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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미술ㅣ교회건축

성 김대건 신부님 탄생 200주년 희년 수원교구 지정 순례지 탐방: 조원동주교좌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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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1-04-19 ㅣ No.791

[성 김대건 신부님 탄생 200주년 희년 교구 지정 순례지 탐방] (2) 조원동주교좌성당


교구민 모두의 어머니와 같은 포근한 성당

 

 

- 상공에서 본 조원동주교좌성당 전경. 성당 건물(왼편)과 교육관 건물(오른편)이 보인다. 조원동본당 제공.

 

 

1976년 6월 28일 수원시 조원동 675번지에서는 조원동성당 기공식이 거행됐다. 당시 수원교구 내에서 가장 큰 규모의 성당이면서 주교좌성당이 새롭게 건립되는 자리였다.

 

고(故) 김남수 주교는 강론을 통해 신자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을 호소했다. “이 성당은 수원교구 전 신자들의 마음의 중심이요, 외교인들에게는 살아있는 교회의 표지가 될 것입니다. 성당 건축은 교구에게 어려운 역사이나 전 신자들이 힘을 합하면 쉽게 이루어지리라 믿습니다.” 이날 성당은 교구 주보인 ‘평화의 모후’이신 성모마리아께 봉헌됐다.

 

교구는 1974년 11월 21일 고등동주교좌성당에서 봉헌된 제2대 교구장 김남수 주교의 서품식과 착좌식을 통해 더 큰 주교좌성당이 필요함을 인식했다. 평신도만 2000여 명 정도 모였으나 500~600명 정도만 성당에 들어갈 수 있었다. 입장하지 못한 이들은 입구나 밖에 서 있어야 했다.

 

이때 상황은 ‘가톨릭신문 수원교구’에 게재된 ‘제2대 교구장 김남수 주교의 회고록’(2011년 5월 8일자)에서도 드러난다. 김 주교는 “서품을 받는데 분심이 들었다”며 “성인 호칭 기도할 때 엎드려 ‘주교좌성당이 너무 작아서 안 되겠다. 좀 더 큰 것으로 지어야겠다’는 생각만 했다”고 토로했다. “엎드려서 성당 한 채를 다 지었다”는 말에서 절실함이 배어 나온다.

 

교구는 사제서품식이나 주요 행사를 위한 주교좌성당 필요성에 공감대를 모으고 참사회를 통해 차성화(수산나, 1900~1980)씨가 기증한 1만4390㎡의 조원동 부지에 새 주교좌성당 건축을 결정했다. 신축위원회 구성은 김남수 주교 착좌 일주일만인 그해 11월 28일 열렸다.

 

건축은 김남수 주교가 직접 관리했고 비서실장 신부가 총감독을 담당했다. 건축 기금은 초본당적인 모금으로 조성됐다. 그만큼 교구민 전체가 마음을 모은 사업이었다.

 

성당은 기공식 이후 10개월여 만에 완공돼 1977년 5월 18일 주한 교황대사 도세나 대주교 주례로 축성미사가 봉헌됐다. 조원동주교좌성당은 공적으로 주교좌성당의 권위와 기능을 갖게 됐다.

 

제대 벽면 부활하신 예수상과 칠성사를 표현한 모자이크.

 

 

성당의 베이지색 외관은 전체적으로 안온하고 담백한 인상이면서 수수하다. 미니멀리즘의 느낌이다. 내부에 들어서면 제대 벽면 부활하신 예수상이 시야에 들어온다. 예수상 뒤로는 칠성사를 상징하는 유리 모자이크가 강렬한 색채로 펼쳐진다. 부활의 기운이 더 북돋워지는 듯하다.

 

본당은 1998년 1월 예수상을 중심으로 한 모자이크 공사에 착수했다. 유리에 복합 재료를 혼합해 만든 이 모자이크는 예수상 위에 삼위일체를, 좌우로는 칠성사를 형상화한 이미지를 표현했다. 오른쪽 상단부터 시계 방향으로 고해 성품 병자 성체 혼인 견진 세례성사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성전의 전체적인 공간은 오른쪽이 솟은 사선 모양이다. 스테인드글라스와 창문이 오른쪽 벽면에 설치돼 외부로부터 들어오는 빛을 받아들인다. 신약과 구약의 주요 장면들과 본당 주보인 평화의 모후를 드러낸 스테인드글라스는 명료한 원색의 색감 속에 창세기에서부터 성령강림까지의 구원 메시지를 영롱한 빛으로 발한다.

 

감실 옆에는 김대건 성인상이 모셔져 있다. 짙은 하늘색 한복 두루마기에 갓을 쓴 성인은 청년의 모습이다. 본당은 성인의 등골뼈와 성 앵베르 범 주교의 모발을 안치하고 있다.

 

조원동주교좌본당은 교구민에게 어머니와 같은 역할로 기억된다. 북수동본당에서 분할돼 넓은 지역을 관할하다가, 수원 북부가 도시화되면서 4개 본당을 분가시켰다. 주교좌정자동본당도 그중 하나다. 전임 수원교구장 최덕기 주교는 「천주교 조원동 성당 25주년사」에서 “마치 어머니가 딸을 시집보내듯이 한 살림씩 나누어 분당시켰다”고 했다.

 

2019년 본당 숙원 사업이었던 성당과 교육관의 대수선 공사를 마무리한 본당은 2026년 설립 50주년을 앞두고 기념사업 계획에 돌입했다. 2022년 50주년 준비위원회 결성 및 홍보 작업을 시작으로 ▲ 성찰과 화해의 해(2023년) ▲ 쇄신과 다짐의 해(2024년) ▲ 감사와 나눔의 해(2025년)를 통해 단계적인 준비를 밟아간다. 2026년은 ‘주님의 은혜로운 해’(루카 4,19), 본당 희년으로 지낼 계획이다.

 

양형권 신부는 “희년을 살며 본당 공동체는 김대건 신부님이 보여 주신 사제적 열정과 사목적 헌신을 깊이 묵상하고 신앙 쇄신을 이루는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며 “그리스도인으로서 선행에 열중하며 선교와 봉사의 일상화, 지구 환경 살리기, 생명 문화 건설, 가난하고 소외된 이 돕기 등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양 신부는 “코로나19 등 교회로부터 멀어지게 하는 여러 사회적 환경 속에서도 김대건 성인이 보여준 확고한 신앙의 모습을 떠올리며 하느님께로 한 걸음 더 가까이 내딛는 희년이 되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가톨릭신문 수원교구판, 2021년 4월 18일, 이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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