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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 상담이 필요한 시대: 교회 내 상담 시설 기관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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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3-02-03 ㅣ No.161

[상담이 필요한 시대] 교회 내 상담 시설 · 기관 소개

삶 잡아주는 ‘최후의 끈’ 상담 시설 … 적극 활용해야


■ 아픔을 지니고 사는 사람들

중년의 평범한 주부인 L(47)씨는 지금도 그 기억을 떠올리면 가슴이 벌렁거리며 눈물부터 솟곤 한다. 같은 구역에서 활동하며 친자매 이상으로 허물없이 지내오던 K씨의 자살이 자신의 탓이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고 있다.

“할 말이 있는 듯 망설이는 모습이었는데…, 먼저 말이라도 붙여볼 걸…. 두고두고 후회가 돼요.”

L씨처럼 자살로 가족이나 친구 등 가까운 사람을 잃은 ‘자살 생존자(Suicide Survivor)’는 2차 자살의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일반인보다 훨씬 높다. 한 사람의 자살은 주변인 8명에게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이제 L씨가 도움을 받아야 할 처지에 놓여있는 것이다.

서울지역 대형종합병원 간호사로 일하는 H(38)씨는 정신과 상담을 받고 있다. 그의 이런 속사정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남편은 물론이고 터놓고 지내는 여동생도 모르는 일이다. 평소 임상 현장에서 봐오던 사례에 자신이 해당된다는 사실에 내심 놀라기도 했지만, 그래서 더욱 상담이 필요하다는 걸 느꼈다.

H씨는 몇 차례 병원을 오가며 주위에 자신처럼 우울증을 앓는 이들이 의외로 많다는 사실에 또 한 번 놀랐다.

최근 서울의 한 아파트에서 모 시중은행 간부 C(53)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겉으로 보기에 남 부러울 것 없을 것 같았던 C씨는 최근 인사에서 대기발령을 받게 되자 술을 마시며 홀로 괴로워하다 이를 비관해 세상을 등진 것으로 알려졌다.


■ 상담이 필요한 시대

위기의 시대다. 대부분의 연령대에서 사망원인으로 자살이 1, 2위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한창 꿈을 키워가야 할 10∼20대의 사망원인으로 자살이 1위를 기록하는 믿기 힘든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30대 연령에서도 자살이 교통사고나 암을 제치고 사망원인 1위를 기록하고 있다. 40∼50대에서는 자살이 암에 이어 2위다. 지병으로 목숨을 잃는 것과는 대조적인 현상이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다. 사회생활을 활발히 하며 가정과 사회의 중추적인 역할을 해야할 세대들이 ‘안타까운 선택’으로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자살하는 이들이 대개 복합적인 이유로 극단적인 선택에 이르기 때문에 원인을 한가지로만 지목해서는 곤란하다고 강조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살 이유를 살펴보면 ‘경제적인 문제’를 빼놓고 얘기할 수 없다는 것이 공통된 의견이다.

자살예방협회 하규섭 회장(서울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은 “과거 데이터를 봐도 경제적 여건이 자살률에 영향을 미치는 경향이 적지 않다. 외환위기를 겪을 당시 자살률은 50% 가량 증가했고, 카드대란이 있었을 때도 자살률이 급등했다”면서 “특히 가정 경제를 책임져야 하는 30~50대는 사회·경제적 스트레스 요인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1997년 IMF 외환위기를 전후해 대학생이 된 30대 중반은 대학 입학 이후 취업에 이르는 내내 불안과 경쟁 속에서 지낸 세대라고 할 수 있다. 결혼 연령기에 들어서는 ‘하우스 푸어’, ‘허니문 푸어’, ‘베이비 푸어’ 등으로 경제적 어려움에서 오는 정신적, 심리적 고통도 적지 않게 겪었다.

경제적 요인과 더불어 우울과 고독 등 정신적 문제들도 극단적인 선택으로 몰고 가는 또 다른 요소가 되고 있다.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간 40대 남성의 자살 원인으로는 경제적·정신적 문제가 꾸준히 1·2위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꽃동네대학교 이태수 교수(사회복지학)는 “우리나라는 경제활동을 하다가 실패를 겪었을 때 나락에서 헤어나기가 쉽지 않아 절망감에 빠지기 쉬운 구조”라면서 “아무리 열심히 살아도 희망이 보이지 않을 때 사람들은 삶을 포기하는 극단으로 치닫게 된다”고 말했다.

특히 경제적 어려움에 겹쳐 주변과의 소통 부재와 상실감이 지속되면 우울증에 빠져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 쉽다.

이 교수는 “정신적으로 힘든 상황에 빠지면 상담소 등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데 아직 우리 사회에서는 이를 꺼리는 분위기가 남아있다”며 “인식 전환과 더불어 좀 더 세심한 사목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상담은 사랑의 끈

교회는 신자들이 겪는 아픔에 함께하기 위해 다양한 상담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아울러 현장을 중심으로 다양한 상담기법이 도입되면서 그늘진 곳에서 육체적·정신적으로 고통 받고 있는 이들을 보듬어 안으며 든든한 동반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단국대 김병석 교수(특수교육학과)는 “상담은 어려움에 처한 이들을 잡아줄 ‘최후의 끈’ 역할을 하지만 이에 대한 가치가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개인을 지지할 수 있는 시스템이 우리 사회에 구축될 때까지 상담을 통해 개인을 존중하고 보살피는 기능을 더 강화해 나갈 필요성이 있다”고 밝혔다.

서울대교구 한마음한몸운동본부 자살예방센터 정기옥(율리아나) 상담사는 “자녀 문제 등 가정에서 비롯되는 문제뿐 아니라, 경제적 어려움에 따른 사회적 소외감을 토로하는 상담이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면서 “상담을 요청하는 사람들은 공통적으로 자신의 말을 들어줄 곳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위안을 얻는 경우가 많다”며 보다 적극적인 상담 활동의 필요성을 제안했다.


- 교회 내 상담 시설 · 기관 / 프로그램
 
[가톨릭신문, 2013년 2월 3일, 서상덕 기자, 박지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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