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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 아! 어쩌나: 자살하는 사람들 어떻게 해야 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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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7-10-28 ㅣ No.581

[홍성남 신부의 아! 어쩌나] (152) 자살하는 사람들 어떻게 해야 하나요?

 

 

Q. 요즈음 아이들이건 어른들이건 자살하는 사람들이 늘어 마음이 심란합니다. 이러다가 경제 대국은커녕 ‘자살 대국’이 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듭니다. 우리 교회에서는 자살한 사람은 구원을 받지 못한다고 하고 장례미사도 안 해준다고 하는데, 왠지 자살대책치고는 미흡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자살하는 사람도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기 마련인데 냉정하다는 생각도 들고요. 

 

미신자인 제 친구가 천주교가 인간미가 없다고 하면서 천주교를 비난할 때마다 말문이 막힙니다. 왜 우리 교회는 자살자에 냉정하게 대하는지 또 자살자에 대한 대책은 어떤 것이 있는지 알고 싶습니다.

 

 

A. 우선 우리 교회에서 왜 자살한 사람에게 장례미사를 안 해주는 등 냉정하게 대하는 듯한 느낌을 주는지부터 설명하지요.

 

호스피스 병동을 가보면 시한부 인생을 사는 환자분들이 많습니다. 이분들은 당신들 인생에서 남은 시간을 어떻게든 유용하게 사용하고 미련없이 세상을 떠나려는 마음 준비를 하십니다.

 

그런데 많은 분들이 ‘시간이 좀 더 있었더라면’ 하는 마음이라고 합니다.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새삼 깨닫는다는 것이지요. 이분들이 선종하고 나면 많은 분이 안타까워합니다. 그러나 눈물을 흘리는 분 중에서 시한부 인생이 아닌 분이 있을까요? 사람은 누구나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만을 살아야 하는 시한부 인생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길지 않은 시간마저 조기마감을 하는 것은 아까운 시간을 자기 마음대로 처분하는 어리석음을 범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어떤 영성가는 “자살하고 싶은 사람들은 자신의 남은 시간을 시간의 소중함에 대해 깨달은 사람에게 주고 가야 한다. 그래야 죽음을 선택한 사람에게도 좋고, 시간을 선물로 받은 사람에게도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까지 했던 것입니다.

 

여하간 자살하는 사람은 자기 시간을 다른 사람에게도 주지 않고 그냥 버리는 과오를 범하는 이기적 선택을 한다는 관점에서 자살 이유와는 별개로 지지하거나 미화할 수 없는 부분을 가진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자살자의 사연이 구구절절 마음 아프더라도 교회에서는 얼핏 냉정한 듯 느껴질 만한 대응을 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자살자가 정신적 문제가 심각한 상태에서 자살을 감행한 경우에는 정상적 선택이 아니기에 별개 문제로 다뤄서 미사도 봉헌하고 신자들이 방문해 연도도 바치고 유족들을 위로 해줍니다. 그리고 거의 대부분 자살자들이 정신적 문제, 우울증 등 문제로 자살하기에 대부분 본당에서는 장례미사를 봉헌해줍니다.

 

따라서 천주교가 자살자에 대해 냉정하다고 비난하는 사람들은 코끼리 다리만 만지고 코끼리를 운운하는 식의 편견주의자일 가능성이 큽니다. 또 자살자에 대한 우리 교회 대책이 무엇이냐는 물음에 대해서는 교회의 존재 자체가 대책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즉, 사람과 사람이 만나 이해관계 없이 서로 존중하고 대화하고, 함께 기도해주는 공동체 자체가 자살을 막는 최고의 방법입니다. 왜 그런가? 

 

철학자 에밀 뒤르켕이 “자살이란 개인이 소속해 있는 사회집단에서 개인을 따뜻하게 맞아주지 않기에 일어나는 사회적 현상”이라고 말했듯이 자살을 결심한 사람들 마음은 절망감과 고립무원감, 외로움으로 가득 차 있다고 합니다. 세상에 자기를 도와줄 사람이 아무도 없다고 생각하면 그 영혼과 몸이 비정상적 상태가 돼서 죽음만을 생각한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살고자 하는 마음보다 죽어야 할 이유에 집착하고 몰입해 삶의 의지를 꺾어버리는 것이 자살자의 공통심리입니다. 그래서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들은 그 정신상태가 악몽을 꾸는 사람과 유사하다고 합니다. 

 

악몽을 꾸는 사람들은 꿈이 현실로 인식돼 괴로움을 겪습니다. 그럴 때 누군가가 흔들어 깨워 주면 비현실적 상태에서 현실로 돌아오게 되듯 관심을 주는 사람들이 대화하려 노력하면서 그 사람의 정신이 현실로 돌아오게 해준다면 많은 자살 시도자들이 남은 자기 인생을 유용하게 사용하고 행복한 마음을 가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자살 예방 차원에서 상담전화하는 곳이 늘어나는 추세인데, 교회는 이미 초기 때부터 그런 시스템을 갖췄습니다. ‘이웃을 사랑하라’는 가르침, ‘보잘 것 없는 이 하나에게 해준 것이 바로 당신에게 해준 것’이란 가르침을 따라 공동체 구성원들뿐 아니라 미신자들에게도 선행적 봉사를 함으로써 자살을 생각하는 수많은 사람에게 삶의 희망을 안겨준 것이 교회였습니다.

 

또 신앙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현세에서뿐만 아니라 내세에 대한 희망을 품기에 섣불리 목숨을 끊는 경솔한 짓을 하지 않습니다. 이런 여러 가지 이유로 사람이라면 당연히 종교를 가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평화신문, 2012년 5월 20일, 홍성남 신부(한국가톨릭상담심리학회 1급 심리상담가, 그루터기영성심리상담센터 담당, cafe.daum.net/withdob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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