재림의 선구자입니다. 엘리야는 삼 년이 지난 뒤 마른 땅을 많은 비로 적셔주었고, 요한은 삼 년 뒤에 우리 마음의 땅을 믿음의 이슬로 비옥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대는 이 삼 년이 무슨 말인지 묻는군요. 그분은 『보다시피 내가 삼 년째 여기 왔으나 이 무화과나무에서 열매를 찾아보았지만 발견하지 못했습니다』라고 말씀하였습니다. 백성을 구원하기 위해서는 이 신비로운 숫자(햇수)가 필요합니다. 첫 해는 성조들의 시기입니다. … 둘째 해는 모세와 나머지 예언자들의 시기이며, 셋째 해는 주님의 탄생으로 시작됩니다. 

 

주님께서 『자, 주님의 은혜로운 해이며 보복의 날이로다』(루가 4, 16)라고 말씀하십니다. 포도밭을 가꾼 집주인도 한 번만 보낸 것이 아니라, 여러 번 추수할 일꾼들을 그곳으로 보냈습니다. 처음에 종들을 보냈고, 그 다음에 다시 다른 종들을 보냈으며, 세 번째에 자기 아들을 그곳에 보냈습니다. 

 

루가복음 주해서 1, 36

 

 

영과 능력이 우리에게도 충만하길


[해설]

 

성경을 늘 가까이 두고 그 말씀으로 양식과 힘을 얻은 암브로시우스 주교는, 집주인이 이방 저방 자유자재로 건너다니듯이 구약성서와 신약성서를 넘나다니면서 두 성서에서 얻은 생각을 깊이 있게 해석한 주석가입니다. 

 

그는 주교가 되면서 『배워야 할 내가 가르치게 되었구나!』하면서 열심히 성경을 읽고 묵상하면서 신자들과 자신을 위해서 하느님의 말씀을 먹고 마신 교부입니다. 

 

그분의 성경주해를 읽어 보면 성경의 세계를 종횡무진 다니시면서 신자들에게 도움이 되는 열매들을 많이 따다 먹이는 부모님과 같은 모습을 떠올리게 됩니다.

 

그분은 구약과 신약을 어머니의 두 젖가슴에 비유했습니다. 구약에는 회개의 약이 있고, 신약은 기쁨의 약이 있기 때문에 구약의 젖을 먼저 먹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아직 신앙이 약한 사람은 딱딱한 음식을 먹을 수 없고 부드러운 음식을 먹어야 하듯이 성경말씀도 먹는 순서가 있다는 말입니다. 

 

아우구스티누스가 훗날 「고백록」에서 암브로시우스 주교가 그를 가르치던 때를 기억하면서 그분이 성경말씀을 설명해주면 어둡던 것이 늘 환해지는 체험을 했다고 기록했습니다.

 

암브로시우스 주교는 구약성서에 관한 주해서를 많이 썼지만, 신약성서 주해서는 「루가복음 주해서」가 유일합니다. 이 책에서 암브로시우스 교부는 구약과 신약의 흐름을 재미있고 신비롭게 연관지으며 인간에 대한 하느님의 크나큰 사랑을 강조하십니다. 

 

세례자 요한에 관해 해석하면서 요한을 엘리야 예언자와 비교합니다. 두 분이 같은 영과 능력을 지녔다는 사실을 성서말씀으로 입증하고, 두 분의 공통점을 나열합니다. 목숨을 걸고 하느님의 말씀을 전한 두 분 사이의 교감이 암브로시우스의 말로 아름답게 전개됩니다. 

 

사람들이 나를 누구라고 여기냐는 주님의 질문에 제자들은 구약의 엘리야나 죽은 세례자 요한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대답하였습니다. 두 분 다 주님의 정신으로 사신 분이기 때문입니다. 요한은 주님과 같은 시대에 사셨고, 엘리야는 타보르 산 위에서 주님의 영광스러운 모습이 나타날 때 함께 계셨던 분입니다. 

 

주님의 영과 능력이 우리에게도 충만하여 삶에서 주님을 증거하는 자녀들이 되게 해주시기를 간절히 기도드립니다. 아멘.

 

※ 더 읽을거리 : 『내가 사랑한 교부들』(분도출판사 2005)

 

[가톨릭신문, 2005년 4월 3일, 장인산 신부(한국교구학연구회·청주교구 총대리)]



1,280 0

추천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