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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미술ㅣ교회건축

성미술 이야기: 성모마리아는 모든 신앙인의 모범이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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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구성미술 [artsacra] 쪽지 캡슐

2021-04-20 ㅣ No.792

성모 마리아는 모든 신앙인의 모범이시다

 

 

 

명동의 언덕을 오르고 마당을 가로질러 명동 성당으로 가면 조금 전까보던 복잡한 도시와는 다른 모습을 볼 수 있다. 주변의 화려한 고층 빌딩과는 달리 명동성당 주변은 이색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대낮에 성당 안으로 들어가도 고요하면서 신비로운 느낌을 준다. 바깥의 눈부신 빛을 성당 내부에서는 찾아볼 수 없지만 사람들을 또 다른 신앙의 세계로 인도한다.

 

성당의 곳곳에 설치되어 있는 유리화를 통해서 들어오는 빛은 회색 벽면과 흰색 바닥, 긴 의자와 기도하는 사람들의 몸을 물들인다. 하늘로부터 쏟아지는 눈부신 햇살이 성당 안에서는 은은한 빛으로 바뀌어 오래된 성당과 하루 하루를 고단하게 사는 사람들의 삶을 어루만져 준다.

 

성당 안에 들어가면 우리의 눈길을 사로잡는 것이 저 끝에 있는 제단의 유리화이다. 성당의 다른 곳은 어둡지만 제단의 유리화는 많은 빛을 투사하며 사람들의 마음을 끈다. 멀리서는 유리화 전체만 보일 뿐 세부적인 형태를 잘 살펴볼 수 없다. 그러나 제단을 향해 발걸음을 한발 한발 조심스럽게 옮기면 유리화에 담긴 형태가 조금씩 살아난다.

 

제단의 유리화는 다섯 개의 기다란 뾰족 아치로 나누어져 있고, 그곳에 성화가 묘사되어 있다. 이 유리화는 프랑스 툴루즈의 제스타(Jesta) 유리화 공방에서 제작되었는데, 1898년 명동성당의 축복식이 거행되던 해에 설치되어 오늘날까지 제 자리를 지키고 있다.

 

우리나라 가톨릭교회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는 명동성당의 주보 성인은 성모마리아이기 때문에 제단 유리화의 주제는 성모 마리아의 생애 즉 <로사리오 십오단>이다. 여기에는 가톨릭교회와 중요한 기도문인 묵주기도 환희의 신비, 고통의 신비, 영광의 신비가 새겨져 있다.

 

성모 마리아는 예수님의 어머니이기 때문에 복된 분이시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언제나 어디서나 하느님의 말씀을 삶의 첫 자리에 두고 그 말씀을 따라 충분히 살았기 때문에 더욱 복되시다. 세계교회에서는 성모님을 모든 신앙인의 모범이고 어머니로 특별히 공경하고 있다. 당시에 우리나라에서 사목하던 파리외방전교회의 선교 사제들도 명동성당 제단의 가장 가까운 곳에 성모님의 일생을 담은 유리화를 장식함으로써 성모 마리아께 대한 지극한 신심을 표현하였다.

 

명동성당에는 <로사리오 십오단>유리화 외에도 1898년 성당이 축복되었던 시기에 제작된 여러 점의 유리화가 있다. 성당의 제단 가까운 왼쪽과 오른쪽 창에는 <아기 예수 탄생과 동방 박사의 경배><예수와 열두 사도>유리화가 있다. 이 유리화도 <로사리오 십오단>처럼 한 폭의 성화처럼, 구상으로 제작하였다. 성당에는 이외에도 곳곳의 크고 작은 창문에 식물과 다채로운 문양으로 장식된 추상 형태의 여러 유리화가 있다. 이런 유리화는 제단 아래에 있는 지하 경당의 원형 창문이나 제의방에서 찾아 볼 수 있다.

 

명동성당의 유리화는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설치된 유리화로서 그 가치가 매우 크다. 이 유리화는 설치된 후 100년이 넘는 시간과 6.25전쟁 등으로 많이 훼손되었지만, 두 차례의 보수 공사를 통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유럽의 성당에 유리화가 활발하게 사용된 것은 13-14세기 고딕시대부터 였다. 건축술의 발달로 사람들은 더욱 웅장하고 높은 성당을 지을 수 있었고, 그에 따라 길고 큰 창문도 많이 넣을 수 있었다. 그런데 사람들은 많은 창문에서 쏟아지는 빛을 어떻게 조절하면 기도의 분위기로 만들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 그 문제를 풀기 위해 도입된 것이 스테인드글라스, 즉 유리화였다. 오늘날에는 유리화가 성당과 교회, 사찰과 법당, 공공기관과 개인 주택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곳에 설치된다.

 

유리화는 회화와 달리 화가의 유리화 작업과 자연의 빛을 통해 완성되는 예술 작품이다. 유리화는 사계절의 빛과 시간에 따라서 수시로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명동성당의 제단 유리화를 가장 잘 볼 수 있는 시간은 아침이나 오전이다. 떠오른 태양이 제단의 유리화를 어루만져 주면 유리화도 잠을 깬다. 그리고 아름답고 거룩한 모습을 조금씩 열어 보인다. 하느님의 은총과 사랑이 유리화를 통해 새날을 시작하는 우리의 온 삶을 감싸주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출처: 정웅모 신부 (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성모 마리아는 모든 신앙인의 모범이시다, 가톨릭 직장인, 201912(272), pp. 34~37.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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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동성당, 성모마리아, 유리화, 제스타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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