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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성] 가르멜 성인들의 생애와 영성67: 삼위일체의 복녀 엘리사벳의 생애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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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6-10-02 ㅣ No.842

[가르멜 성인들의 생애와 영성] (67) 삼위일체의 복녀 엘리사벳의 생애 ⑦


불치병의 고통, 십자가 희생 제물로 승화

 

 

- 불치의 병에 걸려 수녀원 병실에서 죽음을 앞두고 있는 엘리사벳.

 

 

애디슨병이라는 불치병에 걸리다

 

1905년 봄부터 엘리사벳은 자신에게 이 병이 있음을 알게 됩니다. 당시 엘리사벳은 자신에게 애디슨병과 관련된 징후가 나타나고 있음을 느꼈습니다. 애디슨병이란 1849년 영국 의사인 애디슨이 처음으로 발견해서 규명한 질병으로, 우리 몸의 콩팥 위에 있는 부신에 병이 생겨 여러 가지 호르몬 분비에 이상이 생김으로써 몸이 전체적으로 제 기능을 못 하게 되는 병입니다. 지금은 치료가 가능하지만, 100년 전 엘리사벳이 살던 시절에는 불치병 중 하나였습니다. 약 1년간 병을 앓던 엘리사벳은 이듬해 3월 병이 심해지자 수녀원 내 병실로 옮겨져 그때부터 임종할 때까지 약 9개월 동안 생의 마지막을 보내야 했습니다. 이 기간 엘리사벳은 병으로 인한 극심한 고통에 시달리며 그 고통을 통해 그리스도의 십자가 고통에 동참하려 했습니다. 당시 엘리사벳은 유순하면서도 단순한 마음으로 그 많은 고통을 감내했습니다.

 

 

‘영광의 찬미’라는 소명의 발견 

 

하지만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우기 시작한 1905년은 엘리사벳의 영성에 있어 중요한 시기이기도 했습니다. 그해 가을, 복녀는 사도 바오로의 서간들을 묵상하던 중에 “삼위일체 하느님의 영광을 찬미”하리라는 자신의 성소를 발견하는 깊은 영적 체험을 하게 됩니다. 이러한 발견은 그때 처음 이뤄진 것이라기보다 1904년부터 사도 바오로의 서간들을 읽고 묵상하면서부터 준비됐다고 할 수 있습니다. 복녀는 에페소 신자들에게 보낸 서간 1장 12절에 나오는 사도 바오로의 말씀 “하느님께서는 이미 그리스도께 희망을 둔 우리가 당신의 영광을 찬미하는 사람이 되게 하셨습니다”라는 구절이야말로 자신이 목숨을 다해 이뤄야 할 소명이라고 보았습니다. 이때부터 엘리사벳은 자신을 표현하는 새로운 이름으로 ‘영광의 찬미’라는 말을 본격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하느님의 영광’을 노래함

 

1906년 들어 병이 점차 악화되는 과정에서 엘리사벳은 예수 승천 대축일인 5월 25일, 십자가의 성 요한이 말한, 사랑의 충만함 속에서 영적 여정의 최고봉인 하느님과의 변모적 합일을 체험하게 됩니다. 그래서 「마지막 피정」 17번에서 복녀는 이렇게 당시 심경을 전하고 있습니다. “제 영혼은 ‘천상 예루살렘’을 고대하면서 제가 살아가는 하늘이므로 이 하늘 역시 영원하신 분, 오직 영원하신 하느님의 영광만을 노래해야 합니다.” 하느님의 영광을 노래하는 이 찬미가 속에서 엘리사벳은 교회 안에서 완수해야 할 자신의 소명을 발견했으며 동시에 모든 이를 그 소명으로 초대했습니다. 

 

1906년 7월 8일 엘리사벳은 소화 데레사에게 전구를 청한 다음 기적적으로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은혜를 받기도 했습니다. 복녀의 생애 중 마지막 몇 달간은 고통의 연속이었지만, 동시에 후대 신자들을 위해서는 은총의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복녀는 그 시기에 여러 가지 작품들을 썼는데, 복녀의 작품 중에 백미로 손꼽히는 작품들이 주로 이때 작성됐습니다. 「믿음 안에서 천국」, 「마지막 피정」, 「우리 성소의 위대함」, 「사랑받도록 당신을 내어 놓으십시오」.

 

 

“빛이요 사랑이요 생명이신 분께 나아갑니다”

 

가을로 접어들어 점차 병이 악화되면서 엘리사벳은 자신에게 신비적인 은총과 영적 현시가 동반된 감미로운 죽음과는 전혀 상관없는 아주 처절한 고통이 수반된 죽음이 닥칠 것을 예견합니다. 오히려 그런 절망스러운 상태에서 주님은 순수한 신앙 속에서 당신께 온전히 의탁하고 당신만을 희망하도록 초대하고 계시는 것이라 생각하며, 엘리사벳은 그 고통을 십자가처럼 끌어안고 죽어갔습니다. 복녀는 임종의 고통을 통해 그간 하느님과 합일했던 당시 자신의 영혼을 더욱더 순수하게 정화해 나갔습니다. 그리고 그런 자신의 심경을 임종하기 몇 달 전에 쓴 아주 가까운 지인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표현했습니다. 마지막 몇 달 동안 임종의 고통을 당하면서 엘리사벳은 자신을 예수님처럼 희생 제물로 봉헌하겠다는 마음을 더욱 굳혀갔다고 합니다.

 

엘리사벳은 1906년 10월 31일 마지막으로 병자성사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다음날인 11월 1일 모든 성인의 날 대축일에 공동체의 모든 수녀님께 그간 함께 살면서 범한 자신의 모든 부족함에 대해 용서를 청했습니다. 그리고 11월 7일 마지막으로 성체를 영하고 그로부터 이틀 후인 11월 9일 극심한 고통 속에서 임종을 맞이했습니다. 엘리사벳은 임종하면서 다음과 같은 마지막 말을 남겼다고 합니다. “저는 빛이요 사랑이요 생명이신 분께 나아갑니다.” 

 

이렇게 해서 엘리사벳은 26살이라는 젊은 나이에 애디슨병으로 임종했습니다. 그 후 1984년 11월 25일 시복됐으며 2016년 10월 16일 시성을 앞두고 있습니다.

 

[평화신문, 2016년 10월 2일, 윤주현 신부(대구가르멜수도원장, 대전가톨릭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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