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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사목] 신앙으로 현대문화읽기: TV - 90년대 신드롬과 과거, 현재,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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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5-01-19 ㅣ No.787

[신앙으로 현대 문화 읽기] TV


90년대 신드롬과 과거, 현재, 미래



MBC ‘무한도전: 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 한 장면.


1990년대 TV쇼와 주인공들을 현재의 무대에 되돌려 세운 ‘무한도전: 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약칭 ‘토토가’, MBC)가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무한도전’이 방송사의 간판 프로그램이었기에 기획 초기부터 주목받았고, 90년대 스타들도 자신들의 황금기를 가능케 해준 팬들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 그 결과, 발표된 지 20년이 가까운 노래들이 인기가요 순위를 점령하는 기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태양 아래 새로운 것이란 없다”(코헬 1,9-10)는 말은 ‘토토가’에도 유효하다. 90년대 신드롬의 길을 닦은 것은 현 30대의 청(소)년기 추억담에 90년대 인기가요를 접목시킨 ‘응답하라’(tvN) 시리즈, 90년대 댄스음악을 다룬 ‘유희열의 스케치북: 청춘나이트’(KBS2) 시리즈가 먼저였다. 약 10년 전에는 1970년대 포크 음악과 1980년대 초 대학가요제 입상곡 위주의 7080 열풍이 있었다.

7080 열풍과 90년대 신드롬은 가정과 사회에서 가장 왕성하게 활동하는 30, 40대가 청년기를 반추하는 정서가 대중가요와 방송을 매개로 체계화, 상품화된 결과물이다.

지난 시절의 명곡을 들으며 대중은 노래에 얽힌 삶의 단면을 회상하고, 서툴고 어설펐던 과거의 내가 현재의 나를 만들었음을 실감한다. 이러한 반응은 봉헌생활의 해 개막 서한에 제시된 ‘과거를 감사로 바라보기’와 상통하는 면이 있다.

90년대 대중문화를 매개로 한 회고담이 ‘현재를 열정으로 살아가기’와 ‘미래를 희망으로 끌어안기’로 승화될 수 있을까. 과거를 조명하는 것은 현재보다 부담이 덜하다. 모든 것이 유동적인 현재에 비해 과거는 이미 완결된 소재이고, 시간의 흐름과 더불어 희소가치를 얻는다.

‘토토가’에서 보듯이 약 20년의 시차만큼 발전된 기획력과 연출, 출연자들의 연륜은 과거의 풍경을 실제보다 미화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과거의 영광에만 환호하다 보면 현재의 모순과 가능성을 바라볼 수 없다.

90년대 젊은이들이 장래에 대한 걱정 없이 대중문화를 생산-향유했음을 인정한다면, 오늘의 기성세대는 젊은이들을 압박하는 취업을 위한 끝없는 스펙 쌓기와 등록금 부담, 청년문화의 빈곤을 문제 삼아야 한다.

90년대 젊은이들이 시행착오를 거쳐 성장했다면, 90년대생 젊은이들도 실수하고 실패하며 성장할 자유를 누려야 한다. 지금 전설로 추앙받는 90년대 스타들도 당대에는 가벼운 음악만 하는 기획사 상품으로 치부됐음을 기억한다면, 어른들의 눈높이에 차지 않는 오늘의 젊은이들에게도 미래의 희망을 걸 수 있다.

21세기의 대중 정서를 지배하는 청년기에 대한 향수가 문화상품 소비와 퇴행에 그치지 않으려면, 과거의 시행착오와 상처에 대한 반성, 과거의 결과인 현재에 대한 통찰, 희망찬 미래를 위한 과제 찾기가 수반돼야 할 것이다.

* 김은영(TV칼럼니스트) -
한국천주교주교회의 경향잡지 기자를 거쳐 미디어부에서 언론홍보를 담당한다. 2008년 <매거진T> 비평 공모전에 당선된 뒤 <무비위크>, <10아시아> 등에 TV 비평을 썼고, 2011년에 단행본 <예능은 힘이 세다>를 냈다.

[가톨릭신문, 2015년 1월 18일,
김은영(TV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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