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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ㅣ심리ㅣ상담

[상담] 아! 어쩌나: 백수 아들이 걱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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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7-10-28 ㅣ No.587

[홍성남 신부의 아! 어쩌나] (159) 백수 아들이 걱정입니다 (상)

 

 

Q. 제 아들은 29살입니다. 남들 같으면 한참 활동해야 하는 나이인데, 집에서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온종일 고민만 하고 삽니다. 어떤 때는 땅이 꺼져라 한숨을 쉬어서 “왜 그러느냐”고 물으면 과거의 안 좋은 일들이 떠올라 괴롭다는 것입니다.

 

또 어떤 때는 자기 앞날의 불행한 모습이 너무나 생생하게 보여서 힘들다고 하고요. 이렇게 하루종일 좋지 않은 생각 속에서 사는 아들을 위해서 무엇을 해줘야 할지 고민입니다.

 

 

A. 아드님 처지를 이해할듯합니다. 저 역시 저희 본당이 신문지상에서 보도된 바와 같이 뉴타운 재개발을 빙자한 투기꾼들과 사기꾼들이 넘보려고 하는 대상이 된 이래 몇 년 동안 아드님 이상으로 고민하고 심리적으로 힘들게 살고 있습니다.

 

매일 같이 불도저가 빈집들을 부수고 밤이면 누가 지르는지 방화를 하고 다녀서 저희 성당이 불에 탈까봐 밤에 제대로 잠을 못자면서 여러 가지 수많은 좋지 않은 생각으로 밤을 지새면서 몹시 앓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지금도 상황은 여전합니다만, 그렇게 힘들게 하루하루를 버티면서 마음이 무너져감을 느끼는 순간 몸에 병이 오더군요.

 

그래서 그때부터 제가 아는 모든 심리치료방법을 동원해서 제 마음이 무너지는 것을 막으려고 최선을 다했습니다. 이렇게 제 몸으로 임상실험을 한 결과 그 덕택에 어떤 심리치료방법이 현실적으로 도움이 되고 어떤 것이 효과가 없는 것인지 체득하게 됐습니다. 그리고 지금도 제 자신이 배운 심리치료방법을 스스로 사용하면서 다 무너진 동네에서 버티며 살고 있기에 제 경험이 아드님에게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심리적으로 힘겨운 사람들의 특징은 힘이 없거나 혹은 힘을 잃어가고 있다는 것이 공통점입니다. 즉, 심리적으로 환자가 돼간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왜 힘을 잃어가는지 심리적 힘을 다시 채우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 생각해봐야 합니다. 간혹 마음의 편안함을 구하면 된다고 하는 주장도 있는데 일견 맞기는 하지만 실제상황에서는 그리 도움이 되질 못합니다.

 

전장에서 싸우는 장수가 그저 자기마음의 편안함을 구하고자 하는 현실도피적 삶을 만들 수가 있기 때문입니다. 싸움 한번 안 하고 군복 자랑하는 철부지같이 될 수 있습니다. 심리치료의 목표는 힘입니다. 이렇게 중요한 내적 힘은 우리가 가진 생각과 아주 깊은 연관을 맺고 있습니다.

 

이미 수많은 심리치료사들이 말한 것처럼 사람을 힘들게 하는 것은 더 좋지 않은 상황 속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생각들, 병적 생각들이 문제입니다. 우선 과거의 좋지 않은 기억들이 문제입니다. 그때 내가 그래야 했어, 혹은 하필이면 그때 왜 그런 일이 내게 생긴 것일까 하는 등 과거형 생각들은 후회로 나타나 사람의 마음을 후벼팝니다. 소위 심하게 속앓이를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질책성 생각들은 가뜩이나 힘겨운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들 다리 힘이 빠지게 하는 병적 생각들입니다. 예를 들어 전쟁터에서 싸우는 장수를 불러다가 “너 왜 그렇게 밖에 못하는 것이야”라고 하면 그 장수의 마음이 어떻겠습니까? 곧바로 전의를 상실하겠지요.

