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8일 (토)
(백) 부활 제7주간 토요일 이 제자가 이 일들을 기록한 사람이다. 그의 증언은 참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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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사목] 신앙으로 현대문화읽기: 뉴미디어 - 진정한 소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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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5-01-24 ㅣ No.788

[신앙으로 현대 문화 읽기] 뉴미디어 - 진정한 소통



어느 날 아내가 남편에게 “당신은 나에게 정말 로또 같은 사람이야”라는 문자를 보냈다. 남편은 자신을 행운의 상징인 로또에 비유해준 부인의 마음이 너무 고마워서, 쑥스러움을 무릅쓰고 “당신을 만난 건 나에게도 행운이야. 정말 사랑해”라고 답장을 보냈다. 하지만, 부인은 “무슨 소리야??? 당신은 로또처럼 더럽게 안 맞는 사람이야”라고 버럭 화를 냈다.

아내와 남편의 대화를 통해 소통(커뮤니케이션)의 기본적인 작동 방식을 단편적으로나마 살펴볼 수 있을 것 같다. 아내는 남편이 자기와 맞지 않는 부분이 너무 많다는 것을 함축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로또’라는 단어를 선택하였다. 또한, 아내는 ‘로또’라는 단어를 들은 남편이 자신의 복잡한 마음을 잘 파악해 줄 것이라고 확신했을 것이다. 하지만, 남편은 ‘로또’를 거의 정반대의 개념으로 이해하고 있었다. 아내와 남편이 ‘로또’에 대해 가지고 있는 생각이 유사했다면, 남편은 부인이 자신을 로또에 비유하는 순간 상태의 심각성을 파악했을 것이다. 소통은 이렇게 특정한 대상에 대해서 자신의 생각과 상대방의 생각이 가지고 있는 차이를 확인하고 이에 대한 정보 교환 과정을 의미한다.

물론 대화 중에 특정 대상에 대한 서로의 생각이 일치하는지를 매번 확인할 수는 없다. 하지만 상대방과의 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는 느낌이 들면, 제일 먼저 동일한 대상에 대해 서로 다른 생각을 하고 있는지를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특히, 상대방에 대한 피상적이고 지엽적인 단서들만으로, 상대방의 생각을 자의적으로 해석한 경우는 대화의 어려움을 더 많이 겪을 수밖에 없다.

이러한 점에서 우리는 미디어 이용에 더욱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오늘날 우리는 페이스북, 카카오스토리, 인스타그램으로 대표되는 SNS(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를 통해 그 어느 때보다도 긴밀하게 다른 사람들과 연결되어 있다. 또한, 이를 통해 상대방의 내적인 이야기를 즉각적으로 접하게 됨에 따라, 상대방과 매우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느끼게 된다. 뿐만 아니라, SNS에 매우 제한적으로 선별된 내용들만이 올라온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SNS를 통해 얻는 정보만으로 이미 상대방을 충분히 파악했다고 느끼게 된다. 이러한 환상은 상대방과의 진정한 소통의 필요성 자체를 느끼지 못하도록 할 위험이 있다.

하느님은 우리에게 “너희는 구원을 위해 예수를 따라라”라고 하신다. 진정한 소통의 차원에서 본다면, 우리는 구원을 받기 위해 예수님을 길, 진리, 생명이신 스승으로 주신 하느님의 뜻을 제대로 파악하려고 노력하고 있는지 자문할 필요가 있다. 예수님을 피상적이고 자의적으로 해석하는 경우 십자가에서 죽는 순간까지 순종하시고 하느님의 뜻을 따르기까지 피땀을 흘리면서 기도하신 예수님의 자리는 우리 안에서 사라질 것이다. 하느님이 예수님을 통해서 주시고자 하시는 구원과 우리가 바라는 구원이 일치되는 진정한 소통을 위해 우리에게도 필요한 것이 바로 사랑의 실천과 기도일 것이다.

* 한창현 신부(성바오로수도회) - 
1994년 2월 14일 입회, 2008년 9월 4일 사제로 서품됐으며 2013년부터 서강대학교 신문방송학과 박사과정에 재학 중이다.

[가톨릭신문, 2015년 1월 25일,
한창현 신부(성바오로수도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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