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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 신앙과 심리: 수업 시간에 심심해요 그래서 떠들게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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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5-12-21 ㅣ No.288

[신앙과 심리] 수업 시간에 심심해요 그래서 떠들게 돼요

 

 

Y군은 상담실에 들어와서도 눈을 마주 보지 않고 묻는 말에도 우물우물 입안으로 말을 삼킨다. 중학교 3학년인데 작은 키에 마른 체구라 아직 초등학생의 앳된 모습이다. 학교 담임선생님이 Y군이 너무 산만하고 집중을 하지 못하여 수업에 방해가 된다며, ADHD라고 생각하여 상담을 신청하였다. 부모의 허락을 받고 상담을 해야 하기에 어머니에게 전화를 하니 그녀는 자기 아들이 문제가 없으며 좋지 않은 친구를 사귀고 나서 잘못된 거 같다는 말을 반복하였다.

 

초기상담에서 Y군을 50분 동안 만나는 동안 산만함을 느끼지 못하였다. 자발적으로 상담에 온 경우가 아니므로 상담사의 질문에 건성으로 대답하는 것 외에는 집중도에 어려움을 보이지 않았다. 그가 “수업 시간에 심심해요. 그래서 떠들게 되요”라고 말하는데 그림검사를 통하여 나타난 그의 상태는 가면성우울증이 역력하였다. 이런 우울증이 청소년기에는 상상적 청중과 개인적 우화라는 특성으로 ‘자신은 특별하며 모든 사람들이 자신을 주시한다’는 생각에 튀는 행동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Y군이 5살(11년 전)에 부모가 이혼한 후 외가에서 자랐다. 그는 외가에서 아버지에 대한 부정적인 말을 많이 들으며 자란 영향으로 아버지가 자신을 버렸다는 원망과 미움을 마음에 품고 있었다. Y군은 자신을 위하여 일하러 멀리 가 있는 엄마는 착하고 불쌍하다고 생각하며 자라면서 엄마에 대한 그리운 마음을 차단하고 살았다. Y군에게 아빠는 나쁜 사람, 엄마는 불쌍하고 좋은 사람이라는 분열된 부모상이 강하여 자존감과 자아상을 형성하는데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부모의 역할을 크게 4가지로 볼 수 있는데, 자녀의 생존을 도와주고, 안전을 제공하며, 사회-문화적 발달을 도와주고 그리고 자아성취를 도와주는 역할이다. 그러나 많은 부모들이 첫 번째 단계인 의식주에 초점을 맞추고 안전을 제공하는 것에는 소홀하게 된다. 심리적인 안전을 위해서는 부모의 일관적인 양육태도와 반응이 가장 중요한데 부모자신이 불안과 압박감으로 자녀에게 이중메시지를 보내며 안전을 위협한다. 그레고리 베이트슨은 정신분열증에 관해 연구하다가 부모가 자녀에게 이중메시지를 반복해서 사용하면 혼란스런 사고체계를 형성하게 되고, 이는 훗날 정신분열증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하였다. 아이가 무언가를 잘못했을 때 혼내기보다 아이를 비웃으면서 “너 참 잘했구나, 아주 아주 잘했어!”라고 말하면 아이는 순간 혼란이 온다. 분명 부모의 말은 잘했다 인데 표정은 영 잘했다는 표정이 아니기 때문이다. 또한 사회-문화적 발달과 자아정체감 형성을 하는 시기에 자녀의 독립적인 성장과정을 도와주는 공감과 감정코칭이 중요한데, 성적에 대한 증압감과 부모의 중년기 위기와 불안감, 부부 갈등 및 이혼을 겪으며 자녀들을 가정 밖으로 몰아내는 상황이 허다하다.

 

부부관계가 가정의 화목을 결정한다면, 부모자녀관계는 아이의 인생을 결정한다. 부모는 아이들이 태아나 처음으로 경험하는 세상을 제공하므로 일상생활에서 일어나는 사소한 습관에서 인격형성, 영적인 삶에 이르기까지 부모의 영향력은 지대하다. 그래서 어느 부모도 친구의 영향으로 자기자녀가 잘못되었다는 변명을 하면 안 된다. 자녀교육에 철저한 유대인의 어머니들은 영재성·천재성에 관심을 갖는 대신 자녀들의 개성을 존중한다.

 

30년간 3천 가정을 연구, 조사해왔던 워싱턴대학의 석좌교수 존 가트맨 박사가 아이들을 10년간 관찰하여 탁월한 육아법을 고안하였다. 그는 장기간 프로젝트로 부모와 아이들에게 감정 지도법을 교육하고 놀라운 변화를 겪었다. 부모에게서 자기감정을 이해받고 인정받은 아이는 타인의 감정도 쉽게 인정할 수 있었고, 그 결과 대인관계뿐 아니라 학습 향상, 자신감, 건강, 집중력 등 다방면에서 효과가 입증된 것이다. 그는 ‘내 아이를 위한 사랑의 기술’에서 감정코칭 5단계를 제시하였고 올바른 자녀양육에 대하여 관심이 많은 부모에게 좋은 지침이 되고 있다. 1단계 : 아이의 감정 인식하기, 2단계 : 감정적 순간을 좋은 기회로 삼기, 3단계 : 아이의 감정 공감하고 경청하기, 4단계 : 아이의 감정을 표현하도록 도와주기, 5단계 : 아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하기 등의 5단계의 코칭을 하기 위해서는 부모 스스로 자신의 감정을 인식하고 표현하고 이해하는 것이 내재화되어야 한다. Y군을 상담하면서 자기감정을 알아차리고 표현하도록 돕기 위해 “지금 기분이 어때?”라고 묻고 답을 들은 후 “그래서 지금 답답하구나” 공감을 한 후, “좀 더 말해줄래?”라고 질문하여 감정을 표현하도록 도왔다. Y군의 소외감을 인정하고 공감하며 극복하기 위하여 대안을 찾고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한계를 정하는 과정에서 수업을 방해하는 행동을 깨닫고 목표를 스스로 정하도록 도왔다.

 

부모의 이혼으로 상처받고 적절한 정서적 양육을 받지 못하였던 그에게는 우울, 불안, 분노가 크게 자리하고 있어, 엎드려 자는 다른 친구들과 달리 수업시간에 누군가를 방해하는 것이 자기표현인 것이다. 사람은 자기 마음을 누군가 알아주고 이해하면 거기서 서서히 벗어나게 된다. Y군도 그 후 변화하기 시작하면서 차츰 자신의 흥미와 적성 찾으려는 관심이 생겼다. 다양한 진로와 직업을 알아가며 공부의 필요성을 자각하면서 고등학교 진학 시기가 되자 몸도 마음도 많이 자랐다.

 

“아버지 여러분, 자녀들을 들볶지 마십시오. 그러다가 그들의 기를 꺾고 맙니다”(콜로 3,21).

 

* 유정인(리디아)씨는 한국 가톨릭 상담심리사 및 한국 상담심리학회 상담심리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현재 상담심리사로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외침, 2015년 12월호(수원교구 복음화국 발행), 글 유정인(유리심리상담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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