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7일 (금)
(백) 부활 제7주간 금요일 내 어린양들을 돌보아라. 내 양들을 돌보아라.

영성ㅣ기도ㅣ신앙

[기도] 위대한 신앙의 신비, 기도23-24: 기도의 형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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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6-11-12 ㅣ No.850

[위대한 신앙의 신비, 기도] (23) 기도의 형태(「가톨릭 교회 교리서」 2700~2724항)


기도의 두 가지 방법

 

 

소리 기도(2700~2704항)

 

기도는 마음속으로 바치는 말이나 입으로 하는 말을 통해서 구체화됩니다. 이를 ‘소리 기도’라고 합니다. 소리 기도에서 중요한 것은 말이 아니라 마음입니다. 언변이 뛰어나 ‘황금 입’이라는 별명이 붙은 요한 크리소스토모 성인은 “우리의 기도가 받아들여지는 것은 말을 많이 하는 데 달린 것이 아니라 우리의 열성에 달린 것이다”라며 마음을 쏟는 정성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소리 기도는 그리스도 신자 생활에 필수적인 요소입니다. 침묵 중에 기도하시는 예수님 모습에 끌린 제자들이 기도하는 법을 가르쳐 달라고 청하자 예수님께서는 소리 기도인 ‘주님의 기도’를 가르쳐 주셨습니다. 

 

우리는 육체와 정신으로 이루어져 있어서 우리의 감정을 외적으로 표현해야 할 필요성을 느낍니다. 소리 기도는 여기에 부합하는 기도입니다. 우리의 청원에 가능한 모든 힘을 부여할 수 있도록, 우리는 온몸으로 기도해야 합니다. 이는 또한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바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영과 진리 안에서 예배하는 사람, 곧 영혼의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살아 있는 기도를 드리는 사람을 찾으십니다”(2703항). 

 

소리 기도는 외적이고 지극히 인간적인 기도이기에, “가장 훌륭한 일반 대중의 기도”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대중의 기도라고 해서 무시해서는 안 됩니다. 교리서는 이렇게 밝힙니다. “기도는 우리가 말씀드리는 그분을 의식하면 할수록, 내적인 것이 된다. 이리하여 소리 기도는 관상 기도의 최초 형태가 되는 것이다”(2704항).

 

 

묵상(2705~2708항)

 

묵상은 “탐색”입니다. 주님께서 요구하시는 일을 받아들이고 실천에 옮기기 위해서 우리는 그리스도 신자로서의 삶을 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이해하고자 애씁니다. 이렇게 탐색하는 일, 곧 묵상은 주의력을 집중해야 하므로 결코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묵상할 때는 도움을 받습니다. 주로 성경, 특히 복음서, 성화상, 그날의 전례문, 신심 영성 서적들을 통해 묵상거리를 찾지요. 하지만 책만이 아니라 주변의 모든 것이 묵상의 소재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것들은 묵상의 한 축을 이룰 뿐입니다. 다른 한 축이 필요합니다. 삶이 그것입니다. 묵상의 핵심은 생각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생각에서 현실로 옮아가도록 하는 데 있기 때문입니다. 교리서는 이렇게 설명합니다. “겸손과 신앙의 정도에 따라, 우리는 묵상 중에 마음을 움직이는 감동을 발견하게 되고, 그것을 식별할 수 있게 된다. 빛에 이르기 위해서는 어떻게 진리를 실천하느냐가 문제이다. ‘주님, 제가 무엇을 하기를 원하십니까?’”(2706항). 

 

묵상의 방법은 다양합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어떤 방법을 사용하느냐가 아니라 “성령의 도움으로, 기도를 위한 유일한 길, 곧 예수 그리스도께 나아가는 것”입니다(2707항). 

 

또 묵상에는 사고력과 상상력, 감정과 의욕 등이 모두 동원됩니다. 이러한 것들은 신앙의 확신을 깊게 하고 마음의 회개를 불러일으키며 그리스도를 따르고자 하는 의지를 강화하는 데에 필요합니다. 

