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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해성사] 사제의 직무와 생활 지침: 사제와 고해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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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9-08-21 ㅣ No.152

[문헌 풀어 읽기] 사제의 직무와 생활 지침


사제와 고해성사

 

 

요한 바오로 2세는 1992년 “현대의 사제 양성”이라는 교황권고를 통해 급변하는 현대에 맞는 새로운 복음화를 위해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정신과 그 정신을 실현하려는 수차례의 세계주교대의원회의(시노드), 특히 1990년의 시노드에서의 요청으로, 발전하는 평신도 사도직을 돕고 지도할 새로운 사제 양성의 길을 열었다. 이러한 교황권고를 바탕으로 교황청 성직자성은 시노드의 제안들과 1993년 성직자성 제6차 정기총회의 결의사항, 그리고 신학자와 교회법 학자들, 그리고 사목현장의 전문가들의 의견들을 검토하여 구체적인 “사제의 직무와 생활 지침”(이하 지침서)을 마련하였고, 1994년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의 승인을 얻어 같은 해 성목요일에 공식적으로 발표하였다. 이 지침은 교회의 교도권이 이미 천명해 온 내용을 단순히 되풀이하기보다는 새로운 복음화의 임무가 사제들에게 제기하는 교리와 규율, 사목의 주요 문제들에 대답하고자 삼위일체 하느님과 교회 안에서 사제의 신원과 친교, 사제의 영성, 계속 교육 등을 강조한다.

 

 

고해성사의 중요성

 

필자는 짧은 지면을 통해 지침서의 여러 내용 가운데서도 ‘제2장 사제의 영성’ 중 ‘고해성사’에 대해서 경험을 토대로 말씀드리고자 한다. 이 부분을 중요하게 본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무엇보다 나는 고해성사의 은혜로 신부가 되었다. 부제가 되기 직전, 아직 어린 두 남동생만을 둔 나에게 큰 시련이 닥쳤다. 6월에 어머니가 하늘나라로 가시고, 아버지는 오래 전부터 병중에 계셨다. 아버지를 간호할 사람도, 동생들을 돌볼 누구도 없는데다, 사제가 되기에 부족함을 느끼고 있던 나는 부제서품 전 대피정에서 영적지도 신부님께 총고해를 하고 내 성소를 판단해 달라고 간청했다. 영적지도 신부님은 나의 총고해를 진지하게 들으시고 나서, 사제성소의 길을 계속해서 가라고 당부하셨다. 나 스스로 성소를 판단하지 못하고 있을 때, 총고해와 영적지도 신부님을 통해서 주님은 내가 가야 할 길을 분명히 알려주셨다.

 

둘째, 베네딕토 16세 교황님이 올해 6월 19일(예수 성심 대축일, 사제성화의 날) 부터 내년 6월 19일까지를 특별히 ‘사제의 해’로 정하신 중대한 이유는, 사목적 열성과 고해성사로 모범이 되는 성 요한 마리아 비안네 신부님의 선종(8월 4일) 150주년을 맞이하면서 하느님 백성 전체가 사제직의 중요성을 재발견하고 사제들의 내적 쇄신을 바라시기 때문이다.

 

셋째, 현대인들은 죄에 대한 인식이 약하여 고해성사의 신비와 가치를 잘 이해하지 못하고 무거운 짐으로만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51항 참조).

 

넷째, 신학생이나 젊은 사제들도 현 시대의 자식이기에, 하느님 앞에 죄인으로서 자신이 고해성사의 은혜를 필요로 한다는 것을 깊이 깨닫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그 결과로 자신이 영혼에 상처를 입은 신자들을 치유하여 하느님과 화해시키고 이웃과도 화해하게 하는 그리스도의 제자요 봉사자라는 귀중한 사실을 잠시 잊어버리고, 어떤 때엔 고해성사를 베푸는 것을 ‘다른 할 일도 많은데…’ 하면서 귀찮은 짐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52항 참조).

 

다섯째, 신자들뿐 아니라 사제들도 고해 비밀의 중요성을 재인식할 필요가 있고, 고해소는 영혼의 치유의 장소이지 변명하거나 야단치는 장소가 아니라는 사실을 상기해야 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오랫동안 냉담하거나, 죄 때문에 양심의 가책에 짓눌린 신자들의 경우, 인내하고 경청하면서 고해성사를 편안하게 보도록 도와주었을 때, 그들이 평온한 마음으로 새 생활을 시작하는 것을 보고 사제로서 큰 보람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보좌신부 때의 경험

 

