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0일 (토)
(백) 부활 제3주간 토요일(장애인의 날) 저희가 누구에게 가겠습니까? 주님께는 영원한 생명의 말씀이 있습니다.

교육ㅣ심리ㅣ상담

[심리] 토닥토닥: 고통은 나만의 노하우로 관리되고 있다

스크랩 인쇄

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2-03-09 ㅣ No.1069

[박예진의 토닥토닥] (9) 고통은 나만의 노하우로 관리되고 있다

 

 

하루하루 사는 것을 고통이라 느끼고 힘겨워하는 사람도 있고, 고통을 느끼면서도 감사하게 사는 사람도 있습니다. 심리학자 알프레드 아들러는 인간은 ‘생존을 위한 투쟁(Strive to Survive)’을 하면서 산다고 했습니다. 개개인의 삶은 저마다의 무게가 있고, 그 험난하고 고통스러운 나날들을 견디며 살아내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내내 행복하게 잘 살아서 자신의 삶은 핑크빛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요?

 

사람은 고통의 함몰된 기억이 크다 보면 고통을 극복해낸 기억은 잊게 마련입니다. 인간의 고통 중 가장 큰 두려움과 불안은 바로 죽음에 대한 것입니다. 철학자 소크라테스는 우리는 “죽음을 알지 못하지만 죽어본 것처럼 죽음을 두려워한다”라고 했습니다. 「죽음의 수용소」의 저자 빅터 프랭클은 “매일 죽음과 삶의 경계에서 살면서 고통의 전쟁을 치르다 보면 정신세계가 갑자기 추락하여 돼지처럼 되기도 하고, 죽음에 대한 승화로 성자와 같은 인간이 되기도 한다”고 했습니다.

 

알고 보면 우리 주변에는 고통스러운 시기를 견뎌낸 자신만의 노하우가 있는 사람들이 제법 많습니다. 누군가는 신앙의 힘이라고 하고, 누군가는 가족 때문이라고 하고, 누군가는 삶에 대한 의지와 희망, 사랑 등을 이야기합니다. 이는 영성적인 부분으로, 저마다 살면서 체화된 강점이고 성장의 자원들입니다.

 

저의 경우를 돌아보면 아들과의 관계였습니다. 아들 윤준이 중학교에 가더니,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처럼 힘들어했고 저와는 대화를 거부하기도 했습니다. 아이 기분이 좋지 않아 보여서 물어보면 “아무것도 아니야”라는 말만을 되풀이했습니다. 선생님께서 전화하셔서 만나보니, 계속 몇 명의 아이들과 갈등이 있었다는 것이었습니다. 아이에게 계속 왜 그러냐고 물어보니 초등학교 5학년 때 이 지역으로 이사 온 후 친구들 사귀기가 힘들어서 과자를 사주거나 아이들이 요구하는 것을 해주면서 놀았다는 것입니다. 그것을 안 중학교 애들도 아들에게 계속 뭔가를 사달라고 요구했고, 거절하면 따돌림을 당해 왔다는 것이었습니다. 윤준이는 괴롭히는 아이들의 요구를 듣지 않고 본인의 힘으로 따돌림을 이겨내 보려고, 1년간 거의 혼자서 점심을 먹었다고 했습니다. 전 그 말을 듣는 순간에 ‘상담한다는 어미가 도대체 자식의 어려움을 알지도 못하고’라는 자책감이 너무 들었고 애를 붙잡고 많이 울었습니다. 아이는 엄마가 일이 너무 많고, 집에 오면 집안일을 하느라 바빠서 혼자서 해결하려고 했답니다. 그 순간들이 너무 힘들었지만 지날수록 자신이 만들어가는 성공이 좋기도 했다고 했습니다.

 

우린 놀랍게도 견딜 수 있는 만큼의 고통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즉, 자신만의 방법으로 고통을 이겨내고 있다는 것입니다. 자신만의 노하우로 고통도 관리되고 있다는 의미이지요. 이제 고통을 고통 자체로만 보지 말고, 그것으로 인해 내가 얻게 되는 긍정적인 면을 보면 어떨까요? 저의 경우는 매일 일정 기간 같은 시간에 아들을 위해 기도하며 아이 처지를 이해해보려고 노력하고 일상에 적용했습니다. 그러면서 아이의 표정과 말에 조금 눈과 귀를 열게 되었습니다. 또 부모, 가족 상담과 자녀교육인 긍정훈육을 더욱더 열심히 하게 되었습니다. 이런 어려움에 부닥친 부모들에게 조금이나마 위로가 될까 해서요.

 

그 사건으로 자녀 사랑은 물질적 충족이 우선이 아닌, 함께하고 고통스러울 때 옆에 있어 주는 것이 더 중요함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고통은 스스로 겪어내야 하나, 옆에서 함께 견뎌주면 서로의 소중함과 사랑을 체험하는 은총의 시간으로 승화됩니다.

 

※ 자신, 관계, 자녀 양육, 영성 등의 심리·정서적 어려움이 있으신 분들은 사례를 보내주세요. ‘박예진의 토닥토닥’ 코너를 통해서 상담과 교육 관련 조언을 해드리겠습니다. 사례는 adlerkorea@naver.com으로 보내주시길 바랍니다.

 

[가톨릭평화신문, 2022년 3월 6일, 박예진(율리아, 한국아들러협회장)]



1,143 0

추천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