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20일 (월)
(백) 교회의 어머니 복되신 동정 마리아 기념일(교육 주간) 이 사람이 어머니의 아들입니다. 이분이 네 어머니시다.

영성ㅣ기도ㅣ신앙

[영성] 가르멜 성인들의 생애와 영성46: 성녀 소화 데레사의 생애 (6)

스크랩 인쇄

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6-04-11 ㅣ No.788

[가르멜 성인들의 생애와 영성] (46) 성녀 소화 데레사의 생애 ⑥


두 언니 통해 한없이 자비로운 하느님 사랑 체험

 

 

- 성녀 소화 데레사가 유년기를 보낸 리지외의 뷔소네 거리에 있는 생가.

 

 

무사무욕의 사랑을 전해 준 맏언니 마리아

 

1882년 10월 2일 둘째 언니 폴리나가 리지외 가르멜에 들어가자, 다섯 자매 중에서 맏이였던 마리아가 어린 데레사를 위해 어머니의 역할을 하게 됩니다. 과연 맏이답게 마리아는 딸과 같은 막내 데레사를 친어머니와 같은 자애로운 사랑으로 돌봐주었습니다. 사실, 그간 돌아가신 어머니를 대신해서 두 번째 엄마가 되어 준 폴리나와의 이별은 어린 데레사에게 정신적으로 심한 충격을 줄 수밖에 없었습니다. 

 

결국, 10살이 되던 1883년, 데레사는 부활 방학을 이용해 파리에 사는 이시도르 외삼촌 댁을 방문해 지내던 도중, 심한 중병을 얻고 말았습니다. 당시 데레사를 동반했던 맏언니 마리아는 위독했던 데레사를 리지외의 집으로 데려올 수 없어서 그곳에 머무르며 지극 정성으로 데레사를 간호해 주었습니다. 어느 정도 회복이 되자 언니의 도움으로 리지외로 돌아왔지만, 이미 깊은 우울증에 시달렸던 어린 데레사에게는 늘 마리아가 함께해야 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마리아는 조금도 귀찮아하는 내색 없이 언제나 데레사의 침대 곁에 머물며 지극한 모성애로 데레사를 돌봐주었습니다. 그 시절 병중에 있던 데레사는 세 번째 어머니인 맏언니 마리아의 자애롭고도 무사무욕한 사랑을 경험했습니다.

 

 

맏언니의 크고 관대한 사랑

 

그로부터 2년 후인 1885년 어느덧 데레사는 자라 첫 영성체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해 봄 영성체를 준비하기 위해 피정을 하던 데레사는 그만 세심증에 걸리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이 병으로 인해 성녀는 그후 1년 반을 고생하게 됩니다. 아시다시피 세심증은 아주 사소한 것까지도 걱정거리가 되는 심리적인 병입니다. 그 시절 데레사는 어머니가 되어준 마리아 언니에게 시시콜콜한 것까지 모두 다 이야기하고 난 다음에야 비로소 마음의 평안을 찾곤 했습니다. 그러나 조금도 귀찮아하는 내색 없이 자신의 머리를 빗겨주며 그 이야기를 모두 들어준 마리아를 데레사는 한없이 신뢰하며 따랐습니다.

 

리지외 가르멜 수녀원에 입회하기 전까지 섬세한 사랑으로 데레사를 보살폈던 둘째 언니 폴리나, 병중에 있던 데레사를 지극 정성으로 돌보며 동반했던 맏언니 마리아, 소화 데레사는 그런 두 언니의 보살핌 속에서 자비로운 어머니의 사랑을 체험했습니다. 어린 시절에 경험한 이런 일련의 사랑 속에서 소화 데레사는 그들을 통해 자신을 조건 없이 사랑하며 감싸주는 한없이 자비로운 하느님의 사랑을 알아들을 수 있었습니다. 훗날 그가 장성해서 깊이 체험하게 되는 하느님의 자비에는 이런 두 언니의 사랑이 아로새겨져 있습니다.

 

 

비할 데 없는 아버지

 

그러나 가족의 사랑 가운데 어린 소화 데레사에게 가장 깊은 영향을 준 사랑은 아버지의 사랑이었습니다. 성녀의 「자서전」 곳곳에는 아버지를 향한 소화 데레사의 애틋한 마음이 깊이 배어 있습니다. 어머니를 여읜 어린 소화 데레사에게 아버지는 세상의 중심이자 모든 것이었습니다. 흔히 딸 사랑은 아버지에게 있다고들 합니다. 더욱이 나이 들어 얻은 막내딸이라면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만큼 사랑스럽습니다. 아버지에게 소화 데레사는 그런 존재였습니다. 자신을 향한 아버지의 넓고도 섬세하며 자애로운 사랑 속에서 소화 데레사는 하느님의 자비를 향해 열어젖힐 수 있는 본성적인 바탕을 마련할 수 있었습니다. 사실, 훗날 성녀가 수도 생활을 통해 하느님 아버지와 맺게 될 깊은 인격적인 관계는 친부인 루이 마르탱씨와의 관계가 발전해서 초자연적으로 변화된 것 이외에 다름이 아닙니다. 그러므로 본성적인 차원에서 아버지와 맺었던 관계는 장차 하느님과 맺게 될 관계를 이해하는 열쇠를 우리에게 전해 줍니다. 그러면 소화 데레사에게 아버지는 어떤 분이셨을까? 성녀가 남겨준 다양한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성녀에게 있어 마르탱씨는 ‘자비로운 아버지’이자 ‘왕’ 그리고 ‘고통받는 종’임을 알 수 있습니다.

 

 

모성을 품은 아버지의 사랑

 

우선, 소화 데레사에게 루이 마르탱씨는 지극한 애정으로 딸을 사랑한 자비 가득한 아버지였습니다. 특히 부인을 사별한 후부터 자녀를 향한 그의 사랑에는 지극히 부드러운 모성적인 모습이 더해 갔습니다. 아버지로서뿐만 아니라 부인을 대신해 어머니로서의 사랑도 전해 주려 했던 루이 마르탱씨의 의지적인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입니다. 예컨대, 어린 시절 소화 데레사는 아버지를 위해 작은 나무 열매와 나무껍질로 만든 차를 준비하는 걸 좋아했는데, 그걸 가져다줄 때마다 아버지는 늘 일손을 멈추고 미소 지으며 차를 마시는 시늉을 했다고 합니다. 또한 소화 데레는 집의 담 한편에 작은 제단을 꾸미고 노는 걸 즐겨했는데, 늘 제단이 준비되면 아버지를 데려와 보여주었다고 합니다. 그러면 언제나 걸작품이라고 칭찬하며 감탄해 마지않았습니다. 이렇듯 마르탱씨는 언제고 막내딸의 놀이에 함께하며 깊은 섬세함과 커다란 존중의 마음으로 그 아이를 대해 주었습니다. 특히, 매해 겨울이 되면 데레사는 바로 위의 언니인 셀리나와 체스를 둔 다음 함께 아버지의 무릎에 앉아 쉬곤 했습니다. 그러면 자상한 아버지는 두 딸을 위해 영원한 진리가 담긴 시를 읊으며 부드럽게 두 딸을 흔들어주고 기도했다고 합니다. 

 

이렇듯 소화 데레사를 향한 아버지의 사랑에는 섬세하고 자비심 가득한 어머니의 사랑이 더해 감수성 가득했던 어린 데레사의 마음에 하느님의 크신 사랑을 각인시켜 갔습니다.

 

[평화신문, 2016년 4월 10일, 윤주현 신부(대구가르멜수도원장, 대전가톨릭대 교수)]



2,965 0

추천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