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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 자아의 신화를 찾아서: 경력단절녀인데 육아에 지쳐 삶이 초라하게만 느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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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6-05-08 ㅣ No.314

[자아의 신화를 찾아서] (38)

 

 

[질문] 경력단절녀인데 육아에 지쳐 삶이 초라하게만 느껴져

 

육아에 지쳐가는 주부입니다. 제가 지쳤다는 것도 알고 남편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각종 문제들을 가급적 대화로 풀어보려 노력해왔습니다. 하지만 원장님, 아이가 말을 듣지 않을 때 특히 아이에게서 남편의 단점이 보일 때 너무너무 화가 납니다. 무엇보다 말만 하고 실질적으로 가사일과 육아를 돕지 않는 남편을 볼 때는 정말 살의라고 생각할 만큼 거친 감정들이 솟구치기도 합니다. 이제 저희 사이의 싸움은 시작하면 끝내기가 어려울 지경입니다. 게다가 ‘나도 직장을 다니면 얼마든지 잘 벌 수 있는데, 왜 나는 이렇게 경력단절로 머물러야 하는가’란 생각과 제가 점점 못난 아줌마로 전락하고 초라해져 간다는 생각에서 밤잠을 이루기가 어려운 정도입니다. 도대체 어떤 마음을 가져야 제가 이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요.

 

 

[답변] 전업주부에게도 삶의 여유 필요… 산책 · 등산 등 해보길

 

경력단절은 우선 여성들 본인이나 남편들의 잘못이 아니라, 여성들이 재능을 꾸준히 발휘할 수 있도록 정비되지 못한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입니다. 일단 자신이 못났다거나 남편이 아내를 사랑하지 않아서라는 생각에서는 벗어나야 합니다.

 

여성들의 경력단절도 심각하지만, 실제 고용조건이 불안정한 우리나라에서는 남자들 역시 앞으로의 경력이 언제 어떻게 될지 매우 불안합니다. 특히 외벌이의 경우엔 가장이 직장을 잃을 경우에는 그야말로 거리에 나앉을 수도 있을 만큼 사회복지 시스템도 열악합니다. 남편 역시 언제 해고당할지 모른다는 스트레스를 안고, 하기 싫은 일도 억지로 하고 있을 가능성이 많습니다.

 

그러나 육아도 바깥일 못지않게 힘들지요. 신체적으로도 지치지만, 반복되는 가사일에서 성취감을 느끼기가 힘든 경우가 많습니다. 또 다른 사람들로부터 고립되어 있거나 혼자 낙오되었다는 생각이 더 사람을 우울하게 할 수가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더할 나위 없이 사랑스러운 아이마저, 바로 이 아이 때문에 내가 이렇게 고립된 채 의미 없는 삶을 사고 있다는 착각을 할 수가 있게 됩니다. 집안일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시시하고 하찮은 일이라 여기는 잘못된 생각도 더욱 지치게 합니다. 하지만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맛있는 음식을 만들고, 사랑의 결실인 아이를 잘 키우는 것보다 더 아름답고 뜻있는 일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우리가 열심히 일하는 이유도 결국 누군가를 사랑하기 때문이고, 그 사랑의 대상은 대개 가족이 됩니다. 가족에 대한 사랑이 곧 이웃과 하느님에 대한 사랑으로 확장 될 수도 있는 것이지요.

 

성실하고 사랑이 많아 주변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드는 아이를 키우는 것은 지금 당장 어떤 성과가 보이지는 않지만 꾸준히 실천하게 하면 그보다 더 큰 창조적 행위 역시 많지 않습니다. 

 

모든 것을 돈으로 환원시켜 생각하는 요즘 세태는 아이 하나를 키우는데 얼마의 돈이 들어간다는 것만 강조하지만, 아이가 성장하면서 부모에게 주는 웃음과 기쁨에 대해서는 외면을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남편이나 본인, 또 사회에 대한 분노를 아무 죄 없는 아이가 다 받아내는 경우도 생각보다 많습니다. 예수님께서 아이처럼 되어야 하느님 나라에 가까이 갈 수 있다고 하신 말씀 중에는 어쩌면 이와 같은 상황이 포함되어 있을 수도 있습니다. 과거에 아이들은 한 사람의 인격이라기보다는 부모의 소유물로 간주되어 함부로 학대되는 경우가 많았지만, 요즘에도 알게 모르게 아이를 그런 맥락에서 함부로 대하는 어른들이 많습니다. 

 

아이가 아직 어린 전업주부라도, 나름대로 여유를 즐기기 위해 짬을 내 보는 것도 필요합니다. 유모차를 끌고 공원에서 음악을 듣거나 책을 읽어 보는 것…. 키즈 카페 같은 곳에 아이랑 함께 가서 다른 부모들과 놀아보기도 하고, 아이랑 목욕탕이나 수영장에 가보기, 숲을 걷거나 등산을 하면서 체력을 단련하고 ,아이의 지능과 체력 단련시키기 등등 보다 창의적으로 육아를 해 보는 것도 좋습니다. 아이에게 동화를 읽어 주면서 어린 시절에 체험하지 못했던 것을 다시 체험해 볼 수도 있습니다.

 

아이가 커 가면서 부모도 성장한다면, 부모들은 어쩌면 아이가 없는 사람들에 비해 인생을 아주 여러 번 사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 질문 보내실 곳 : <우편> 04707 서울특별시 성동구 무학로 16(홍익동)   sangdam@catimes.kr

 

[가톨릭신문, 2016년 5월 8일, 이나미(리드비나 · 이나미심리분석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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