 

그런데 이런 질책성 생각은 본인이 하는 것이 더 잔인한 결과를 낳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하는 소리에는 “당신들이 뭘 알아?” 하면서 화를 내고 자기방어를 할 수 있지만, 자책성 생각들은 거의 자학적 성향을 갖고 있어 스스로 방어하기보다는 그냥 자기를 죽이고 싶은 자살충동으로 이어집니다. 이처럼 과거 안 좋은 기억들은 사람 마음에 치명상을 입히기에 생각이 떠오르는 즉시 뿌리를 뽑아야 한다고 하는 것입니다.

 

또 다른 치명적 생각은 미래에 대한 생각입니다. 앞날에 대한 불길한 생각이 사람 마음을 흔들고 병들게 하고 심리적 폐인으로 만든다는 것입니다.

 

제 경우에는 과거보다 앞날에 대한 불안감이 더 컸는데, 저편에서 여러 가지 술수를 부리는 것에 당하면서 이러다가 큰일 나는 것 아닌가 혹은 내가 잘못해서 성당이 다 없어지는 것 아니냐 하는 소위 재수없는 생각들이 마치 현실처럼 떠올라 몹시 불안했습니다. 이렇게 좋지 않은 생각들은 사람 마음을 과거에서 미래로 질질 끌고다니면서 괴롭힙니다. 

 

잠을 못 자게 하고 밥을 못 먹게 하고 입이 타고 속이 쓰리고 아프게 합니다. 그리고 가장 안 좋은 것은 그 자리에서 떠나질 못하게 하는 것입니다. 마치 우울증 환자처럼 방구석에 틀어박혀 앞날의 안 좋은 일들에 대한 생각을 마치 영화보듯 보고 또 보는 증상에 빠져듭니다. 그래서 결국에는 신경증적 현상이 생기다가 마침내는 미치고 마는 것입니다.

 

또 어쩔 수없이 자기파괴적 삶을 살게 됩니다. 술을 마셔도 폭음을 하고, 자기 몸이 상하는 지도 모른 채 자신에게 도움이 안 되는 해소방법을 찾아 사용해 하루하루 자기 삶을 죽여가는 것입니다. 이런 사람들은 결국 심리적 폐인이 돼버립니다. [평화신문, 2012년 7월 8일, 홍성남 신부(한국가톨릭상담심리학회 1급 심리상담가, 그루터기영성심리상담센터 담당, cafe.daum.net/withdoban)]

 

 

[홍성남 신부의 아! 어쩌나] (160) 백수 아들이 걱정입니다 (하)

 

 

A. 이런 경우에는 어떻게 대응을 해야 할까요? 좋지 않은 생각은 사람을 죽이기도 하지만, 건강한 생각은 사람을 살리기도 합니다. 따라서 안 좋은 생각은 좋은 생각으로 물리쳐야 합니다.

 

우선 중요한 것은 과거 안 좋은 기억들을 떨쳐버리고 좋은 기억들만 떠올리고 그 안에서 쉬는 시간을 갖는 것입니다. 물론 올라오는 생각들을 떨치는 게 만만치 않은 일이지요. 그래서 제가 사용한 방법은 ‘사진 보기’입니다.

 

사진은 과거 좋은 추억들을 떠올리는 데 아주 큰 효과가 있습니다. 그래서 사진을 계속 들여다보노라면 나도 모르게 사진 속의 시간으로 들어가 심리적 안정감을 갖게 됩니다.

 

두 번째 방법은 앞날에 대한 낙관적 상상을 하는 것입니다. 사람 앞날은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일들입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앞날을 생각하다 숨이 막히고 죽을 것만 같은 기분에 빠질 때가 있습니다. 불길한 앞날을 줄곧 생각하다 보면 중추신경이 그것을 현실로 인식해 불길한 생각이 현실처럼 여겨지고 신체적으로 반응이 나타나는 것입니다.

 

제가 가장 힘들었던 것은 재개발을 겪으면서 거짓말과 선동, 사기로 주민을 속인 사람들과 몇 년을 상대하면서 무기력감을 느끼게 됐고, 그런 무기력감이 앞날에 대한 불길한 예측으로 이어져 숨을 쉬기가 어려울 정도로 힘들었습니다. 뜬눈으로 밤을 새운 적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이럴 때에도 심리적 처방은 비슷합니다. 지금 바로가 아닌 몇 년 후 제 모습과 모든 일이 다 해결된 이후의 모습을 상상해보는 것입니다. 사람의 마음은 불안감에 시달리면 그 마음의 눈이 자꾸 자기 발밑만 보려는 습성이 있는데, 그 눈을 들어 먼 앞날 소위 장밋빛 인생을 생각하게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아침이면 다 부서진 동네를 걸으면서 군대 시절 불렀던 군가를 부르곤 했습니다.

