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4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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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 자아의 신화를 찾아서: 공무원 시험 준비하라는 부모님, 전 전공살리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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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6-03-16 ㅣ No.303

[자아의 신화를 찾아서] (30)



질문 : 공무원 시험 준비하라는 부모님, 전 전공살리고 싶어요

 

저는 대학교 2학년생으로 춤을 전공하고 있습니다. 방학 중에는 청소년회관에서 학생들에게 춤도 가르쳐주는 등 제 전공에 애정이 많습니다. 그런데 부모님께서는 올해까지는 제 마음대로 공부를 하지만 내년부터는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라 하시네요. 물론 저희 과를 졸업한 이후에 취직이 어려운 것은 사실입니다. 솔직히 전공으로 먹고 살려면 지금부터 뭘 어떻게 준비해야할지 전혀 몰라서, 부모님께 별다른 말씀도 못 드렸어요. 하지만 전 제가 좋아하는 것을 포기하고 싶지 않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지 알려주세요.

 

 

답변 : 포기 말고 젊은 예술가 지원 프로그램 등 도전해보길

 

우선 큰 딜레마인 상황이라 젊은 나이에 많이 힘드시겠어요. 춤추시는 분 들 뿐 아니라 정말로 좋아서 예술을 하시는 분들은 자신들이 하고 싶은 일을 하지 못할 때 우울하기도 하고, 삶의 방향성을 못 잡아 시간을 많이 낭비하기도 하게 됩니다. 그러니 춤이 정말로 좋으면 춤을 포기할 수는 없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뿐 아니라, 선진국에서도 예술을 직업으로 하는 사람들은 극소수의 엄청난 성공을 거둔 사람을 제외하고는 윤택한 삶을 누리기가 매우 힘듭니다. 당장 돈은 벌 수 있는 실용적인 학문이 아니고, 설령 어느 정도 성공을 해도 불규칙적인 수입때문에 어쩔 수 없이 불안한 삶을 보내시는 분들이 생각보다 많습니다. 그래서 웬만큼 집에 돈이 많지 않은 경우에는 하고 싶은 예술을 하기 힘들다고 호소하시는 분들이 많지요. 

 

하지만 그렇다고 길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스스로가 부모님들에게 손을 벌리지 않고 어린 학생들에게 레슨 등을 하거나 행사 등을 뛰면서 자신의 학비를 버는 분들이 분명 있습니다. 매우 고달프고 외로운 삶이지요. 자신을 뒷받침 해주지 않는 부모님에 대한 원망도 생길 수 있고, 사회에 대한 분노도 지닐 수 있습니다. 워낙 불공평하고 정의롭지 못한 부분이 많은 사회라 그런 서운한 마음을 무조건 철없다고 매도할 수는 없다고 봅니다. 운이 좋아 뒷바라지를 잘 해 주는 부모나 스승을 만나는 것이 예술가들이 클 수 있는 토양 중 하나라고들 하는 이야기가 아주 틀린 것은 아니니까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스스로가 노력해서 또 자신이 가고 싶은 길을 자립해서 가시는 분들은 여전히 있습니다. 그런 분들이 있어야 이 사회도 보다 올바르게 변해 가리라 봅니다.  그렇게 자립심이 강하고 스스로 헤쳐 나간 예술가들은 훨씬 더 존경받을 자격이 있다고 봅니다. 

 

물론 그렇게 못하고 아예 포기해야 하는 경우도 있겠지요.  꿈은 접고 다른 길을 선택해서 젊은 시절을 아련하게 회고하거나, 혹은 젊은 혈기를 치기로 스스로 간주하고 일반적인 길을 가는 분들도 있습니다. 그런 선택도 꼭 나쁜 것만은 아닐 겁입니다. 그런 분들 중에는 어느 정도 자신의 입지를 다진 다음, 하고 싶은 예술의 길을 가는 인생 후반전을 위해 준비하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예컨대 미국의 국민화가 ‘모지즈’(Moses, 본명 Anna Robertson) 같은 할머니는 70세부터 그림을 그려서 100세까지 활동을 하셨습니다. 얼마 전에는 한국에서도 80세에 피아노과에 입학하신 할아버지도 계셨지요. 이우환 화백이나 백남준 작가처럼 미대를 졸업하지 않고 다른 전공으로 학위를 땄지만, 위대한 예술가가 되신 분들도 있습니다. 전위예술무용가 홍신자 씨도 학부 때에는 무용을 전공하지 않았습니다.

 

학부 때 그나마 무용을 전공하고 있다면 어떤 면에서는 그 분들보다 훨씬 더 운이 좋은 것인지도 모릅니다. 이제 스무 살이 넘었기 때문에, 만약 부모님이 더 이상 보조를 해 주지 못한다 해도, 자립할 길을 찾아야 할 나이입니다. 더 열심히 공부와 무용을 해서 장학금을 받아 볼 수 있는 기회를 알아보거나, 금호그룹 같은 기업에서 젊은 예술가들을 도와주는 프로그램도 있으니 교수님과 의논을 해 보시는 것도 좋습니다. 도움을 간절히 청하는 사람에겐 손을 내미는 것이 우리 사회라고 생각합니다. 지레 시도해 보지도 않고, 하고 싶은 것을 접기 보다는 힘들지만 도전해 보는 것이 젊은이답습니다.

 

* ‘자아의 신화를 찾아서’는 독자 여러분들의 참여로 진행됩니다. 신앙생활뿐만 아니라 삶에서 겪는 어려움을 나누고 싶은 분은 아래 주소로 글을 보내주십시오.

 

※ 보내실 곳 : <우편> 04707 서울특별시 성동구 무학로 16(홍익동) ‘자아의 신화를 찾아서’ 담당자 앞 

 · E-mail: sangdam@catimes.kr

 

[가톨릭신문, 2016년 3월 13일, 이나미(리드비나 · 이나미심리분석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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