 

성경을 읽고 묵상하는 ‘거룩한 독서’나 신자들이 즐겨 바치는 ‘묵주기도’는 그리스도의 신비를 묵상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됩니다. 이런 묵상 기도를 통해서 그리스도인은 예수님의 사랑을 깨닫고 그분과 결합하기 위해 더 앞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평화신문, 2016년 11월 13일, 이창훈 기자]

 

 

[위대한 신앙의 신비 기도] (24) 기도의 형태(「가톨릭 교회 교리서」 2700~2724항)


침묵 속에 바치는 사랑의 기도

 

 

관상 기도(2709~2719항)

 

16세기 가르멜회의 대 데레사 성녀(예수의 성녀 데레사)는 관상 기도란 “우리를 사랑하시는 그 하느님과 자주 단둘이 지냄으로써 친밀한 우정의 관계를 맺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관상 기도는 내 영혼이 “예수님을 찾고 또 예수님 안에서 하느님 아버지를 찾는 것”(2709항)입니다. 관상 기도 중에도 묵상할 수 있지만, 우리의 시선은 언제나 주님께 고정되어 있습니다.

 

관상 기도를 하려면 먼저 주님을 위해 시간을 내야 합니다. 그 시간 동안에는 어떤 시련이 따르더라도, 또 아무리 마음이 무미건조하게 느껴지더라도 도중에 그만두지 않겠다는 굳은 결심을 해야 합니다. 그런 다음 ⓐ 마음을 모으고 ⓑ 성령께서 움직여 주시도록 우리의 전 존재를 집중시키며 ⓒ 주님께서 머무시는 거처인 우리 자신 안에 머물고 ⓓ 우리를 기다리시는 주님의 현존을 깊이 인식하면서 ⓔ 우리의 가면을 벗어 버리고 우리를 사랑하시는 주님께 우리의 마음을 향하게 하고 ⓕ 우리 자신을 정화되고 변화되어야 할 제물로 그분께 맡겨 드립니다.

 

이렇게 바치는 관상 기도는 “하느님 자녀의 기도”입니다. 또 “하느님께 받은 사랑을 받아들이기로 동의하고 더욱 사랑하여 그 사랑에 응답하기를 바라는 용서받은 죄인의 기도”입니다. 관상 기도는 “하느님께서 사랑하시는 아드님과 더욱 깊이 일치함으로써, 사랑하시는 성부의 뜻에 겸손하고 빈 마음으로 승복하는 것”(2712항)입니다.

 

관상 기도는 “기도의 신비를 가장 단순하게 표현하는 것”으로 겸손하고 빈 마음을 가져야만 받을 수 있는 선물이자 은총입니다. 우리 존재의 깊은 곳에서 이루어지는 관상 기도는 “성삼위 하느님께서 하느님의 모습인 인간을 당신과 닮게 하시는 친교”(2713항)입니다. 관상 기도를 하는 시간은 기도 생활에서 가장 알찬 시간입니다. 관상 기도 안에서 성부께서는 성령을 통해 우리의 힘을 돋우어 내적 인간으로 굳세게 해 주시기 때문입니다.

 

“저는 그분을 보고, 그분은 저를 보고 계십니다.” 요한 마리아 비안네 성인이 아르스의 본당 신부로 있을 때 감실 앞에서 기도하던 농부가 한 이 말은 관상 기도를 잘 설명해 줍니다. “예수님의 눈길은 사람의 마음을 정화시켜 줍니다. 예수님께서 보내시는 시선은 우리 마음의 눈을 밝혀 줍니다”(2715항).

 

관상 기도는 또한 하느님의 말씀을 경청하는 것입니다. 마치 어린이가 부모를 사랑하여 따르는 것처럼, 마리아께서 아들을 낳으리라는 천사의 전갈에 “그대로 이루어지소서(Fiat)” 하고 응답하신 것처럼 그렇게 응답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관상 기도는 말이 아니라 침묵입니다. 침묵 속에서 바치는 사랑의 기도입니다. 때로는 관상 기도 안에서 하느님이 계시지 않은 것 같은 ‘신앙의 어두운 밤’을 겪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럴 때에 그 기도는 “많은 사람에게 생명을 가져다주는 사랑의 일치를 이루는 기도가 된다”(2719항)고 교리서는 설명합니다. 이때 중요한 것은 그분과 함께 깨어 있겠다고 동의하는 것입니다.

 

교리서는 관상 기도를 이렇게 요약, 정리합니다. “관상 기도는 기도의 신비를 단순하게 나타내는 기도이다. 관상 기도는 예수님께 신앙의 눈길을 고정시켜 하느님의 말씀을 경청하고, 말없이 우리 사랑을 나타내는 기도이다. 관상 기도를 통해 우리가 그리스도의 신비에 참여하는 만큼, 그리스도의 기도와 합쳐지게 된다”(2724항). [평화신문, 2016년 11월 20일, 이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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