 

“눈 들어 눈을 들어 앞을 보면서 물도 맑고 산도 고운 이 강산 위해~♪”

 

이 노래를 부르면서 불안한 제 마음에 힘을 불어넣으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세 번째 방법은 현재에 감사하는 것입니다. 재개발 현장에서 심리적 괴로움을 겪기는 하지만 그런 상황이 꼭 안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것, 그런 상황 속에서 제가 얻는 것이 무엇인가 하는 것을 묵상하는 시간을 갖는 것입니다.

 

제 개인적인 경우 현장에서 벌어지는 역겹고 힘겨운 상황들이 저를 책상물림 상담가가 아닌 '현장 상담가'로 만들어주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난 몇 년간 제 마음 안에 온갖 소용돌이가 치고 그것이 안정돼 가면서 소위 현장 상담가로서 심리적 내공이 생기게 된 것이 소득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복마전보다 더한 이곳에서 제가 사는 의미를 찾을 수 있었고, 그 뒤부터 마음 안에 전의가 살아났습니다.

 

게다가 사회 문제에 제대로 눈 뜨게 된 것 역시 큰 소득입니다. 신문을 보면서도 남의 집 일인 양했는데 몸으로 겪다 보니 이제는 신문 지상에 난 기사들이 저의 일처럼 여겨지는 것입니다. 소위 사회에 대한 눈이 떠지고 누가 사기꾼이고 누가 진솔한 사람들인지 식별하는 눈을 갖게 된 것은 소득입니다.

 

이렇게 현장에서 힘겨운 삶이 유약하고 우유부단하던 저를 변화시켰다는 것을 인식하면서 마음이 과거와 미래로 도망하지 않고 제자리에 머무는 경험을 했습니다. 물론 이 세 가지 방법이 만능은 아니고 또 세 가지 방법 중 어느 것이 더 좋은가를 따져서도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과거 좋았던 것에만 머물려고 하면 심리적으로 퇴행해서 무력한 삶을 살게 되고, 미래의 좋은 일들만 생각하고 살려고 하면 마치 마약환자들처럼 현실감이 떨어진 삶을 살게 됩니다. 그렇다고 지나치게 현재에 감사하면 사는 것 역시 사람의 힘겨움을 무시한 삶을 살게 해 나중에 또 다른 신경증적 심리적 부작용을 낳게 됩니다.

 

따라서 가장 좋은 것은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과거 미래 현재 시점의 치료 방법을 사용하는 것과 한가지 방법으로 너무 오래 사용하지 않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권유하고 싶은 방법은 성경구절을 써서 늘 간직하고 다니다가 마음이 힘들 때 꺼내 묵상하는 방법입니다. 옛날 유다인들은 성경구절을 귀중하게 간직하고 다녔다고 하는데, 단순히 보관하는 차원이 아닌 수시로 자기 심리치료를 위한 것이었습니다. 이 방법은 마음이 불안한 사람들에게는 상당히 도움이 됩니다. 특히 아드님에게는 마태오 복음 말씀을 권합니다.

 

“그러므로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목숨을 부지하려고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마실까, 또 몸을 보호하려고 무엇을 입을까 걱정하지 마라. (…) 하늘의 새들을 눈여겨보아라. 그것들은 씨를 뿌리지도 않고 거두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곳간에 모아들이지 도 않는다. 그러나 하늘의 너희 아버지께서는 그것들을 먹여 주신다. 너희는 그것들보다 더 귀하지 않으냐? (…) 그러므로 내일을 걱정하지 마라. 내일 걱정은 내일이 할 것이다. 그날 고생은 그날로 충분하다”(마태 6,25-34). [평화신문, 2012년 7월 15일, 홍성남 신부(한국가톨릭상담심리학회 1급 심리상담가, 그루터기영성심리상담센터 담당, cafe.daum.net/withdob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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