필자는 1983년 2월에 사제품을 받고, 부산 범일성당의 장병룡 신부님의 보좌로 2년간 생활하였다. 장 신부님은 ‘호랑이’로 알려졌지만, 내가 보좌로 갔을 때는 60대 후반이셨고 엄한 폼(?)은 남았지만 열심히 사목하시고 자상한 분이셨다. 성전에서 항상 성무일도를 바치시고 묵주기도를 바치시던 그 모습이 지금도 눈에 훤하다. 어느 날 보좌였던 내가 본당신부님께 고해성사를 보았다. 신부님이 거절하지 않으시고 성사를 주신 것까지는 좋았는데, 이어서 당신이 아직 새까맣게 젊은 보좌에게 고해성사를 보시겠다는 것이었다! 나는 순간 숨이 턱 막혔지만, 겨우 본당신부님의 고해를 듣고 성사를 베풀었다.

 

이때부터 본당 신부님과 나 사이는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처럼 편한 사이가 되었다. 지금은 94세로 힘이 없으시지만, 누가 고해성사를 달라고 해도 거절하지 않으신다. 어떤 때는 장 신부님이 나의 이런 상태를 아시면 마음 아파하실 텐데 하는 걱정(?)을 하지만, 매번 장 신부님은 아주 편안하게 성사를 주신다. 장 신부님은 요한 비안네 성인을 많이 닮으셨다. 나도 부족하지만 장 신부님의 보좌 출신답게(!) 고해성사만큼은 언제 어느 때 찾아오는 누구에게든지 편하게 주고 싶다.

 

 

죄의 용서와 고해 비밀

 

혼인 당사자가 서로 계약을 맺는 혼인성사는 예외로 하고, 다른 모든 성사가 그렇듯이, 고해성사도 예수님이 사실상의 집전자이시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당신 대리자인 고해사제를 통해 죄인의 고백을 듣고, 죄사함을 베푸신다. 고해소에서 사제는 예수 그리스도의 대리자일 뿐이다. 구약에서부터 하느님은 계약을 깨트리고 죄를 지은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너희 죄가 진홍빛 같아도 눈같이 희어지고 다홍같이 붉어도 양털같이 되리라.”(이사 1,18) 하셨고, 또 “나는 그들의 허물을 용서하고, 그들의 죄를 더 이상 기억하지 않겠다.”(예레 31,34)고 하셨다. 신약에 와서는 바오로 사도의 말씀대로 “하느님께서는 죄를 모르시는 그리스도를 우리를 위하여 죄로 만드시어, 우리가 그리스도 안에서 하느님의 의로움이 되게”(2코린 5,21 참조) 하셨다. 그러한 예수님은 “하루에도 일곱 번 죄를 짓고 일곱 번 돌아와 ‘회개합니다’ 하면, 용서해 주어야 한다.”(루카 17,4; 마태 18,21-22 참조) 하시면서 사실상 죄인에 대한 무한한 용서를 가르치셨다. 이러한 그리스도의 대리자일 뿐인 사제가 고백자와 그의 죄에 대한 비밀을 철저히 지켜야 함은 당연한 것이고 잘 지켜져 왔다. 또 사제로서 살아보니 어떠한 죄고백도 쉽게 잊어버리는 은총도 주시는 것을 느낀다.

 

 

사제들의 영성모임을 이용한 나의 고해성사

 

신자들에겐 고해성사를 강조하면서, 나 자신은 고해성사를 보지 않는다면 위선자일 뿐이다. 그런데 실상 신자들만큼이나 사제들도 애써 노력하지 않으면 고해성사를 보기가 쉽지만은 않다(53항 참조). 다행이 나는 다달이 포콜라레 사제들의 영성모임에 나가면서 형제 사제들과 더불어 영성공부도 하고 친교도 나누면서, 동시에 매번 고해성사를 보고 온다. 항상 부족하고 작심삼일이 되는 경우도 있지만, 매월 이러한 사제들의 모임과 고해성사를 통해 주님의 무한한 자비와 은총을 느낄 수가 있고, 새롭게 시작할 수가 있어서 감사드린다.

 

사제들이 다양한 영성모임을 통해 자신을 쇄신하고자 노력하고 있음을 볼 때, 우리 교회는 희망적이다. ‘사제의 해’가 우리 모두에게 고해성사를 통한 쇄신의 은총이 충만한 한 해가 되길 바란다.

 

* 김영호 치릴로 - 부산교구 신부. 교황청 라테라노 대학에서 기초신학을 공부하였으며, 울산 우정성당 주임, 부산 가톨릭 대학교 신학대학 교수를 거쳐 현재 이기대성당 주임으로 있다.

 

[경향잡지, 2009년 8월호, 김영호 치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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